[여수만필] 트바로티의 반성과 인성
상태바
[여수만필] 트바로티의 반성과 인성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6.07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단기간에 인기가수 반열에 오른 김호중은 지난달 9일 오후 11시 40분경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그는 음주 상태에서 서울 압구정동 도로에서 반대편에 정차 중인 택시의 좌측 정면을 들이받고 달아난 뒤 매니저에게 허위 신고를 교사하는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로 구속 송치됐다.

매니저는 사고 3시간 뒤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했고, 김씨는 17시간이 지나서 경찰에 출석해 자신의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음주 운전을 부인하다가 CCTV 영상과 매니저의 휴대폰 녹음파일을 통해 사실 정황이 들통 나자 뒤늦게 인정하기도 했다. 소속사 매니저 2명도 함께 구속됐다.

음주 뺑소니 의혹을 받던 김씨는 지난달 18~19일 예정된 경남 창원의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공연을 강행했다.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도 진행했다. 24일 공연은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연기 요청을 허락하지 않아 무산됐다. 25일 법원은 증거 인멸을 염려해 김호중에게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꼬리를 무는 거짓 등 진정한 사과로 보이지 않는 언행으로 대중의 싸늘한 여론을 자초했다. 특히 언론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로 조사를 마친 경찰서에서 6시간 동안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상의 공인으로서 자숙하거나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모습을 기대하던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구치소에 있는 김호중의 혐의가 뚜렷해지고 자숙과 반성의 면모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에 휩싸이자 그의 기념물이 철거되는 상황까지 왔다. 모교인 김천예고는 교내 쉼터 누각에 단 ‘트바로티 집’ 현판과 김호중 사진 등을 없앴다. 2억원을 들여 조성된 ‘김호중길’은 철거 요구 비난 여론이 높다.

그는 소년시절을 부모 대신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방황의 시기 중학교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를 접하고 성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에 부적응하던 때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성악에 더 매진했다. 김천예고에서 멘토가 된 스승을 만난 것이 가장 큰 계기였다. 이후 유튜브에 영상을 통해 방송 PD와 연이돼 방송을 탔고 2020년 '미스터 트롯'에서 4위에 오르며 ‘트바로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 학창시절의 폭력 피해자가 나타나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악과 트로트가 가미된 가창력과 인생 스토리는 오히려 팬층을 두텁게 만들어냈다. 이에 힘입은 전국 순회공연은 절찬리에 진행되어 갔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여기까지였나. 그날 음주운전 사고는 태풍급 사태로 이어졌다. 전치2주의 인명피와 차량파손 정도의 결과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범인도피교사, 음주운전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공연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고, 방송도 진행했던 공영방송 KBS는 김호중에 대해 출연정지 조치를 취했다.

앞서 KBS 누리집 청원 게시판에는 <김호중 영구퇴출> 청원글이 줄을 지어 올라왔다. KBS는 청원글에 1000명 이상의 동의 댓글이 붙으면 공식 답변을 내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답변 요건을 갖춘 다수 시청자들의 퇴출 요구 청원이 빗발치는 가운데 일부 극성 팬 일부의 반박성 글이 논란을 낳고 있다. ‘김호중 가수 퇴출에 관한 반박내용. 약 100억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인 김호중 아티스트’ 제목의 장문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이글의 주요 대목은 △팬들이 지금까지 4년 동안 약100억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 나눔 실천은 김호중의 선한 영향력 때문 △어려운 이웃에게 국가보조가 있지만 세금으로는 한계 △재능있고 더불어 삶의 휴머니즘을 가진 아티스트 존재는 소중하다 는 등의 옹호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선한 영향력, 천재 음악가, 15만명의 사명자(팬) 등을 거론했다 특히 “트바로티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으로 시간을 끈 것이 아니다”라며 “공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너무나 큰 민폐를 끼치는 것이기에 큰 갈등 속에서 내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궤변의 엄호를 했다. 이 밖에 또 다른 옹호성 글도 있다. 하지만 기부액 절반 이상은 그의 음반(CD)으로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성은 자신의 언행이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반성할 수 있는 품성은 하루 아침에 체득되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특출나고 기부를 많이 하면 휴머니티인가. 사람의 성질이나 됨됨이를 성품, 인성이라 한다. 김호중과 극성 팬들은 긴 세월의 새로운 성장기가 필요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