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현장의 감초, 사이비 기자 ‘출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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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현장의 감초, 사이비 기자 ‘출두요’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7.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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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권 건설·환경현장, 대전·충남 신문 관련 민원빈발
기자가 세금계산서 발급, 대전공연 티켓 판매 등 다양
충북 뿐만아니라 대전·충남에서도 일간신문 창간이 줄을 잇고 있다. 기존 대전일보, 충청투데이, 중도일보 3사 체제에 중앙매일, 충청신문이 창간돼 5개 일간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전·충남에 본사를 둔 일간신문이 청주·청원지역에 주재기자를 배치하면서 취재과정에 민원이 발생하는등 잡음이 일고 있다.

도내 일간신문 출입기자단에서 배제되면서 기관·단체 취재협조가 원할치 않은데다 매체 인지도가 낮아 고전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신문보급 부수도 많지않아 광고 수주가 여의치않자 주재기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창간된 Q신문에서는 주재기자가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부하는등 업무직원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청원군 관내 농촌지역에서 Q신문 기자에 대한 피해제보가 본보에 접수됐다. 제보자의 요청에 따라 지역명과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사건경위를 정리해본다. 청원군 ㅇㅇ면 ㅇㅇ리의 밭은 침수지역으로 영농에 어려움이 있어 2월중순부터 600여평에 대한 흙메움 작업을 벌였다. 농지 매립은 해당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지목변경이 아니다보니 농민들은 절차가 귀찮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ㅇㅇ리에서는 인근 공사장에서 흙이 발생하자 복토후 인삼영농을 하기 위해 농지소유주가 1m이상 성토작업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구정연휴가 끝나고 흙메우기 작업을 마무리할 시점에 대전에 본사를 둔 C신문 기자가 현장을 찾아왔다. 면사무소에 사전신고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질문했다. 이에대해 토지소유주인 농민이 “여기가 침수지역이라서 거져 나오는 흙이 있길래 복토를 해서 인삼농사를 지으려 한다. 딴 거 취재할 것도 많을텐데, 이런 시골에 와서 뭘 그렇게 따지느냐”며 반발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취재기자는 면사무소를 방문해 사전신고 여부를 확인했고 면 담당직원의 확인연락을 받은 토지소유자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질 상황이라서 마음을 졸이다 결국 해당 기자의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토지소유주 가운데 한명이 해당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해 백배사죄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토지소유주가 신문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통사정하자 해당 기자는 ‘그럼 신문이나 한부 봐달라’며 수첩에서 세금계산서를 꺼냈다.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신문지사에서 발급한 계산서였고 공급자는 취재기자가 아닌 지사장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결국 토지소유주는 1년치 구독료 24만원을 건네고 사태를 무마할 수 있었다. “기사를 쓸려면 까놓고 쓰던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면사무소를 통해 농민들을 압박해서 구독료를 챙기는 자체가 사이비 기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름이고 뭐고 다 밝히고 싶지만 면사무소에서 원칙대로 원상복구 시키라고 하면 결국 우리만 다치니까, 참는거다” 사태를 곁에서 지켜본 현지 주민의 말이다.

Q신문 기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은 이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당사자와 하자없는 거러의 증거로 삼기 위해서다. 이른바 공갈·사이비 기자는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런 식으로 구독료 명목으로 세금계산서까지 발급하면 사법기관의 법망을 교묘히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전남경찰청은 모 환경신문 기자 허모씨(60)등 3명을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소나무 밀반출 현장을 포착한 뒤 군청 공무원인 강모씨에게 신고했으나 허가받은 반출로 알고 현장에 나오지 않자 단속을 부실하게 한 사실을 기사화하겠다며 강씨를 협박해 5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청원군 사례가 담당 공무원을 내세워 법규위반 사업자의 등을 친 경우라면 경남 사례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은 공무원을 직접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경우다. 이들은 건설현장, 환경훼손 현장을 발견하면 ‘하이에나’처럼 냄새를 맡고 끼어든다. 최근 건설공사가 한창인 청원 오창·오송단지, 옥산면, 강외면의 건설현장에 대전충남권 기자들의 출현(?)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매일신문>은 지난 12일 사회면에서 ‘털어서 먼지 안나나’라는 제목의 사이비기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대전·충남 소재 신문사와 전문지 소속 기자들의 사이비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모인터넷신문 기자는 건설현장 세륜장 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원군에 제보할 것처럼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 이들 신문이 시비를 거는 대상은 비산먼지, 안전모 미착용과 같은 단순 사안부터 환경시설 가동여부, 시공 하자여부 등 전문 사안까지 다양하다. 결국 ‘털면 먼지가 나다보니’ 백만 단위 광고보다 몇십만원 돈봉투로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후발 창간 신문사는 재정상태가 열악하다보니 지사장은 이름 뿐이고 주재기자가 실제 판매광고를 전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해당 기자의 관심은 특종보도 보다는 ‘특별한 광고’와 이권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세일즈(?) 기자들의 주요 타킷은 여론에 민감한 선출직 공직자, 법규위반에 취약한 건설·환경업체 이외에 대항력이 약한 농민과 도시 자영업자들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세일즈 기자의 폐해를 만든 장본인은 약간의 자본금으로 부실한 신문사를 설립한 사주들이다. 신문이라는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맡겨진다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될 수 있다.
/ 권혁상 기자

홍보직원·공보담당 공무원이 겪은 ‘황당’ 사례

“대전에서 하는 공연을 어떻게 가라고 티켓을 사라는 건지, 공사하다보면 별 일을 다겪어요. 무슨 기자협회 사진집 사라고 찾아오고 방송사에서 찍은 자연다큐멘터리 비디오테이프도 맡기고 가고…우리가 무슨 ‘봉’인지 언론사 명함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예요” 최근 청주 근교에서 아파트 사업을 벌인 업체 관계자는 생면부지의(?) 대전 소재 신문사 기자가 내민 공연티켓이 ‘가장 황당한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거듭되는 방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광고게재를 하겠다고 하면 일부 기자는 ‘우리 본사 발행부수가 청주 일간지보다 많다’며 청주권 신문과 똑같은 광고비 책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공사장 인근에 차량통행도 거의없는 도로에 직원들 차를 주차시켜 놓으면 사진을 찍어 관할 구청에 단속하라고 사주를 한다. 그러면 구청에서는 ‘이런 신고가 들어왔으니 알아서 하라’고 우리한테 연락하고…나중엔 지긋지긋해서 두손들고 만다”분양광고 홍보비가 책정된 아파트 건설업체 뿐만아니라 공공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도 타 지역 신문사들의 광고압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다. 지자체 공보담당은 관행대로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광고비 배정하고 타 지역 매체들은 풀예산 속에서 부분배정을 요구하게 된다.

“출입기자가 경력이 짧으면, 국장급 간부가 공보실에 직접 찾아와 노골적으로 광고배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타 지역 매체에 광고배정을 하면 기존 출입기자단에서 문제를 삼기 때문에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단체장 관련 가십기사부터 연속해서 비판기사가 쏟아진다. 사실상 도내 신문사도 매체별 구독자수나 객관적인 영향력에 따라 광고비를 차등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적게 배정받은 쪽에서 공동대응식으로 반발할 것이 뻔해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게 옳은 길은 아닌데 싶지만, 마지못해 끌려가는 것이 언론 광고시책이다” 행정기관 공보업무 담당자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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