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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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하나...
  • 김태종
  • 승인 2007.09.02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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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 생각, 즈믄세온 마흔 하나.
젊고 철없을 때는
사람의 마음을 사거나 사로잡으려고
이런 저런 궁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흐르고 있는데
마치 가을에 여름을 아쉬워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람빠진 웃음으로 우화 하나를 만들어봅니다.

젊은이가 현자(賢者)를 찾아왔습니다.
수심 가득한 얼굴입니다.
현자가 젊은이를 봅니다.
눈에 아무런 뜻이 없이 그저 건너다 보기만 합니다.

수심 가득한 얼굴로 현자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젊은이가 힘들게 입을 엽니다.
"근심거리가 있어서
감히 한 말씀 여쭈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현자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봅니다.
한참 사이를 두었다가 하는 젊은이의 말,
이웃 마을에 예쁜 처녀가 사는데
그 처녀가 마음에 든다고,
그런데 그 처녀는 자기를 본숭만숭이라고
어쩌면 그 마음을 붙잡을 수 있겠느냐고 묻습니다.

얘기를 듣고 있던 현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
한 가지 있긴 있지."
젊은이가 눈을 빛내며 다가앉아
그 방법이 무어냐고 다급하게 묻습니다.

현자의 얼굴이 진지해집니다.
"바람을 동일 수 있는 끈만 만들면 되지."
젊은이가 낙심하여 고개를 떨굽니다.
현자의 말이 이어집니다.

"나도 젊을 때는 얻고 싶은 것도 붙들고 싶은 것도 참 많았지.
그 모든 것을 하나도 얻지 못했는데
그걸 못 얻었다고 가슴을 친 것이 아니라
내 것이 아닌 것을 얻으려 하는 내 마음을 보았지.
그렇게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된 거라네.
그대가 얻고자 하는 그것을 얻는 것도 좋지만
못 얻는다고 속만 끓이지 않는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게야.
얻어도 망하고 못 얻어도 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얻어 그 얻은 것으로 잘 살고
못 얻어 그 못 얻은 것으로 무르익는 사람도 있는데
명심하게나,
잘 살거나 무르익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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