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동사무소 “예방접종 장소 오기 전 혼자 넘어져”
김씨는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경 접종 장소인 모충동 남부소방서 119안전센터 뒤편인 청소차 차고지로 갔으나, 예방주사도 맞지 못한 채 가드레일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현재 김씨는 큰 아들이 사는 경기도 일산으로 옮겨 치료를 받는 중이나 별 차도가 없어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 | ||
▲ 김씨가 앉아있다 넘어진 가드레일. 가드레일 뒤쪽이 청소차 차고지다. | ||
가족들은 또 “독감 예방접종표에는 ‘주사를 맞은 후 실신에 대비해 접종 장소에서 20~30분간 머물다 가라’는 문구를 넣었는데 이렇게 열악한 곳에서 하면서 어디서 쉬라는 말이냐. 손수 식사까지 해결하시고 건강하시던 아버님께서 하루 아침에 전신마비 상태가 됐다. 행정관청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실제 청소차 차고지로 쓰이는 이 곳은 많은 차들이 들락날락하는 장소여서 예방접종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그리고 큰 길가에서 차고지로 돌아서는 부분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으나 어린이나 노인들이 앉으면 사고 위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이 날 접종을 담당했던 흥덕구 보건소와 모충동사무소의 말은 이와 다르다. 흥덕구 보건소 관계자는 “청소차 차고지 왼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접종을 했다. 할아버지는 줄 서서 기다리다 다친 게 아니고 접종 장소로 오시다 가드레일에 앉아있다 넘어진 것이다.
접종 장소와 사고 지점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이 시간대에는 주사 맞으러 온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누군가 와서 사람이 다쳤다고 해서 나가보니 한 할아버지께서 쓰러져 계셨다. 그래서 담당 의사가 나가 환자상태를 체크하고 119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춘배 모충동장도 “내가 접종장소에 갔을 때 마침 119가 왔다. 할아버지께서는 접종 장소에 오시기 전 큰길가 앞에 있는 가드레일에 앉아있다 뒤로 넘어지면서 다치신 것 같다. 이 날 독감 접종은 차고지 왼쪽 건물 앞에서 텐트를 치고 했다. 접종 장소와 사고 지점은 6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통장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안내를 맡겼다. 접종 과정 중 일어난 일이라면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거리상 떨어져 있어 안전대책 소홀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전 중에는 접종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지만 오후에는 한가한 편이었다. 줄을 큰길까지 선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동장은 이어 동민 중의 한 사람이 다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귀책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왜 하필 복잡한 청소차 차고지를 예방접종 장소로 정했느냐는 질문에 이 동장은 “모충동에는 공공장소나 어린이놀이터가 없어 올해 처음 동사무소와 차고지 두 군데서 예방접종을 했다. 차고지라고 하지만 주변에 있는 청소차들을 다른 데로 이동시켰고 바닥도 깨끗이 청소해 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날 모충동 주민 2500명은 동사무소와 청소차 차고지 두 군데로 나뉘어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 한편 김씨의 가족들은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강력 항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