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남제천농협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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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남제천농협의 두 얼굴
  • 뉴시스
  • 승인 2009.07.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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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적자에서 튜브형 고추장 하나로 '클린뱅크' 반열에 올랐던 남제천농협이 반품된 제품을 재활용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은 물론 지역 농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작게는 남제천농협 만의 일이지만 청정 제천지역 농산물 전반에도 '화'가 미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994년 20억원을 들여 청풍생고추장 가공공장을 설립한 이 농협은 질좋은 국산 고추 만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대기업 고추장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늘 밀렸다.

공장 설립 후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 1996년 튜브형 고추장을 개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휴대하기 좋고 사용하기도 편해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남제천농협의 튜브형 생고추장과 볶음고추장은 2001년 항공사 기내식으로 채택되면서 브랜드 가치를 드높였다. 항공사 기내식 공급으로 튜브형 고추장은 조합의 경영안정을 이끌었다.

지난 5월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 참여하면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 언론사로부터 대한민국 우수특산품 대상을 받았으며 농협충북지역본부는 남제천농협의 A조합장을 6월의 우수조합장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남제천농협은 유통기한 경과 등의 이유로 반품된 고추장을 새 것과 섞어 되팔아 온 사실이 식품의약품안정청(식약청)에 의해 적발되면서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돼 버렸다.

식약청은 2008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변질돼 가스가 발생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된 고추장을 일반 고추장과 섞어 항공사 기내식으로 공급하고 농협매장 등에서 판매한 혐의로 공장장 A씨를 3일 구속했다.

불법 제조된 고추장 제품은 시가 19억7800만원(17만2889㎏)상당이다. 이 가운데 쇠고기볶음고추장 약 170만개가 항공기 기내식으로 납품됐다. 또 나머지 생고추장, 고춧가루, 된장 등 30만개는 농협매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제천농협은 홈페이지와 사과문을 게시하고 모든 생산활동을 중단했다. 책임자 구속에 이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사업자로서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되면서 사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비난 글이 봇물을 이루면서 남제천농협 뿐만 아니라 다른 농협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마저 소비자들의 의심을 받게됐다.

농민 김모씨(48)는 "지역 농산물을 수매해 판로를 책임지던 농협이 이번 일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경우, 농산물 판매가 어렵게 될 것"이라면서 "제천 고추 등 지역 농산물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됐다"고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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