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딸아이가 자살충동을 비롯한 3~4개 항목에서 기준점수를 초과해 2차 검사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사실. 아뿔싸, 수능을 5개월 앞둔 처지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대책없이 걱정만 두배가 될 것 같아 아내에게도 함구한 채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학생 정서행동발달 검사가 뭐란 말인가? 기사검색을 해보니 문제 투성이 검사라는 지적과 함께 광주전교조가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보도까지 확인됐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예방대책 일환으로 전국의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검사인데 지난 12일 현재 전국 700만 명 학생 가운데 230만 명이 2차 검사대상 관리군으로 분류됐다는 것. 무려 35%가 ‘문제가 있는’ 학생으로 드러나자 교과부도 난감해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쩐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름, 고3 부모보다 자기관리를 잘하고 있는 딸아이인데, 그러면 그렇지……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은 통신문을 받은 다음날 벌어졌다. 야간자습을 하던 딸아이가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 잘못된 거니까, 절대 뜯어보지 말구 다시 학교로 가져오래”라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이런 된장~ 일껏 보낼 땐 언제구 뜯어보지두 말라니, 이게 무슨 애들 장난두 아니구……. 결국 아내에게 가정통신문 내용을 알려주고 다독거린 뒤 학교로 다시 되돌려보냈다. 고3 딸에게 “너, 자살하면 아빠도 바로 따라간다”고 아부성(?) 협박을 곁들여……
검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사후 판단했다면 있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털어놓으면 될 일인데…… 쉬쉬하며 가정통신문을 허겁지겁 회수하려는 학교의 모습이 답답하고 안쓰럽다. 이미 검사결과를 보고 2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지, 교사와 상담을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한 부모들도 많을텐데, 그냥 회수만 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더구나 자신의 정신검사 결과를 보고 상당수 학생들이 자괴감에 빠지고 멀쩡했던 학생들도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 버리는 이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 교육 당국의 졸속행정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을 다시금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문제점을 현장에서 가장 빨리, 정확하게 알고있는 교사들이 진실을 알려야 한다. ‘쉬쉬문화’ 속에 교육관료들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더 큰 부작용을 막기 위한 무슨 수를 써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