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살해범과 4년을 살아온 3남매의 기막힌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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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살해범과 4년을 살아온 3남매의 기막힌 운명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3.02.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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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남편살해 유기사건’ 남겨진 초등 3남매 외할아버지가 키우기로

최근 ‘남편 살해 유기 사건’으로 청주가 떠들썩했다.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다락방에 둔 채 4년간 동거생활을 해왔다. 엽기적인 사건을 벌인 30대 두 사람은 경찰이 제보에 의해 감춰둔 시신을 발견하면서 전격 구속됐다.


이들은 2009년 3월 서울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내연남의 집이 있는 청주로 자녀 3명을 데리고 이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일 5~7세의 자녀들이 잠든 방안에서 남편을 살해했지만 이후 ‘아빠가 집을 나갔다’고 둘러댔다는 것. 남편은 소아마비 2급 장애인으로 매달 114만원의 장애수당을 지원받았는데 살해후에도 4년간 꼬박꼬박 수당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방송의 속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20일 청주KBS 박미영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장의 사진을 올렸다. 방바닥에 널브러진 곰인형 사진과 함께 “손바닥만한 집에서 인면수심 엄마와 동거남, 다락방 속 사체와 살아왔을 그 아이들, 너무 가련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이 한바탕 뒤지고 간 범인들의 방안에서 여기자는 아이들의 그림자를 챙겨온 것이다.

다행히, 경찰의 신속한 시신 확보와 범인 검거가 이루어지는 순간 3자녀(1~5학년 재학중)는 학교에 있었다. 아이들의 엄마가 경찰에 긴급체포되자 집주인이 동사무소에 연락했고 학교에서는 청주시가 지정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아이들을 맡겼다.

며칠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온 아이들의 외할아버지가 수감중인 딸을 면회했고 외손주를 맡아 키우기로 했다. 인천에 살고 있는 외할아버지는 보호기관에 있던 손주들을 데리고 갔지만 아직 학교쪽에 전학 등의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에는 학대받거나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보호자로부터 유기된 아동들이 한해 평균 90여명에 달한다. 차라리 ‘어른들 없는 세상’이 ‘우리들의 낙원’이라고 항변하는듯 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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