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공짜는 좋은데 만족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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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실’, 공짜는 좋은데 만족은 못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3.08.28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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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실 무자격자 비율 지난해 19.2%로 전국 최고
올해 12.4%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시군별로 편차 커

맞벌이 가정에게 가장 큰 위기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유치원 종일반의 경우 오후 5~6시에 하원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은 수업이 1시 전후에 끝나기 때문이다. 빈 시간을 메우기 위해 부모들은 대개 세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학원 돌리기, 돌봄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 이용, 그리고 방과후 교실이다.

워킹맘인 이수정(37)씨는 “부모의 퇴근시간에 맞추려면 아이는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왜 초등학교 1학년을 둔 워킹맘들이 가장 크게 좌절한다는 말을 절감했다. 돌봄교실을 신청했다가 마음에 차지 않아 지금은 학원 수업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꿨다. 여러 가지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프로그램 내용에 만족할 수가 없어서 지금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2006년 첫 돌봄교실 시행

그 가운데 돌봄교실의 경우 2006년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몇몇 학교에서 시작됐다. 시행착오를 겪다가 2008년쯤 도내 학교로 전면확대된다. 박근혜 정부 또한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무상으로 돌봄교실을 서비스 받도록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재 충북에는 386개의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교실당 약 20명 내외가 정원이다. 한 교실을 운영하는 비용은 동일하게 2932만 1000원으로 여기에 돌봄교사 인건비, 간식비, 운영비가 다 들어간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교사는 무기계약직이며 보통 연봉이 1700~2000만원선이다. 서울시를 제외하고 충북도가 가장 대우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충북 386개 교실 운영

돌봄교실의 경우 대개 한 학교당 1개 학급이 운영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사실상 ‘교육’보다는 ‘돌봄’에 기능이 맞춰진 프로그램이다. 학교마다 재량껏 운영되기 때문에 교사에 따라 교육 내용도 편차가 크다. 청주시내 한 초등학교의 사회복지사는 “과거에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신청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맞벌이 가정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맞벌이이면서 저소득층인 경우도 많다. 간식을 주고, 방과 후 숙제를 지도해준다. 학년이 뒤섞여 있다 보니 동일한 수업을 하기가 어렵다. 과학, 체육, 미술, 요리 등 전체수업은 체험위주로 짠다”고 설명했다.

고학년의 경우 돌봄교실을 하다가 방과후 수업으로 옮겨가 일종의 특기적성 수업을 받는다. 돌봄교실을 하다가 학원에 가는 학생들도 있고, 돌봄교실 이후 지역아동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각 아이마다 상황이 다르다보니 돌봄교사의 경우 아이 스케줄에 따라 학원차량에 태워 보낸다거나 방과후 교실에 보낸다.

하지만 돌봄의 질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K씨는 “그래도 학교에서 하는 서비스라 기대감이 있었는데 교육보다는 단순한 숙제점검 수준에서 그치는 것 같아서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돌봄서비스 만족도 높여야

지난해 4월 교육부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전국 돌봄교실 강사 7824명 중 550명(7%)이 무자격자로 나왔다. 서울, 광주 등이 무자격자 비율이 제로에 가까운데 반해 충북은 무자격자 비율이 충북이 19.2%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강원이 그 다음으로 17.5%가 무자격자다.

돌봄교사의 경우 유치원·초중등학교 교사 또는 보육교사 2급 이상의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학교 재량껏 사람을 뽑고 있어서,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치가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많이 개선됐다. 지난 7월 감사원에서 서울, 대전, 광주, 경기, 강원 5개 지역의 돌봄교사의 무자격자 비율을 통계 냈는데 26.2%로 나왔다. 충북은 그 때 제출한 자료가 12.4%였다”며 “한해 동안 수치가 많이 줄어든 데는 교육을 이수중인 교사들이 1년이 지나서 취득을 완료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이 내놓은 지난 7월 15일자 통계에 따르면 돌봄교사 386명 중 미자격자는 48명으로 12.43%를 차지한다. 도내 시군별로 수치는 큰 차이를 보인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실 군단위에서 돌봄서비스를 더 필요로 하지만 고급인력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미자격자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돌봄교사로 활동하는 A씨는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격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더 잘 돌보는 것은 아니다. 자질이 제일 중요한 데 이를 공식적으로 점검하거나 테스트하는 곳이 없다. 채용부터 관리를 모두 일선학교에 맡겨 두다보니 교사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1년에 한번 돌봄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초등학교 1~3학년 학생 가운데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아동은 32만73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 돌봄교실은 15만9248명, 지역아동센터는 3만8030명이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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