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의료원 ‘공익과 경영개선 사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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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의료원 ‘공익과 경영개선 사이’ 딜레마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5.03.1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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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이전 후 적자 지속…의사 고액 연봉 ‘부담’
의료원 “감가상각비 제외하면 큰 적자 아니다”

충주의료원이 딜레마에 빠졌다.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대안마련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공병원의 성격상 경영개선의 이유로 진료비 수가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충주의료원은 2012년 안림동 청사로 이전 한 뒤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12년 5억 8100만 원을 시작으로 2013년 13억 7300만 원, 지난해 25억 6800만 원 등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청사 이전 충주의료원은 2010년 2억 7600만 원, 2011년 6억 3800만 원의 흑자를 냈다.

따라서 안림동 청사로 이전한 뒤 적자에 빠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적자재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는 민간자본 564억 원을 들여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안림동 충주의료원 증축사업을 추진했다. 때문에 도는 2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포함, 1154억 원을 민간사업자에게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월동장비 구입비로 1억 5000만 원을 사용했으며, 이전비용으로 1억 5000만 원을 썼다.

의료원 측은 “자동생화학분석기, 인공신장투석기 등 의료장비 구매비용으로 127억 원을 썼고, 기숙사 신축으로 39억 원을 소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답변했다. 이어 “임대형민자사업방식 운영사가 들어오면서 시설관리 유지비로 8억 원 가량이 소요된다”며 “이것은 전에는 안 나갔던 금액인데 추가됐다”고 했다.

국·도비 지원사업 관련도 감가상각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충주의료원은 공공의료와 정책수행으로 매년 18억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의료원 관계자는 “감가상각비 제외 시 2012년과 2013년은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소폭 적자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2억 원이 넘는 의사들의 연봉도 적자 폭을 넓힌다는 후문이다. 충주의료원에는 28명(지난해 말 기준)의 의사가 근무 중이다. 일반의사의 경우 평균 연봉이 2억 500만 원이며, 지난해 의사 인건비로 57억 5900만 원이 책정됐다. 이는 2012년 27명의 의사 평균 연봉 1억 9000만 원, 전체 인건비 36억 원보다 21억 원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성과급으로 한 달에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하는 것도 적자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의료원 “고액 연봉, 적자 원인 아니다”

이에 대해 의료원 측은 의사들의 고연봉이 적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진료과목이 확대되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면 환자도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방공공기관에서 실력 있는 의사를 채용하기 매우 어려운 형편”이라며 “우수한 의사가 들어오면 외래환자가 늘어나고 그만큼 수입도 증가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스타의사들의 일탈이 적자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역설했다. 실제 지난 2년여 간 충주의료원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뒤 개인병원을 차린 의사는 6명으로 확인됐다. 심장내과 2명, 외과 2명, 소화기내과 1명, 내과 1명이다. 이른바 스타의사들로 모두 충주지역에 개인병원을 차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들이 퇴사하면서 환자수도 같이 감소해 적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심장내과의 경우 외래환자가 2013년 2만 7000여명에서 2014년 1만 9000여명으로 8000여명 감소했다. 외과의 경우도 외래환자가 2013년 9800명에서 2014년 8700명으로 1100여명 줄었다.

환자 수의 감소는 병원 수익으로 이어져 심장내과의 경우 2013년에 비해 2014년 20억 원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충주의료원은 고육지책으로 각종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의사가 퇴사하면서 개인 병원 개업에 따른 환자 수 감소를 막기 위해 계약서상 퇴사 후 1년 이내 지역 내 개원을 금지하는 경업금지조항을 넣을 예정이다.

배규룡 원장은 “의사들이 의료원에 있다가 퇴사할 경우 1년 이내에 동일 진료권 내에서 개원을 하지 않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것”이라며 “이를 어길 경우 다른 병원의 사례를 활용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양질의 진료와 환자안전을 위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인증을 받았고 올 초 대학교수 출신 등 우수한 진료과장 10여 명을 대거 영입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 지난 1월부터 환자들이 급격히 늘어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다”며 “현재의 경영부진은 새로운 의료환경에 적응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우려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문도 못 열어

청사 이전 전부터 제기된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될 과제다. 계명산 중턱에 위치하다보니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 의료원 측은 이 문제를 충주시, 시내버스 회사 등과의 협의를 통해 셔틀버스 도입 또는 시내버스 증차 및 신규 노선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통을 겪고 있다.

충주의료원은 2012년 13만 6000여명에 달했던 외래환자는 지난해 13만 1097명으로 줄었다.

의료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공공병원으로 영세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애로사항이 있다”며 “저렴한 하고 좋은 시설을 이용하게끔 지역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자치단체는 의료원과 버스 회사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는 대안제시 없이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해법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적자 폭이 커지다보니 수백억 원을 들인 건물 한쪽에 마련된 500㎡의 산부인과 공간이 텅 비어있다. 지역의 부족한 분만시설과 신생아 중환자 수술 등을 위해 마련됐지만 이전 이후 한 번도 문을 열지 못했다.

24시간 인력이 필요해 유지비용이 높은데 의료수가가 낮아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신축 이전하면서 분만실 등 모두가 구비돼 있지만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문을 못 열고 있다”며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의사 2명과 간호사 8명을 둬야 하고, 그러면 또 1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데 도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공공의료… 전국 곳곳 ‘몸살’
직원 급여도 못 주는 의료원도…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 올까 ‘걱정’

의료원의 만성적자 및 공공의료서비스 상충문제는 충주의료원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정부 의료원은 제약회사에 약값을 주지 못해 3년간 51억 원이 밀렸고, 지난달엔 직원 170여명에게 임금 한 푼 주지 못했다. 전체 환자의 절반이 취약 계층인데 이들 몫의 진료비를 병원이 대신 부담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손해인 구조다. 지난 5년간 쌓인 손실은 134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외부 지원이 더 줄었다. 공공병원의 불가피한 적자, ‘착한 적자’에 대한 경기도 지원금이 지난해 30억 원에서 올해 15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정부 역시 적자를 메워주겠다 하면서도 경영정상화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의정부의료원 관계자는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워지고,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의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안동의료원도 지난 1년간 적자가 무려 51억 원이나 됐고, 직원 임금 체불에 의료사고 소송, 퇴직금 소송까지 경영상태가 말이 아니다. 2011년부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누적적가 187억 원을 기록했고, 부채는 74억 원으로 늘었다.

충남도의회는 최근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충남도 산하 4개 의료원에 대한 예산삭감을 강력히 주장했다.

전국의 공공의료기관이 공익기능과 경영개선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충주지역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공익과 경영개선 모두 중요하지만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대안마련이 절실하다”며 “충주의료원은 충북도 등 관계기관과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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