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땜에 못 살아”…교통대 원룸촌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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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땜에 못 살아”…교통대 원룸촌 ‘비명’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5.03.18 2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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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업 주민 “빈방 늘어 생존권 위협… 추가 신축 안돼”
대학 “학생 유치 위해 필수 … 1000명 수용 규모 건립”
▲ 한국교통대가 학생 주거난 해소를 위해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운 가운데 학교 주변 원룸촌 주민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학생 주거난 해소를 위해 한국교통대학교가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학가 주변 원룸 및 상가 주민들이 ‘생존권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교통대는 올해 기숙사(2인 1실 오피스텔형) BTL생활관(남여 각 239명과 212명)을 개관했다. 또 2011년 여자 기숙사 중원생활관(290명), 2005년 남자 기숙사 예성생활관(290명) 문을 열었다. 앞서 1991년 개관한 남자 기숙사 국원생활관(343명)을 올해 리모델링 후 재개관했다.

상황이 이렇자 학교 주변 원룸은 빈방들이 속출하고 가격마저 내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원룸 1년 임대료를 300만 원에 내놨던 한 원룸 주인은 이달 방이 나가지 않자 방값을 200만 원에 내줬다. 또 다른 원룸의 경우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전체 36개 원룸 가운데 12개가 비어 있다. 원룸 숫자가 늘고 대학 측이 새롭게 기숙사를 신축하면서 어렵게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교통대가 2018년까지 1000명의 수용이 가능한 기숙사를 건립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임대 업주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학가에서 원룸을 하는 박래문 씨는 “지금도 원룸이 남아도는데 1000명을 수용할 기숙사를 더 짓는다면 우리는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라며 “기숙사 건립에 학교가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통대 원룸·상가번영회 곽진순 씨는 “지금의 기숙사 건립도 주민들과 상의 없이 진행됐는데 2018년 또 다시 기숙사가 완공되면 우리는 영업하기 힘들다”며 “만약 진짜 짓는다면 차로 갖다가 막든지 착공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교통대 측은 학생 유치와 함께 대학평가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숙사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숙사 수용률이 높아야 대학평가지수에서 높은 배점을 받게 되고, 학생들의 대학 선택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 “저렴한 기숙사 더 생겨야”

현재 교통대 충주캠퍼스의 학생 수는 7145명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올해 BTL기숙사 건립으로 1329명이다.

이는 기존 기숙사 수용률 12.29%보다 늘어난 18.6%지만 전국 37개 국립대학 기숙사 평균 수용률인 21.31%에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교통대는 현재 예정 중인 1000명 규모의 기숙사 건립이 완공되는 2018년 수용률이 32.6%로 전국 평균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정의 입학관리본부장은 “저희 학교는 지금 다른 지방 국립대학에 비해 기숙사 수용률이 낮다”며 “앞으로 교육부에서 하는 모든 대학지표들을 향상시키는데 한 부분이 기숙사 수용률인 만큼 그 부분 향상을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교원대는 기숙사 수용률이 70%고, 세명대는 전국 최초로 100% 기숙사 수용의사를 밝혔다”며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기숙사를 계속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본부장은 “학교 의사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원룸을 지어놓고 이제와 공실사태에 대한 책임을 학교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학교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원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 여론이다.

2인 1실 복도형을 사용하는 국원생활관의 경우 한 학기 기숙사비(식비 31만 원, 관리비 38만 5000원)로 69만 5000원을 받는다.

또 2인 1실 아파트형 예성생활관은 한 한기 기숙사비(식비 31만 원, 관리비 47만 4000원)로 78만 4000원을 받아, 1년을 생활해도 원룸 가격의 절반도 들지 않는다. 여기에 식비까지 감안하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기숙사가 만들어지는 게 반가운 소식이다.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의 기숙사 건립요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학 한 신입생은 “기숙사를 들어가려다 성적순으로 뽑아서 들어가지 못했다”며 “어쩔 수 없이 원룸을 얻었는데 기숙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먹는데 이중으로 돈이 들어가 부담이 크다”고 했다.

재학생 김모(기계공학과 3년)씨는 “1학년 때는 운 좋게 기숙사에 들어가 편하게 생활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지만 이후 계속해서 자취하고 있는데 월세가 정말 비싸다”며 “기회만 되면 월세 올리기에 급급했던 원룸 주인들이 ‘밥그릇’을 위협 당하자 생존권과 상생 운운하며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학 발전과 학생 주거권을 주장하고 있는 대학 및 학생 측과 주민생존권을 강조하고 있는 임대업주 간의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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