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로 122번길 시민의 문화가 꽃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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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로 122번길 시민의 문화가 꽃 핀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1.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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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비디오, 가람신작에선 전시소개 및 문화 살롱 역할
운천동엔 갤러리 ‘B77’, 사직동에 음악공간 ‘지직’운영도
충북문화재단과 오뉴월, 문화콘텐츠로 도심재생 실험 중

충북도청 뒤 청주향교로 향하는 ‘대성로 122번길’에는 특별한 문화공간이 있다. 충북문화재단과 문화예술전문기획단체 오뉴월이 지난해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모에 선정돼 ‘콘텐츠누림터 조성지원사업’을 이곳에서 2020년까지 벌인다. 지난해 11월 대성로 122번길에 ‘대성비디오’와 ‘가람신작’ 두 공간이 문을 열었고 운천동에 갤러리 ‘B77’, 사직동에 음악공간 ‘지직’도 현재 운영 중이다.

대성비디오 전경
대성비디오 전시가 열리는 내부 모습.

빨간 벽돌집을 개조한 ‘대성비디오’에선 시민들의 영상기록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미 11팀의 영상제작자들의 작품을 선보인 <대성비디오전>이 개최됐고, 참여자 가운데 6명이 다시 <대성전:발견>을 1월 29일부터 3월 17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청주의 아티스트, 음식, 풍경을 주제로 6명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작품을 공개한다.

충북문화재단의 박수연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참여자를 모집했다. 11팀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협업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수면에 올리고 싶었다. 지역콘텐츠 제작자를 양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기록하는 문화다양성

 

대성비디오 공간에선 지역과 일상의 문제를 시민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시민의 기록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가람신작에서는 날마다 ‘신작’을 보여준다. 가람한정식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라 이름을 ‘가람신작’이라 붙였다. 지금까지 그림책 원화 전시, 포스터 전시, 포트락 파티 등이 열렸다. 음악공간 지직에선 특별한 공연이 펼쳐진다. 당장 1월 25일 금요일 저녁 7시 서문동 라이브 클럽 지직에선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6팀이 ‘퀸 트리뷰트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직에서 열린 공연 모습.
오뉴월 서준호 대표

‘퀸 트리뷰트 콘서트’는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가 몰고 온 퀸 열풍에 힘입어 그 때 그 감성과 음악,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는 청주 밴드들의 퀸 헌정 공연이다.

오랫동안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한 ‘Lowtape’, ‘Realise’, ‘CockerHands’, ‘Acid9’, ‘7Day1’, ‘24Oz’팀이 참여한다.

갤러리 B77에선 지역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뉴월 서준호 대표는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생산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청주에서 각자 작업을 하며 살고 있었지만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외롭게 있었던 것 같다. 궁극적으로 이 사업으로 인해 문화로 인한 도시재생이 일어나길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4개의 공간을 거점 삼아 새로운 콘텐츠를 많이 발굴할 예정이다. 지금 이곳 주변에는 나무들마저 새 옷을 입었다. 작가들이 직접 손뜨개질을 한 뒤 옷을 입힌 15그루의 나무들이 온기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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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면 영화를 제작한다”

대성비디오전에 출품한 타르트 팀의 박종혁 권아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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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자 소모임 타르트의 권아영, 박종혁 씨.

스물아홉살 동갑내기가 각자 영화를 찍게 된 것은 2015년이었다. 충북대 게시판에 ‘영화를 찍고 싶은 사람은 모이자’라는 전단지가 붙었다. 그렇게 처음 3~4명이 모였다. 영화제작자 모임 타르트는 박종혁, 권아영, 전동혁, 가수미 씨가 활동 중이다. 권아영 씨는 “청주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쉽지 않다. 장비도 배우도 스태프들도 청주엔 많지 않아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시나리오는 혼자 쓰지만 제작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들어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한다. 영화를 찍을 때 품앗이 하듯 스태프로 나서 경비를 절감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권 씨는 지금까지 <쉽지 않은 남자><머리><이웃닭><추잡스러워>등 5편을 찍었다. “23살 때부터 영화를 찍었다. 원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우연히 단편영화제 캠프에 참여했다가 영화를 알게 됐다.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쓴 시나리오가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글이 영상이 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는 지금은 습작의 시기라고 말한다. “아직 영화제에 출품하진 않았다. 처음 영화를 찍기 시작할 때 칸에 가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영화를 계속 찍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 장편영화 한편을 찍고 싶고,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싶다. 한국에는 여류감독이 드문데, 최초의 여류공포감독이 되는 게 꿈이다.”

영화를 찍기 위해 그는 ‘꿀알바’를 한다고 했다. “DVD방이나 PC방 알바가 시간 대비 돈을 많이 받는다. 영화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박종혁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이 모이면 영화를 찍는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청주시 문화재단에서 콘텐츠코리아랩사업의 일환으로 영화 제작비를 200만원 후원받기도 했다. 현재 <새덫>을 촬영하고 마무리 단계에 있다.”

박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 영화를 찍기 위해 공사장도 나가봤고, 다양한 일을 해봤다. 꿈이 있다면 흥행성 있는 대중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히어로물이나 음악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에 영상물을 제작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작업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정보교류도 하고 있다. 아직 데뷔하지 못한 감독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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