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송지마님 이야기 <제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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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송지마님 이야기 <제71회>
  • 이상훈
  • 승인 200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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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징벌구신화일흔한번째
"잠깐 이리 나오셔서 물건을 살펴보시지요!"

무대 위에 서있던 그 잘생긴 사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 늙은이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저벅저벅 걸어서 앞으로 나왔다. 그 늙은이는 오종종하게 생겨먹은 촌스러운 얼굴에 키가 조금 작은 편이었지만 걸치고있는 옷은 꽤나 값이 나가는 비단옷이었다.
그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 사람들이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 늙은이?"

"저어기 소나무 재너머 돈많은 과부 청송지(靑松池)댁 하인 아니야?"

"맞아! 맞아! 그 과부가 시집올 때 친정에서부터 데리고 왔다는 하인!"

"그 청송지(靑松池) 과부도 왔나?"

"저기 있잖아?"

사람들은 이렇게 수군거리며 지금 저쪽에서 시종 몇명에게 보호받듯 둘러싸여있는 어느 젊은 여인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사람들에 의해 청송지(靑松池)라 불리우고 있는 여인!
미끈하게 생긴 시녀들 틈 사이로 보여지는 그녀는 아주 값비싼 비단 채색옷에 금은 반지와 귀걸이, 그리고 진주 목거리등등으로 온몸을 온통 치장하고 있었는데, 자기에게로 갑자기 쏟아지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던지 왼손에 쥐고있던 부채를 활짝 펴들어가지고 자기 얼굴을 살짝 가렸다.

"그런데, 저 과부 집에선 왜 해마다 저렇게 눈이 멀고 말을 제대로 못하는 젊은 남자 노예들만 골라서 사간다야?"

"그,그러게 말이여."

"내가 알기로는 저 청송지(靑松池) 과부 집 안에는 저런 눈멀고 말 못하는 젊은 노예들이 꽤나 많이 있다지?"

"아, 그 집 안에 맷돌 돌리고 방아찧을 일이 그렇게도 많은감?"

"무슨 소리여? 저런 젊은애들을 사다가 하도 잘 먹이고 잘 입히는 바람에 두어달도 안되어 젖살이 모두 뽀얗게 오른다는데..."

이때 몇몇 사람들이 더 다가와 또다시 말참견을 해댔다.

"아아니, 이보게들... 도대체 시방 누구누구 얘기를 하는 거여?"

"아 왜 있잖아? 저어기, 청송지(靑松池)라고 푸른 소나무 연못이 있는 집 과부!"

"청송지(靑松池)? 아! 그렇지.... 해마다, 아니 시시때때마다 죽은 자기 남편 혼령이 비몽사몽간에 나타나 관계를 맺어주곤해서 남편이 죽은 후로도 애새끼들을 너댓명씩이나 더 까놓았다는 그 과부!"

"아, 신(神)이 들렸다고 소문이 난 그 돈많은 과부 말이로구만!"

"허허... 그나저나 참으로 희한하구만! 어떻게 죽은 남편 귀신이랑 관계를 맺어가지고 애를 다 낳는다야?"

"그러니까 신(神)이 들렸다는 거 아니겠나..."

"그게 정말이여?"

"맞아! 그 집에 찾아가 굿판을 한번이라도 벌여본 무당들이라면 죄다 그렇게 말을 한다는 거여. 틀림없이 남편 혼백이 나타나 애를 배게 해준거라고..."

"원래 쥐상으로 생겼던 죽은 남편 얼굴이랑 전혀 아닌 떡판으로 생겨먹은 애가 태어났기에 너무 이상하다 싶어 말들이 많았었는데, 나중에 무덤을 파보니까 남편 관 위에 바위돌이 콱 눌려져있어서 시체 얼굴 부분이 둥글넙적하게 변해있었다는 거야..."

"허허.... 그거 정말로 신기한 일이지."

"그러게 말이여..."

"그런데 최근엔 저 청송지(靑松池) 과부가 딸 쌍둥이까지 낳다면서?"

"맞아! 그래서 죽은 남편한테 면목이 없다며 이틀을 굶고 물만 마셔댔다누만..."

"허허... 그거 참...."

모두들 이렇게 수군수군거리며 말들이 많았지만 그러나 정작 구설수에 올라있는 그 여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펼쳐든 부채 너머로 두 눈을 빠꼼히 내밀고는 지금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부채로 눈 아래 부분을 몽땅 가리고 있는 탓에 그녀의 전체적인 미모를 자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그녀의 두 눈 주위에 붉게 감돌고 있는 기(氣)로 보건대 색(色)을 꽤나 밝히는 체질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듯 싶었다.
마침내 무대 위로 올라간 키가 작은 늙은이는 잘생긴 그 사내를 똑바로 올려쳐다보며 이렇게 먼저 물었다.

"내가 저 젊은이 몸 좀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겠소?"

"아, 좋도록 하시오. 그런데... 아다시피 노예를 산다고 미리 말만 해놓고 다가와서 노예의 몸을 요모조모 자세히 뜯어보신다면, 나중에 진짜로 사시든 안사시든 암탉 두 마리 값을 내놓으셔야할텐데요...."

"아, 그 정도쯤이야 나도 잘 알고있소이다!"

키 작은 늙은이는 이렇게 말하고나더니 갑자기 두 손뼉을 탁탁 마주쳐댔다. 그러자 무대 저 아래 쪽에서 미리 준비해가지고 있었는지 어느 사내가 꼬꼬댁거리는 암탉 두 마리를 양손에 각각 한마리씩 거머쥐어잡은 채 단숨에 달려왔다.
무대 위의 잘생긴 사내는 그 사내로부터 암탉 두마리를 건네받자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그리고는 곧장 그 암탉을 자기 동료에게 건네주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키작은 늙은이에게 다시 물었다.

"저어, 몸을 살펴보실 때 아예 공개적으로 뵈여주실라우 아니면 그냥 혼자서만 살짝 살펴보실라우?"

"아, 그건 쓸데없이 왜 묻소? 내가 닭으로 값을 치뤘으니 내 맘대로 하는거지?"

"알, 알았습니다. 그럼...."

잘생긴 사내는 조금 멋쩍은듯 머리를 손으로 탁탁 쳐대며 얼른 뒤로 물러섰다.
키작은 그 늙은이는 아까 점찍어두었던 바로 그 키가 큰 젊은이 앞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섰다.
두 눈을 잃어 버린 탓으로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의지가 크게 꺾였음인지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는 그 젊은이는 비록 마르긴 했지만 키가 크고 어깨도 다부지게 딱 벌어져있었다.
그런데 왜소한 늙은이가 지금 바로 그 앞에 다가서 있으니 그 젊은이의 체격은 더욱더 크고 우람하게 보여졌다.
키 작은 늙은이는 그 젊은이의 코밑으로 바짝 다가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먼저 말했다.

"아이야! 네 입 안을 좀 들여다보자꾸나! 입을 크게 벌리려무나!"

그러자 그 젊은 청년은 잠시 귀찮은 표정을 짓고나더니 하는 수 없다는듯 고개를 조금 내린 채 앙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으음음...."

키작은 늙은이는 까치발을 떠가지고 젊은이의 입안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치아 상태를 골고루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위아래로 잠깐 끄덕거린 다음, 이번에는 그의 팔다리 근육이며 장딴지 근육, 가슴팍 부근의 근육, 심지어 몸을 돌리게 해가지고 그의 엉덩이 근육까지도 세밀하고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자기 딴엔 크게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위아래로 연신 끄덕거리고나더니, 슬그머니 몸을 돌려 무대 어느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물론 키작은 늙은이는 무대 아래 저쪽에서 시종들과 함께 서있는 그 청송지 과부를 의식하며 쳐다봤지만 워낙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였기에 어느 누구도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키작은 늙은이는 자기 상전인듯한 그 과부로부터 그냥 무난하다는 신호를 받았음인지 고개를 위아래로 몇 번 끄덕거려본 다음, 마치 모두에게 한번 들어보라는 듯이 그 눈 멀고 키큰 젊은 노예에게 큰소리로 다시 말했다.

"얘야! 사내놈이란 모름지기 양기(陽氣)가 강하고 세어야 하느리라. 양기가 센지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선 오줌빨이 굵고 세차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지를 살펴봐야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지금 이런 자리에서 당장 오줌을 싸보라고 할 수는 없고... 어떠냐? 그냥 우리들끼리니, 자네 그것좀 앞으로 쑤욱 끄집어내가지고 뵈여줄 수 없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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