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국회의원들의초라한 주군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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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국회의원들의초라한 주군 모시기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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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형의원의 문희상 선대위원장 오보의 전말
“아무리 정치판이지만 명분있게 행동해야” 비난

지난 20일 열린우리당 문희상의원의 당권도전 기자회견장에 충북 출신 홍재형의원(청주 상당)과 이용희의원(보은 옥천 영동) 변재일의원(청원)이 배석했다. 이 시기에 맞춰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홍재형의원이 문희상의원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지방언론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 일제히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이 아예 홍의원에게 예약된 것처럼 기사화하기도 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홍재형의원측은 두가지 질문에 시달렸다. 하나는 정말 선대위원장을 맡았냐는 확인전화였고 다른 하나는 다음달로 예정된 충북도당 중앙위원 선거의 출마여부다. 확인 결과 이날 홍의원의 선대위원장 수락보도는 홍의원측의 오버였다. 일각에선 몇몇 사람의 언론플레이에 지방언론이 놀아났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왔다. 아무리 정치판이지만 충북을 대표하는 나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꼭 그런 식으로 문의원의 뒤에 서있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날 문희상의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선대본부장 배기선(부천 원미을) 대변인 전병헌(서울 동작 갑)이었고, 선대위원장은 언급도 안 됐다. 실제로 홍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얘기는 사실과 달랐다. 문희상의원 보좌진들도 이런 질문에 아주 곤혹스러워했다.

   
문희상의원의 한 측근은 22일 “홍재형의원이 우리를 돕는 것은 확실하다. 때문에 우리측도 어떠한 것이 홍의원에게 유리한지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우리 의원님(문)도 홍의원님을 아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고 도와주려고 한다. 앞으로 우리 캠프에 합류한 세분(홍재형 이용희 변재일의원을 의미)과 상의해 많은 일을 처리하겠지만 선대위원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조만간 일괄 발표될 것으로 안다”며 당일 선대위원장 미정을 분명히 했다.

홍의원이 문희상 선대위원장을 강력 요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소문제가 생겼다. 이용희의원도 선대위원장을 욕심낸 것이다. 17대 국회 최고령이자 행자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의원 역시 지명직 중앙상임위원을 원하고 있다. 여기에 변재일의원까지 캠프에 가세하자 당초 충북의 전진기지를 한명 쯤으로 생각했던 문희상측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충북도당이 홍의원측의 요구로 홍의원 선대위원장 수락 보도자료를 성급하게 낸 배경은 바로 이런 것이다. 후반기 국회의 부의장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진 이용희의원은 4월 전당대회를 통해 몸값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들 두 의원은 주변에서 말하듯 노욕이 화가 돼 엉거주춤한 직책만을 맡게 됐다. 홍의원은 지도위원, 이의원은 상임고문이라는 끗발없는 한직을 받은 것이다.

둘이 갈구했던 선대위원장은 김혁규(비례) 김명자의원(비례)에게 돌아 갔다. 일각에선 홍의원이 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황에서 이용희의원이 뒤늦게 가세하는 바람에 둘다 무산됐다는 의견을 내놓는데, 이에 대해 문희상의원 측근은 “누가 구체적으로 내정된 상황은 아니었고 활발한 얘기만 진행됐었다. 아무튼 참여한 세분 모두 우리에겐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결정하는 상임중앙위원 선거권을 가진 대의원 수의 충북 비중은 대략 전체의 3~4% 정도. 때문에 한 표가 아쉬울 문희상의원이 이를 무릅쓰고 충북출신 의원을 자신의 선대위원장에 앉힌다는 것은 큰 결단일 수도 있다. 실제로 충북 의원의 선대위원장 결정이 유동적이었던 것은 충북의 대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억측이 분분했다. 이에 대해 문의원 측근은 “정치적 현상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쨌든 홍·이의원과는 처음부터 좋은 파트너 관계였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정작 지방정가에서 궁금해하는 것은 오는 3월 19일로 예정된 충북도당 중앙위원 선거 출마 여부다. 지금까지는 홍의원을 대체할만한 대안이 없어 그의 중앙위원 출마와 도당위원장 선출이 당내에서 당연시되어 왔다. 총 72명으로 구성되는 열린우리당 중앙위원과 관련해 충북에선 의무인 여성지분 1명을 포함 모두 3명이 선출되는데 이중 최다 득표자가 도당위원장을 맡게 된다.

당내 최고 의결기관인 상임중앙위원회는 오는 4월2일 전당대회에서 뽑을 선출직 5명과 당의장이 지명하는 2명 , 그리고 원내대표 등 총 8명으로 구성되는데 문희상의원의 선대위원장은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의 1순위가 될 공산이 크다. 어쨌든 홍의원이 문희상 캠프에 참여, 지명직 상임위원을 원하는 이상 충북도당 선거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과, 여러 변수를 감안해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당내에 혼재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충북이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계속 홍의원을 밀어 중책을 맡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끌어 내리면 충북은 또 한참동안 정치적 공백기를 갖게 된다. 충북도당의 중앙위원 선거도 홍의원의 입지를 넓히는 쪽으로 방향설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여러 소장파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번 청주시 당원협의회장 선거의 새바람을 주도한 한 핵심 당원은 이런 논리에 정면으로 들이댔다. “언제까지 홍재형 타령만 할 것인가. 나는 이것을 특정 인물 위주로 정치를 재단하는 구태적 시각의 대표적인 병폐라고 본다. 홍의원도 처음엔 초선이었다. 그렇다면 홍의원을 제외한 지금의 초선들도 키워야 하지 않는가. 당장 아쉽다고 모든 안테나를 홍의원에게만 맞춘다면 큰 문제다. 홍의원이 잘못될 경우 그럼 충북은 만세를 부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곳의 편협적인 시각이 너무 안타깝다. 홍의원이 중앙직에 뜻이 있는만큼 당당하게 승부를 걸어야지 이것 안 되면 저것 식으로 처신하면 안 된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행동했으면 한다.”

4월 2일 전당대회에 앞서 상임중앙위원 후보들은 3월 3일 예비후보등록을 거쳐 10일 예비선거를 치르게 된다. 충북도당의 중앙위원 선거는 3월 19일이기 때문에 홍의원의 입장에선 큰 부담없이 두 가지 대사를 다 거칠 수 있다. 하지만 당원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당원협의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평당원과 대의원들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라 예전처럼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다.

   
홍의원 측근은 “앞으로 선택에 있어 결코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고 밝혀 순리에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만약 홍의원이 후배(?)를 위해 충북도당 중앙위원 선거를 포기할 경우 이 자리를 노릴 사람들은 많다. 노영민의원(청주 흥덕 을)은 일찌감치 중앙위원 출마의사를 밝혔고, 오제세(흥덕 갑) 이시종(충주) 변재일의원(청원)도 언제든지 정치적 신분상승을 위해 선거에 뛰어 들 수 있다.

이시종의원측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중앙위원에 별 관심이 없다가 최근에야 조금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관심표명 정도다. 홍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역 의원들이 결국 조율하지 않겠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혜숙의원(비례)의 의지는 더욱 강하다. 이미 그의 측근(?)들이 당원들을 상대로 여론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원의 경우 다른 여성이 출마하지 않는 한 의무적으로 뽑아야 할 여성 지분 때문에 중앙위원 선점이 가능하다. 이 마당에 강의원이 노릴 수 있는 것은 당내 혹은 국회직 여성위원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여성에게 할당되는 ‘선처’에 의한 중앙위원에 만족할 게 아니라 남성들과 겨뤄 당당하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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