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정치인 빚내서 국회의원 한다면서 재산은 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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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정치인 빚내서 국회의원 한다면서 재산은 왜 늘어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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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의 가장 큰 특징은 ‘돈’의 정치를 불식시킨다는 것. 실제로 정치자금의 공개모집이 금지당한 17대 국회의원들의 주머니 사정이 예전같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유수의 언론들이 17대 국회의원들의 궁핍함을 기획기사로 다뤘고,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의사당 근처 오피스텔이나 쪽방에서 근근히 생활하는 몇몇 국회의원들의 사례로 17대 국회의 청렴함을 믿어 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을 접한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돈이 없어 쩔쩔맨다던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줄기는커녕 왕창 늘어 난 것이다. 총 294명의 국회의원중 무려 3분의 2 이상이 재산을 불렸고, 1인당 평균 증가액도 9300만원이나 됐다. 물론 형편이 좋은 국회의원들 때문에 관련 지수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17대 국회의원들이 입만 열면 자랑하던(?) 돈 쪼들림이 과연 사실인가 아닌가부터 의심스럽게 됐다. 언론에 보도된대로 많은 국회의원들이 빚을 내 의정활동을 벌였다면 당연히 재산도 줄었어야 설득력을 갖는다.

   

도내 국회의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비례대표 강혜숙의원만 800만원이 줄었을 뿐 나머지는 당선 후 최초 신고액에서 적게는 3000만원대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재산이 늘었다.<5면기사 참조> 도내 국회의원들도 그동안 예외없이 주변에 돈가뭄을 호소하는 바람에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유권자에게 되레 대접받는 사례가 많았다. 주변으로부터 각종 청탁을 받을 때도 으레 방어용으로 동원되는 것이 문제의 ‘돈 고생’이었는데 막상 이들의 재산이 늘어났다는 소식에 대체적인 반응은 “그러면 그렇지”였다. 몇몇 보좌관들의 경우 빚을 내 의정활동을 보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있었는데, “그럼 국회의원들이 보좌진들의 주머니를 털어 활동하고 자신은 재산을 불렸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해’임을 강변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숫자상의 재산이 증액된 것은 실제로 그만큼의 돈이 늘었다기보다는 서류상의 재산증가에 불과하다. 예들 들어 가지고 있는 땅값이 올랐다고 해서 그게 다 돈으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재산의 이동 과정이나 소유관계의 변화 등에 따라선 서류상의 재산은 얼마든지 뜀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R>
어쨌든 정치자금법 개정을 모색하던 17대 국회는 이번 재산공개로 심한 역풍을 맞게 됐다. 이미 여론은 “믿지 못하겠다”로 집약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후원행사 부활과 기업후원 한도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의원 1인당 연간 후원액 상한선을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암중 모색해 왔다. 과연 17대 국회가 ‘정치인들의 말은 죽어서야 믿을 수 있다’는 불문율(?)을 깨고 앞으로도 얼마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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