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국제학술회의 성사 주역 서원대 김진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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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국제학술회의 성사 주역 서원대 김진국 교수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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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지자체·대학 교류 물꼬 틀 것 기대”
한대수 청주시장 방북, ‘직지’ 세계화 방안 등 토론

서원대가 대형 사고를 터뜨렸다.
국내 유명 대학을 제치고 대학 최초로 평양에서 남북한 학자가 참여하는 학술대회를 성사시킨 것이다.

다음달 20일부터 27일 까지 8일간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남측 19명, 북측 10명, 중국 연변대 4명 등 33명이 참가하며 ▲일제 강점기 동북아 지역에서의 반일 투쟁 ▲한민족 전통문화의 정체성 회복 방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직지’의 문화적 의미와 세계화 방안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과 독도 및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특히 ‘직지’ 문제가 주제로 선정됨에 따라 한대수 시장 등 청주지역 직지 관계자들도 참석, 지자체 차원의 교류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국대 대학 최초로 평양에서 남북 학술대회 개최를 성사시킨 김진국 서원대 교수(기획홍보처장).

지난해 4월 서울 학술회의서 전격 제안
평양 학술대회 성사의 주역 서원대 김진국 교수(기획홍보처장·정치행정)는 “지난해 4월 정신문화연구원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남북한 국제학술회의에서 처음 논의됐다. 서원대가 학술대회에 참석한 북한 최상순 조선사회과학자협회 부위원장에게 제안했고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최 부위원장이 ‘못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8월(2004년)에 연변에서 열릴 학술회의에서 자세히 얘기하자’며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최상순 조선사회과학자협회 부위원장은 김일성종합대학의 총장급 인사로 북한 학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로 이 때부터 학술대회 실무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북측과 연락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 없어 학술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중국 연변대학을 통해 의견을 전달해야 했으며 북핵 문제도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었다. 상호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사 여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서울이 아닌 지방 대학이 추진하는 것이라는 점도 무게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1년이 지난 2005년 4월 중국 심양의 북한영사관에서 있은 예비접촉 당시 까지 이어졌다.
김 교수가 직접 참석한 예비접촉에서 6월에 평양이나 백두산에서 개최할 것에 의견을 모았지만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시기적으로도 너무 촉박해 회의적인 분위기 마저 감돌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7월 20일부터 27일 까지로 일정이 확정되고서야 실감이 났다. 평양 행사니 만큼 추진 과정에서 보안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지만 최근의 남북 관계 분위기로 인해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남북 공동 ‘직지 세계화·직지 찾기’ 운동 계기
평양학술대회에서 논의될 주제들은 분단이 나은 우리 민족의 풀어야 할 과제들이라는 점에서 학자들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에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우선 일제 강점기의 동북아 지역 항일투쟁은 남과 북의 이념 차이로 그 시각과 관점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자리에서 남과 북, 중국의 동포 학자가 이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학술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분단이 반세기를 훌쩍 넘기면서 전통문화의 이질성도 심화되고 있다. 이념적인 측면이 작용했겠지만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통일이 된다 해도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민족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남북한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평양 학술대회의 백미는 ‘직지’를 비중 있는 주제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항일투쟁이나 전통문화 정체성, 독도 및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간 논의가 진행되지만 직지 문제는 청주지역이 아니면 깊이 있는 학술 교류가 힘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북에서도 직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직지를 주제로 포함하자고 제의할 때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해 뒀지만 의외로 우리 보다 더 적극적으로 흔쾌히 수용했다. 뿐만아니라 직지를 연구하고 싶지만 자료가 없다며 자료 제공을 요구해 왔다. 특히 북한에서 직지 찾기 운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북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제안했는데 이 또한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직지찾기 운동이 북한 전역에서도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의 대북교류 ‘물꼬’
‘직지’ 문제와 함께 청주시장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 것도 평양 학술대회의 큰 부산물이다.
강태재 직지포럼 대표가 직지 관련 발제자로, 한대수 시장과 연철흠·장기명 청주시의원이 토론자로 평양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단체장 등이 통일행사와 경협 문제로 방북한 경우는 있었지만 ‘직지’를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의 경우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실무협의 과정에서 청주 얘기도 많이 오갔다. 지방화시대에 건실한 지역과 교류를 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북측의 뜻을 전달 받기도 했으며 직지 세계화 운동의 중심에 청주가 있다는 점에서 북에서도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평양 뿐 아니라 청주에서도 학술대회 개최가 추진되는 등 대북교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6·15공동선언 5주년을 맞는 의미로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이며 올 해 안에 청주에서도 학술회의를 열기로 북측과 합의 했다. 청주 학술회의는 9월 초 열리는 직지축제에 맞춰 개최될 가능성이 크며 평양 회의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고무적인 것은 평양 학술대회에 대한 북측의 입장이다. 북측은 학술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의전 수준을 격상시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급으로 하겠다고 전해 왔다.

이는 민간차원의 방북으로는 이례적인 것으로 학술대회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북측 평가 수준을 가늠케 하는 것으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고위 인사가 남측 참가자들을 직접 영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평양 학술대회 성사가 직지세계화 뿐 아니라 지자체 대북 교류의 물꼬를 틈으로서 지방화 시대에 청주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1회성 행사가 아닌 연례행사로 발전시켜 북측 대학과의 자매결연, 교수·학생들의 상호 교류 등 서원대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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