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숨고’가해자는 ‘활개치는’성추행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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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숨고’가해자는 ‘활개치는’성추행사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5.06.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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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책위 “영동부군수 사건 합의 문제 있다”며 합의내용 공개 요구

피해자 A씨 중국으로 출국, 4명의 난계국악단원도 성추행 당했다며 진정

최근 충북도내에서 굵직굵직한 성폭력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영동부군수의 난계국악단 여성단원 성추행 사건에 이어 서원대 교수들의 학생 성추행, 옥천사랑의 집 원생 성폭행, 연쇄살인범의 진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더욱이 13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연쇄살인범 김 모씨는 최 모양을 목졸라 죽이고 사체까지 인근 야산에 암매장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충북공동대책위는 5월 24일 발족식을 갖고 영동부군수 성추행 사건 해결에 전격 나섰다. / 육성준 기자
6시간 동안 계속된 대질조사
이에 따라 충북지역 여성계는 지난 14일 회의를 열고 이러한 성폭력사건에 적극 대처키로 했다. 난계국악단장인 영동부군수는 지난 2004년 여러 명의 여성단원에게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나 지속적인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여성단원들을 괴롭혔다는 점에서 여성계는 분노하고 있고, 관련단체인 영동부군수 성추행사건 해결을 위한 충북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와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이원종 지사에게 부군수를 해임조치 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부군수에 대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 피해자 A씨는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한 것을 지난 3일 취하하고 중국으로 출국했으나, 나머지 4명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추가 진정한 상태여서 이 문제는 ‘진행형’이다. 더욱이 공동대책위는 A씨가 진정을 취하한 것도 자의가 아니고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문을 던져 주었다. 이들은 ‘청주지방노동사무소의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조사관행에 관한 공대위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동부군수 성추행 사건에 관련한 조사가 6월 2~3일 이뤄졌고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대질조사가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여성부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대질조사를 하지 않고, 하더라도 사실 확인 정도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나 정 모 근로감독관은 자신의 재량권이라고 하면서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구나 급한 일을 처리한다면서 진정인과 피진정인만 조사실에 남겨두고 자리를 비우는 행태까지 보여주었다”며 “이 결과 피해자가 진정을 취소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이 공개적인 현장에서 벌어졌음에도 증인 조사도 하지 않고, 대책위 관계자들에게조차도 조사 내용을 말하지 말도록 한 것은 조사기관에서 진정인에게 진정 취하와 합의를 유도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따라서 이는 피해여성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또 하나의 폭력이며 조사관의 재량권은 성폭력의 실상을 밝히는데 있지 은폐하고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청주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공동대책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해당 인사권자에게 가해자의 징계를 요구하려면 명확한 사실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성희롱은 물적 증거가 없어 조사를 오래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여성근로자가 성희롱내지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면 강력하게 조사하고 조치를 내린다. 두 사람이 합의한 것은 자기 판단에 따라 한 것이다. 우리가 뭐가 답답해서 합의시키느냐. 나머지 4명이 추가 진정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사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여성만 피해입는 성폭력사건
그러나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도내 여성계에서는 노동사무소의 조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 등 청주지역 관련 여성단체는 이 사실을 접하고 노동부에 지도감독을 의뢰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성폭력사건을 다루는 부처가 철저한 조사를 하도록 여성부에게 관리감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차재숙 공동대책위 대표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합의한 내용을 발설하면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했다는데 이것은 엄밀한 협박이다. 또 피해자가 ‘조사과정에서 가해자인 부군수가 나를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다’는 것을 후배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청주지방노동사무소의 이번 조사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인 것이다. 근로감독관이 있는 자리에서 부군수가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로감독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며 “6시간 동안 가해자 입장을 고려한 대질조사를 벌인 것에 대해 문제를 삼고 이 날 합의내용이 어떤 것인지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밝혀낼 것”이라고 강도 높게 말했다.

조사가 끝난 뒤 부군수가 합의서를 가지고 다니며 사건이 모두 종결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그는 피해자가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동지역에서 ‘돈받고 합의했느냐’ ‘성희롱을 즐길 건 아니냐’는 등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부군수는 또 관계자 8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을 14일 취하하고 추가진정한 4명에게 진정을 취하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차 대표는 “담당 공무원들이 돌아가며 진정을 취하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인들은 부군수가 혐의를 인정하고 공개사과하거나, 공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지방노동사무소장은 공동대책위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근로감독관을 교체하고 피해자측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요구하는 입회원, 인권변호사 등이 조사과정에 들어와도 좋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어서 추가 진정한 다른 4명의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 A씨에 대한 이번 조사는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어떻게 다루는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했다고 할지라도 피해자인 여성이 어떤 고통을 받고, 가해자인 남성은 어떻게 빠져나가는 가를 단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충북도 관계공무원은 “영동부군수 건은 형사사건이기 때문에 충북도에서는 노동사무소의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다. 고소·고발되면 도에서는 관여하지 않고 결과가 나온 뒤 적절한 징계여부를 결정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항간에서는 성추행 문제로 물의를 빚는 부군수를 이원종 지사는 왜 ‘강건너 불구경’식으로 가만히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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