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가슴에 묻고 간병인 생활로 새 삶 찾은 조영자 청주YWCA 샛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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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가슴에 묻고 간병인 생활로 새 삶 찾은 조영자 청주YWCA 샛별회 회장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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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40)씨는 청주YWCA 간병인 모임 ‘샛별회’ 회장이다. 조씨는 지난 11일 청주YWCA 40주년기념 회원만남의 날에 YWCA와의 인연을 발표해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가 간병인을 하게 된 동기가 매우 가슴아픈 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큰 아이를 11살에, 작은 아이를 생후 13일만에 선천성 심장병으로 잃었다. 남편이 결혼 전 심장병을 앓고 수술을 받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두 아이 모두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아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 것.

그래서 주변사람으로부터 간병인 교육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망설이던 끝에 그는 2000년 청주YWCA에서 간병인 교육을 받았다. 이후 충북대병원, 신탄진 보훈병원, 대전대 한방병원 등지에서 억척스런 간병인 생활이 시작된다.

조씨의 말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 큰 아이는 2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 하느님 곁으로 갔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간호하면서 안해 본 게 없다. 간병인 교육을 받기 전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를 간호하면서 우리 아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용기를 주면 좋아한다. 이럴 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한없이 고맙다. 그동안 내가 간호한 환자들과는 가족처럼 잘 지낸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기막힌 고통을 겪고 새 삶을 찾은 그는 현재 대전대 한방병원에서 간병인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아침 9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9시 30분까지 일하고 하루 쉰 뒤 다시 출근하는 일을 반복하는 조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신앙심이 매우 깊다. 까다로운 환자나 보호자를 만나면 전에는 투덜거렸으나 이제는 ‘악한 사람에게 선을 베풀면 그 사람도 선해진다. 진실은 통한다’고 믿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주변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데 환자 돌보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사람은 고난과 아픔을 겪으면 성품이 바뀌는가 보다”며 함박웃음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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