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생산의 25%차지,충북인삼 ‘무명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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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생산의 25%차지,충북인삼 ‘무명 설움’
  • 충청리뷰
  • 승인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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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에 걸맞지 않게 ‘명성’과 ‘힘’ 잃어
유통 기능 전무… 단순 하청 생산 기지화
한세기에 가까운 재배역사를 갖고 있는 충북인삼이 국내 인삼산업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에도 불구, 철저히 무명의 설움을 겪고 있다. ‘강화’ ‘풍기’ ‘금산’ 등, 재배보다는 유통의 중심지로서 변신한 국내 3대 인삼 고장의 이름은 세간에 깊이 각인돼 있는 반면 정작 전국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인삼의 주력 생산기지로 부상한 충북인삼은 존재조차 있었는가 싶을 만큼 철저히 망각의 영역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충북에서 인삼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00년전인 20세기 초부터 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충북의 인삼 경작면적이 점차 늘게됐고, 이에따라 인삼사업을 전담할 목적으로 인삼협동조합이 도내에 처음 개설된 것은 1951년 괴산 청안에서였다. 충북도 원예유통과 관계자는 “충북은 주로 홍삼제조를 위한 6년근 재배를 중심으로 인삼농업이 발달해 왔다”고 말했다. 홍삼은 96년 7월1일 홍삼전매법이 폐지되기 전까지 전매청에 이어 현재의 담배인삼공사가 독점해 왔고, 농민들은 독점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재배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인삼 생산량은 80년대 이래 전국 총생산량의 20%대를 상회하고 있다.
90년 충북의 인삼경작 면적과 생산량은 2070ha에 2408t에 이르러 전국대비 면적은 16.9%, 생산량은 17.3%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96년에는 면적 및 생산량 비중이 각각 20.1%와 32.7%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도표)
이처럼 충북이 전국대비 25%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인삼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성장한 것은 소위 ‘3∼4%’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충북으로선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충북의 인삼경작 면적은 2124ha로 전국 경작면적의 23.2%를 점유, 전북(2205ha·24.1%)에 이어 두 번째 규모를 차지했다.
충북인삼조합 유중현 총무부장은 “인삼은 연작장애가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타지에서 들어와 농사를 짓거나 충북 농민이 전라도와 충남 등지로 나가서 농사를 짓는, 이른바 ‘출입(出入)경작’이 성행하고 있다”며 “도내 인삼산업의 규모는 연 400억∼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대농인 경우 1년에 7만∼8만평씩 심는 농민이 있는데 이들의 연 조수익은 2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충북인삼은 대내외의 구조적 문제점들로 인해 제 덩치에 맞지 않게 무기력 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내 인삼 시장은 풍기 강화 금산 지역의 전문 인삼 수집상들에 의해 장악돼 있는 형국으로, 충북인삼의 거의 대부분이 금산으로 유출돼 금산인삼으로 판매되고 있다. 충북인삼의 고유 브랜드가 없다보니 단순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충북인삼이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연작장애(連作障碍)가 큰 인삼의 재배특성상 언젠가는 충북인삼의 생산터전이 말라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인삼 경작농과 충북인삼조합 등 관계자들은 “충북의 인삼 대체경작지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앞으로 길어야 20년후면 인삼을 재배할 수 있는 예정지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기간안에 충북인삼의 미래를 확보할 특단의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삼고장으로 유명한 금산은 정작 전국대비 1% 밖에 인삼을 생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의 명성을 훌륭한 유산으로 삼아 인삼의 재배보다는 인삼유통의 중심지로 변신한 때문입니다.”
인삼 관계자들은 충북인삼의 미래 좌표는 금산이 이뤄낸 성공에서 어떤 교훈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임철의 기자

충북인삼 중심지는 증평
증평이 충북인삼의 메카로서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증평이 인삼메카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72년. 충북인삼협동조조합 본 조합이 증평에 설립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도내 최대 경작지인 괴산과 음성은 물론 청주·청원과의 근접성까지 확보한 증평이 인삼센터의 최적지로 선택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는 지 모른다.
더구나 협동조합 통합전인 96년 당시 인삼협동조합 중앙회가 증평읍 도안면에 ‘고려인삼창’을 설립한 데 이어 97년에 충북인삼조합이 고려인삼창 바로 옆에 인삼종합처리장을 세움으로써 증평의 인삼 종주권은 더욱 강화됐다. 현재 백지화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주병덕 지사 시절 충북도가 인삼타운을 증평에 건설하려던 것도 증평의 이런 위상을 감안한 때문이었다.
한편 증평 고려인삼창과 인삼종합처리장이 농-축-인삼협 통합이후 눈부신 매출신장세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고려인삼창 경우 2000년에 16억원이 채 안되던 매출액이 올 7월말에 벌써 88억 7400만원을 기록하고 있고, 인삼종합처리장 역시 매출호조가 이어지면서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 23억원보다 거의 2배 가까운 41억원으로 잡았다. 충청북도 증평출장소 역시 이런 지역의 상징을 활용, 지역의 캐릭터로 인삼을 의인화한 삼돌이와 삼순이를 채택했으며, 지역문화행사도 ‘인삼축제’(올해의 경우 10월3∼5일간 개최예정)로 명명했다. 증평출장소 관계자는 “출장소가 자치단체가 아닌 관계로 인삼 발전을 위한 지역특화 정책을 개발,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충북도의 획기적인 관심과 지원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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