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중부내륙철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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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중부내륙철도 논란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3.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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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안은 일부러 공사비 많이 들이기 위한 듯”
확정된 것 없다면서도 속속 관련 절차 진행 ‘의혹


최근 지방언론에 중부내륙철도 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주로 충주권의 지방뉴스로 취급됐지만 문제의 중부내륙철도는 충북의 현안중에서도 핵심 사항에 속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중부내륙철도는 열린우리당 정동영의 공주역 발언으로 다시 촉발된 호남고속철 오송분기역 논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심각하고도 민감한 쟁점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계속된 언론보도에도 불구, 단 한번도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인식이 청주와 충주 사이에서 똑같이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유독 이 문제에서만큼은 그 괴리감이 더 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2조원이 넘는 엄청난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중부내륙철도 사업이 이처럼 지역에 국한된 지엽적인 문제로 취급되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접근해도 오송분기역이 청주권의 미래를 담보한다면 중부내륙철도는 충주를 비롯한 도내 북부권의 앞날을 궁극적으로 책임질 국책사업의 성격을 띤다. 이런 과업이 제대로 된 공론화의 과정이 생략된 채 물밑에서만 진행되고 있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향후 어느 시점에서 밖으로 표출될 경우 엄청난 파장과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마치 호남고속철 노선이 정부와 정치권 입맛대로 계획됐다가 뉘늦게 문제가 되면서 무려 10년여 ‘투쟁’을 불러 온 전례의 ‘닮은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이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중부내륙철도는 지난 99년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의해 처음 입안된 것으로, 수도권인 경기 이천이나 여주를 기점으로 충주를 거쳐 경북 문경을 잇는 총 연장 95.8㎞의 단선 전철을 개설하는 국책사업이다. 당초엔 사업기간 2005~2014년에, 사업비 1조1659억원으로 계획됐으나 실제적인 총사업비 규모는 2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사업은 부분적인 예산확보가 이뤄지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본계획이 수립중이다. 때문에 아직까지 철도 노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건설교통부 철도건설팀 관계자도 “노선 문제에 있어선 아직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주관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지난 2월 21일 용역사인 (주)한국철도기술공사를 내세워 가진 ‘기본계획보고서’ 자문회의에서 일단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이날 참석자들에 따르면 중부내륙철도의 노선안 중 여주보다는 이천을 시발로 하는 노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고, 결국 이천 부발~장호원~앙성~가금~충주~수안보~연풍~문경 구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이 노선은 이천과 문경을 직선으로 잇지 않고, 한참이나 돌아 가는 곡선형을 이루기 때문에 처음부터 반발에 부딪쳤다.(그림 참조)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한 박일선 충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자문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는데 그날 그 자리에 가서야 건설교통부 안을 접하게 됐다. 첫 눈에도 이건 아니다 싶어 이의를 제기했더니 주최측에선 자꾸 논의를 끝내려고만 하더라. 동네에서 하찮은 길을 내더라도 우선 효율성부터 따지게 되는데 건교부가 제시한 안은 마치 일부러 작심하고 꼬불꼬불한 입지만을 골라서 노선을 택한 것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되면 공사비가 훨씬 더 들어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로 인한 환경파괴나 훼손이 배가될 것이다. 이런 안을 놓고 의견을 내라니 기가 막혔다. 건교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가안으로 제시하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 아무리 시안을 만들더라도 이해 당사자나 관련자들의 얘기를 먼저 듣고 입안하는 게 순서 아니냐. 적어도 노선안이 만들어지기 전에 공청회나 정책토론회가 앞섰어야 정상이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자문위원 위촉을 받아들였지 시행청의 의도대로 적당히 제도권(?)으로 들어가 박수나 치기 위해 자문위원을 수락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건교부의 노선안에 대해 현재 가장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하는 단체가 충주환경운동연합이다. 최근 충주지역에서 중부내륙철도 관련 기사가 양산된 것도 충주환경련의 문제 제기가 결정적 계기였다.

 충주환경련은 건교부 자문회의를 기점으로 행정당국은 물론 지역구 이시종 국회의원(열린우리당)에게 수차례 정책토론회 내지 간담회를 제안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미온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성사되지 않았다. 환경련측은 건교부 안에 맞서 이천~문경간 직선 노선이 향후 지역발전 및 환경적 측면, 그리고 사업비 측면에서도 훨씬 바람직하다며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충주환경련 박일선 공동대표는 “누가 봐도 건교부의 안은 상식을 벗어 난다. 시간도 더 걸리고 공사비도 더 늘고 또 지역발전 유발효과도 휠씬 덜한 노선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무슨 정치적 배경(?)이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당연히 노선은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교부 안은 당장 살펴 봐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우회노선이기 때문에 중부내륙철도의 수도권(이천), 영남권(문경) 도달 시간이 필연적으로 길어진다. 이는 철도경쟁력 자체를 저하시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한강과 달천을 각각 2회씩 통과하면서 환경파괴는 물론 교량설치로 엄청난 예산낭비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남한강엔 목계철교(975m) 목행철교(1725m)가, 달천엔 단월철교(3400m) 향산철교(1350m)가 각각 놓이게 되는데, 만약 환경련 대안으로 노선을 택한다면 철교는 달천구간에 단 1개만 개설하면 된다.

특히 환경련측의 대안을 택할 경우 주덕~이류를 통과하는 국도 3호선을 따라 철로가 놓이기 때문에 이곳에 이미 입지선정된 기업도시와 첨단산업단지와의 연계성, 그리고 인근 충주대와 극동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결정적 단초가 되는 것이다.

건교부 안은 충주시의 상징인 탄금호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충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탄금호 관광화사업에도 정면으로 역행한다.

건교부 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더 직설적이다. 충주대 건설도시공학과 권일교수는 “처음 건교부 자료를 봤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여건과 요인을 감안해도 건교부가 제시한 노선은 절대 합리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별도 기사>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할 사항은 없다. 다만 모든 의견과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바람직한 노선을 결정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모든 국가 정책사업이 늘 그렇듯 혜택을 받는 곳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불만을 갖는 곳도 있다.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저쪽(충주)에서 너무 조급하게 여론을 이끄는 것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충주환경련이 요구하는 정책토론회에 대해선 “현재로선 계획이나 예정된 게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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