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그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 복잡한 득실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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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그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 복잡한 득실 계산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6.08.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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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형 의원은 왜 도당위원장을 버렸나?
1006번 이용희 뜨고, 노영민은 Key리더로

5.31 지방선거가 끝난 뒤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전국 어디랄 것도 없이 방방곡곡에서 참패를 당함으로써 대권을 장악한 여당이지만 지방정권에 있어서는 소수 야당의 지위를 뼈저리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홍재형 도당위원장이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6월21일 차순위 중앙위원인 노영민 의원이 도당위원장 자리를 승계했다. 전국 16개 시도당 위원장 가운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위원장은 홍 전 위원장 외에 박병선 대전시당 위원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의 속내는 ‘그래도 잘 싸웠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분위기다. 12개 시장·군수 가운데 4석을 차지했고 시·군의회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명암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번 지방선거로 말미암아 이용희 의원의 주가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지방선거 전 여당 몫의 국회 부의장에 내정된 상태에서 선거가 끝난 뒤 이 의원의 부의장 등극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은, 옥천, 영동 등 남부 3군의 군수선거에서 모두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고 도지사 선거의 경우에도 최일선에서 물적, 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희 의원의 관용차 번호판은 1006번. 국회의장 1001번, 대법원장 1002번, 헌법재판소장 1003번, 국무총리 1005번에 이어 5번째다. 이 것이 이용희 의원이 서있는 자리다.

   
      ▲ 이용희 의원                                       ▲ 홍재형 의원                                 ▲ 노영민 의원
홍재형 의원의 배수진 50% 성공
홍재형 의원이 다른 시도당위원장과 달리 굳이 도당위원장 자리를 던진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도 타 시도에 비해 선전한 충북에서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상임위원회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며 배수진을 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제부총리 경력에다 곡절은 있었지만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부터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당위원장 자리에 갇혀 중앙무대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진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충북지사 출마 권유도 고심 끝에 물리쳤고 정계은퇴가 아니라면 3선 도전이 유일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아 임기 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청사진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밑그림처럼 홍 의원 몫으로 상임위원장 자리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서재관 의원과 함께 충북에서 2명이 건설교통위원회에 배정된 것이다. 건설교통위의 정원은 25명 안팎이지만 여기에 여당 몫은 10여명 남짓에 불과해 한 시·도에서 2명이 건교위에 배정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 D씨는 이에 대해 “홍 의원으로서는 사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충북의 입장에서도 건교위원 두 자리를 확보한 것은 확실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의원 정계개편의 중심부에
2005년 3월 도당위원장 선거에서 홍재형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가 무릎을 꿇었던 노영민 의원은 1년여만에 홍 의원의 사퇴로 꿈에 그리던 자리를 승계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고사의 뜻을 나타내며 위원장 자리를 덥썩 받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용희 의원이 “도당위원장을 맡지 않으려면 금배지도 같이 떼라”고 엄포를 놓았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이와 관련해서는 도당위원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의원들이 여럿인 상황에서 정통성을 확보하고 힘을 받기 위한 일련의 작전(?)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영민 도당위원장 체제는 순항중이다. 이용희 의원이 뒤를 받치고, 17대 초반기부터 그리 매끄럽지만은 않았던 홍재형 의원과의 관계 설정도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상호 조력자의 관계로 재정립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노영민 의원과 동지적 관계에 있는 김근태 당의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물밑을 흐르지만 향후 정계개편 논의 등에 있어서도 노 의원은 중심부에 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외부에서 선장을 데려올 수 있다”며 대통령 후보의 외부 영입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고건 전 총리와 노 의원 사이에는 비록 한다리를 건너서지만 탄탄한 고리가 연결돼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노 의원을 정치에 입문시킨 후견인이 현재 고건 전 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노 의원의 청주고, 연세대 선배이면서 학생운동으로 맺어진 동지적 관계다. 이밖에 역시 고건 전 총리의 최측근 가운데 1명인 홍석기씨도 노 의원과 연세대 동기다. 이래저래 대선을 앞두고 노 의원의 해결사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함께 가는 의원, 홀로 걷는 의원
어찌 됐든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도내 국회의원들의 조직력과 행동유형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 것은 분명하다. 몇몇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기초의회 선거 챙기기에 급급해 ‘다음 총선만 안중에 있다’는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특히 최근 실시된 도내 중북부 수해복구 활동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Q의원은 동료의원들로부터도 빈축을 샀다는 후문이다. 관료 출신인 Q의원의 스타일은 혼자 일을 하고 공을 나누지 않으려는 유형이다.

수해복구 작업에 참여했던 E씨는 “별도의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도내 국회의원들의 수해복구 사업에서 200만원의 현찰을 내는 의원도 있고, 수건을 단체 주문하거나 점심식사를 내는 등 자발적인 참여가 돋보였지만 Q의원은 물론 Q의원실에서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좌관 F씨도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어찌보면 생존본능이다. 그러나 도지사 선거 등 지방선거 전반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지방 정부에 예산만 따다주는 것이 아니라 도당 차원에서 기획하고 자체적으로 청사진을 그리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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