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주유소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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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주유소가 사라진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08.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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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벌써 7개소 감소… 땅값·국제유가 상승 원인
주유업계 원스톱 정비·쇼핑 할인권 퓨전 경영화

경기 불황에 도내 주유소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 주유소협회 충북도지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벌써 7개소의 주유소가 문을 닫아 현재 720여개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매년 3∼4개의 주유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여닫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곳이 문을 닫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청원군 국도변의 한 주유소. 충남 연기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입점과 오창과학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 택지개발이 부동산 호재를 불러오면서 최근 3년 새 땅값이 두배 이상 올랐다. 또 주유소 부지의 월세가 덩달아 급증했다. 이 주유소 땅의 평당 시세는 조성당시 불과 3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60∼7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또 도심에서 가까울수록 아파트 분양가에 해당하는 평당 700∼800만원부터 심지어 2100여 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는 "도시계획에 따라 신도로가 생겨 나면서 구도로에 조성됐던 주유소는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며 "하지만 문을 닫는 주유소 대부분은 경기불황이 주된 원인이다. 즉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자연도태'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유소는 평당 2000만원이 넘는 땅에 지어서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정유업계의 정설이다"며 "최근에 기름 값이 너무 올라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땅 주인이 요구하는 월세를 대기 힘들다. 따라서 도심 주유소도 점차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 값도 도내 주유소의 폐업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원유가가 급등하면서 주유소에 공급되는 휘발유등 석유제품의 가격도 동반상승했다. 올해 1월 첫째 주 휘발유 공시 가격(한국 석유공사 자율변동 유가)은 1ℓ당 1266원, 하지만 이달 15일에는 1ℓ에 1544원까지 올랐다. 이는 무려 ℓ당 278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단골 주유소를 외면하고 기름 값이 싼 외곽지역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따라서 도심지역 주유소들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유가와 경기불황에 도내 주유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땅값이 비싼 도심의 주유소와 신도로의 개발로 뒤안길로 나앉은 구도로의 주유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름 값 경쟁… 자멸의 길 부추겨
"외곽지역으로 갈수록 기름 값이 싸다. 정유사 간 마진율이 달라 같은 지역에서도 가격이 천차만별…" 고향이 괴산·보은·증평인 사람들은 청주 도심을 벗어날수록 기름 값이 싸다고 '이구동성'이다. 15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정유사별 휘발유 가격은 1ℓ당 최저 1450원에서 최고 1544원까지 기록했다. 반면 같은 날 외곽지역은 1357원에서 1400원까지 무려 144원의 차이를 보였다.

가격 차이는 같은 지역에서 정유사별로도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청주 용암동 SK는 1ℓ당 1490원인데 반해 현대는 1407원으로 83원 차이를 보였다. 같은 회사별로도 SK 청주 용암동은 1489원인데 반해 인근 영운동은 1419원으로 70원 차이를 보였다. 이같이 각 정유사와 지역별로 가격차이가 큰 것은 정부의 소비자 고시가가 사라지고 환율에 따른 '유가 자율 변동제'가 실시되면서 '가격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격경쟁은 한 때 정유사들의 출혈경쟁을 낳은 적도 있다. 정유사들은 이중가격제를 통해 시장 지배력이 강한 곳에는 평균 현물가보다 비싸게, 시장점유율이 낮은 지역에서는 현물가보다 싸게 팔았던 것이다. 물론 정유사들의 경쟁 심리를 이용해 선물시장에서 싸게 구입한 유가에 마진을 높게 붙여 판매하는 일부 브랜드 없는(Nonbrand) 회사들은 가격경쟁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도내에는 현재 10여개의 주유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SK, GS, 현대, Soil, 인천정유 등 5개 정유사가 담합행위 없이 고유가를 유지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GS의 경우를 예로 든다. "G사가 가격을 대폭 낮추고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던 지난 2001년. 다른 정유사들도 더불어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시장점유율 확대로 인한 이익은 100∼200억 원에 불과한 반면에 매출 손실은 2000억 원에 이르렀다. 따라서 모든 정유사들도 손해를 보긴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유사 간 가격경쟁은 사라진 반면,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도내 주유업계에서 재현되고 있다. 도내에서도 회사별, 지역별, 구·신도로 간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회사별로는 현대, GS, SK순으로 가격이 높았고 지역별로는 괴산, 증평, 음성, 보은, 청원 일부지역. 도로는 구도로가 신도로보다 값이 저렴했다. 또 브랜드가 없는(Nonbrand) 주유소가 브랜드 5개 정유사보다 1ℓ당 40∼50원 가량의 가격이 저렴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는 브랜드가 없는 주유소들이 선물시장에서 저렴하게 유류를 구입해 공급하기 때문이다"며 "가격경쟁에서 앞서지만 가맹점 할인혜택이라는 보너스점수 혜택은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랜드가 없는 주유소의 한 관계자는 "비싸게 유류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보너스 혜택을 주는 것이나 보너스 혜택 없이 현금으로 값싸게 유류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모두 동일한 판매행위다"고 설명했다.

도내 주유소도 퓨전경영이 뜬다
가격경쟁에 나설 수 없는 주유업계는 이제 '퓨전 경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때 화장지, 생수통으로 고객잡기에 나섰던 주유업계는 이제 최첨단 자동세척기를 도입하고 5만원 이상 주유시에는 '공짜'세차에 심지어 자동차 무료점검까지 해 주고 있다. 또 셀프 주유기를 도입하고 손님이 직접 주유할 경우 1ℓ당 일정금액을 할인해 주고 있다.

심지어 가맹점을 늘려 '식사 할인권' '무료영화 초대권' '공짜 신문'등까지 다양한 경품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실제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의 한 주유소는 '식사 할인권'과 '생수' 등을 경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사창동의 한 주유소는 셀프 주유자에게 일정금액을 할인해 주고 있다. 이 밖에도 진천군의 한 주유소는 일정금액 이상의 주유자에게 무료세차를 해 주고 있기도 하다.

청주시 금천동의 한 주유소는 벌써부터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 세차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물론 독립채산제로 별도의 사장과 경영진을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다양한 경영전략과 고객마케팅(원스톱 정비)으로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는 주유소들이 최근 눈에 띄고 있다. 주유업계 한 관계자는 "단골잡기에 열심이지만 지금처럼 땅값과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경우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묘수 찾기는 계속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주유업계 충북도지부 박종기 과장은 "주유업계의 불황은 신도로가 나면서 구 도로에 편입돼 자연 도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경기 불황이 원인이다. 자신의 땅이 아닌 월세로 부지를 이용하는 주유업자의 경우 땅값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와 함께 생계조차 막막해 진다. 갈수록 누적적자는 감당할 수 없게 되지만 투자비가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현업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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