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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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사람이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6.08.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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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작가 후준의 복합문화체험장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기
‘인간의 본성 꿰뚫은 보편적인 시각 매력적

   
▲ 중국 작가 후준은 2달여 청주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벌였다. / 사진=육성준 기자
후준(41)을 만났다. 대개 작품보다 사람을 먼저 만나는 것이 직업상 관례인데, 후준은 작품을 먼저 만났다. 이유인즉 작품속에서 얄궂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한 그의 미소를 보았기 때문.

제7회 충북아트페어 전시장 후준 부스에서는 ‘후준계열-本性시리즈’가 선보였다. 한 작가는 “페인팅 중에서 제일 맘에 들어요. 40대 초반인데 공력이 상당한 것 같아요”라고 귀뜸했다.

그는 중국작가다. 후준은 중국 운남성 쿤밍시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 쿤밍시 이공계 대학 미술과 부교수로 있다. 중국외에 다른 나라를 떠나본 적이 없다는 그는 복합문화체험장에서 벌이는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7월15일 낯선 땅을 밟았다. 8월 20일 출국한다.

복합문화체험장의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동아시아 5개국 6명의 작가가 두달내지 세달가량 상주하며 창작을 하는 것이다. 올 7월초 시작됐다.

‘전업작가라면 7시간은 그림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라, 후준의 등장은 청주의 예술가들을 긴장시켰다는 농담도 들렸다. 어쨌든 나름대로 정보를 갖고 후준을 만났다. 통역은 연변에서 온 이미화씨가 맡았는데, 그는 현재 충북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펼치는 한국이 부럽다”
-역시 궁금한 것은 작품얘기다. 작품의 후준계열시리즈뿐만 아니라 평상시도 후준만의 영어를 구사해‘후준스타일영어’도 있다는 데 후준 스타일은 과연 무엇이냐.

“사람마다 각자 삶의 환경이 다르니까 성격도 취향도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작가도 마찬가지예요. 장르는 다 다르더라도 생활을 장식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그림은 직접적인 이야기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어요. 그림을 보면서 ‘나의 생활속에 이런것들이 있었지’라고 느끼면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관람객들 중에는 웃으신 분들도 많았어요. 그림을 통해 자신을 비춰볼수 있으니 거울의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죠.”

-보편적인 정서를 끌어내는 것은 후준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중국은 청주와 먼거리인데 그림은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작품속에 공산당을 표현한 것인지 궁금하고, 또 중국사회 변화도 작품안에 담아 냈는가.
“복장은 공산당의 복장이 아니라 민족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옷을 의미합니다. 즉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곧 다른 어느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개인마다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표현해야 한다는 주의에요. 그런데 한국작가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가 작품에 보이지 않아서 솔직히 좀 의아했어요. 좋은 작가는 사회적인 문제를 담아내고 환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화폭에 사회적인 문제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이 갖고 있는 사회 문제는 무엇인가.
“사회 문제가 곧 개인의 삶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인간이라면 모두가 감정(본능)의 노선은 동일하다는 것이 작품의 주제이죠. 관객들 중에는 너무 에로틱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보는이에 따라 다르겠죠. 다만 인간성, 본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낯선땅에서 전시를 열게 된 사연은.

“친구의 소개로 김기현 관장을 만나게 됐어요. (김기현 화가는 현재 복합문화체험장 관장으로 있다) 김관장을 한번 만났는데 ‘그림을 한번 보고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지 않겠냐’고 제의했어요. 이메일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교류한 끝에 오게 됐습니다. 이곳의 경험들을 통해 작품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국인들의 음식, 날씨뿐만 아니라 작업하는 태도 등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예요. 이런 배려를 해준 청주시와 복합문화체험장 관계자들에게 거듭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요.”

   
▲ 제7회 충북아트페어에서 선보였던 후준의 작품. 작품명은 ‘후준계열-本性 시리즈’다.
세계시장, 중국을 주목하다

-후준은 이공계 교수라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언뜻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또한 중국에서 작가에 대한 지원체계는 어떤가. 교수로서 봉급도 밝혀줬으면 좋겠다.
“중국은 지금 미술교육이 모든 분야에서 이뤄집니다. 가령 공업설계, 미용, 해부학 등도 미술을 기초학문으로 배우죠. 따라서 미술전문대가 많고, 이공계에서 미술교수가 있는건 희안한 일이 아닙니다. 중국이 고도의 경제발전을 하면서 미술교육 열풍도 함께 불고 있는 셈이죠. 물론 한국에선 이미 이렇게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을 마련해 주는 제도가 있잖아요. 이런 제도는 참 부러워요. 그리고 저는 정교수가 아니라 부교수인데, 한달에 1000달러 정도를 받아요. 한국에서는 정교수가 6000달러를 받는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중국에서는 물가가 싸 생활은 괜찮은 편이죠.

-한국작가들 중에는 한달에 1000달러도 못받는 사람도 많다. 또 교수와 작가 두 길에서 갈등도 있을 것 같다. 중국에서 후준은 어떤 작가인가?
전업작가의 어려움은 만국이 공통될 거예요. 작품매매로만 생활이 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중국에서는 1등급 작가가 그림 한폭에 1000만달러(한화 100억)를 받기도 하죠. 아트페어에 내놓은 값이 200만원인데 사실 중국 상하이에서는 400만원선에 거래가 되죠. 그런데 솔직히 아트페어에 적어놓은 그림값 때문에 맘에 걸려요. 관객들이 작품 가격만 보는 것 같아서요. 그림을 팔려 온 것이 아니라 문화교류를 위해 왔기 때문에 가격명시가 영 찜찜합니다.

-한국의 미술시장은 많이 침체돼 있다. 중국은 어떠한가. 또 마지막으로 활동계획은?
“중국은 지금 세계미술시장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어요.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죠. 중국을 두고 유럽사람들이 잠든사자가 깨어났다고 하잖아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면에서 극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9월에 상하이비엔날레가 열리는데 이에 맞물리는 전시가 바로 ‘신동력 전시’예요. 중국현대미술작가만으로 구성하는데 300명중에 뽑혀서 이번에 전시를 열게 됐어요. 일년에 한번씩 전시회를 열 계획이고, 이번 기회로 여러 나라에서 전시회를 열 자신감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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