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기부도 빈익빈 부익부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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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기부도 빈익빈 부익부될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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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고 정봉규 회장 30억원 쾌척에 동문 3명 3억원 보태 ‘50억 만든다’
개인 최고액-신동주 15억원, 장흥순·김용주 10억원, 윤의권 5억5천만원 순


정봉규 대성고 총동문회장(62·지엔텍 회장)이 동문이 모교에 낸 장학금으로는 도내 최고액인 30억원을 대성고에 쾌척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일선 학교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문들의 장학금 기부 참여가 확대될까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 관계자들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돼 오히려 학교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하기도 했다.

대성고는 벌써부터 장학재단이 활성화 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의 30억 기부를 시작으로 지난 2일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총동문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김용환(25회·인삼업), 오영식(25회·(주)럭키산업 대표), 김세영(27회·효성창고(주) 대표)씨가 각각 1억원씩을 기탁해 33억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대성고 총동문회 관계자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기금을 5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동문들의 잇단 참여로 대성고 장학재단 설립이 활기를 띠고 있다.

2006년 9월 현재 총동문회 발전기금이 아닌 별도의 장학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곳은 충북고등학교와 충주고등학교, 영동인터넷고등학교, 무극중학교, 진천 성암초등학교 등이다. 이 가운데 재단보유액이 가장 많은 곳은 2001년 충북고 동문이 세운 청운장학재단이다. 청운장학재단은 장흥순, 김용주 동문이 각각 10억씩 쾌척해 20억원의 기금으로 설립됐다. 청운장학재단은 지난해 이자수익만으로 9600여만원의 장학금을 충북고에 전달했다.

충주고등학교 동문회가 세운 충주고등학교동문장학회는 3억원의 기금으로 올해 설립돼 아직 장학금을 지급하지는 못했지만 해마다 1000만원의 장학금을 모교에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동곡장학회(영동인터넷고·기금 3억원), 부용장학회(무극중·기금 2억원), 성암장학회(성암초·기금 3억5천만원) 등이 장학재단의 형태로 모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재단을 설립하지 않은 총동문회의 장학금은 학교발전기금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도내 인문계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학교발전기금을 통한 장학금 기부는 연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의 총동문회는 기금을 보유하고 있기보다는 회장단과 동문들이 얼마간의 정성을 모아 운영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오랜 역사와 관계없이 동문회 활동이 활발한 학교들이 장학금 기급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광고, 신흥고 총동문회 장학금 기부액이 청주고, 신흥고, 운호고 등 타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2000년 충북고동문 장흥순(사진 가운데) 당시 터보테크 사장이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청주고, 고액기부자 ‘전무’

개인 기부액으로 최고액은 대성고 정봉규 총학생회장의 30억이며, 충북고 장흥순, 김용주 동문이 각각 10억원, 세광고 윤의권 동문의 5억5천만원 순이다. 특이할 점은 충북 최고의 명문고를 자처하는 청주고는 고액 기부자가 눈에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주고 관계자는 “총동문회 장학회에서 편성된 액수 이외엔 별도의 기부는 거의 없다. 성공한 사람은 많지만 모교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총동문회 사정을 잘알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총동문회의 활발한 활동과 장학금 기탁액수는 비례한다. 어떤 학교는 동문회 장학회가 10여개에 이르기도 한다. 동기별로 장학회를 구성하기도 하고 직업군에 따라 장학회를 별도로 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한 동문이 서너 군데 장학회를 후원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어떤 학교는 총동문회의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부모들이 전통있는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려 하는 데는 동문들의 힘을 은근히 기대하는 요인도 작용한다. 서울대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 아닌가. 사회전반에 걸쳐 선배들이 끌어주길 바란다. 총동문회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은 동문들의 애교심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총동문회 장학금이 단순한 금전적 의미가 아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학금 쏠림현상이 이어지면 학교운영의 총체적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와 함께 학교 관계자는 장학금 기부 붐이 불길 기대하고 있었다. “30억원은 아니더라도 동문들이 모교에 관심을 갖고 학교운영에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 전에는 해마다 많게는 1000만원, 적게는 100만원이라도 장학금을 전하는 동문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지 최근 들어서는 전무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장학재단 통해 연간 2493명 장학금 받아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장학재단은 총 59개, 이 가운데 대학장학재단과 총동문회가 운영하는 장학재단을 제외하고는 일정 자격조건을 제시해 도내 학교를 대상으로 각 지역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59개 장학재단 출연총액은 46억여원이다.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억 7천여만원이 건물 개·보수 등 학교지원금으로 지급됐으며, 연구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전달된 금액은 18억여원 이다.

도내 초등학생 54명, 중학생 132명, 고등학교 922명, 대학교 1385명 등 총 2493명에서 혜택이 돌아갔다. 금액별로는 초등학생이 1인당 평균 13만원, 중학생 25만원, 고등학생 38만4000원, 대학생 89만 9천원의 장학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59개 장학재단 가운데 기금보유액이 가장 많은 곳은 충북대학교발전기금재단으로 101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적은 곳은 금수장학회(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장 오래된 장학재단은 1940년 민영은 선생이 설립한 은성장학회로 67년간 1000여명의 학생이 은성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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