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고려인들이 많구나
상태바
청주에 고려인들이 많구나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4.22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명1‧사창동 등록외국인 1000명, 무비자 등 포함 총 6000명 추정
75% 러시아계 외국인…이들 대상으로 한 식당‧가게 등 15곳 운영 중

지금은 다문화시대

청주 고려인거리

 

충북도내 등록외국인 인구는 2월 말 기준 36234명이다. 이중 상당수는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기 위해 온 이주노동자, 동포들이다. 대부분 중국동남아러시아지역 사람들로 이들이 모여 사는 거리에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다.

이들이 모여 살면서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이민정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 효과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주노동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약 74조원으로 추산했다. 충북은 그 비중이 큰 편으로 음성군의 경우 농촌노동자의 80%가 이주민들이다. 또한 산업현장에서는 이들이 없으면 공장이 운영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공장의 단기 근로자, 이삿짐 센터의 직원, 택배 상하차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이들을 품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이들 중 약 30%는 정부기관에서조차 차별대우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소외받는 일은 다반사다. 일만 터지면 문제 집단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다. 이젠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들은 우리와 문화가 조금 다를 뿐 공통된 점이 더 많다. 이들을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청주 흥덕구 봉명1동의 고려인 거리 /육성준 기자
청주 흥덕구 봉명1동의 고려인 거리 /육성준 기자

 

청주시에 따르면 청원구 북이면, 흥덕구 봉명1동은 청주에서 손꼽히는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북이면은 공장지대, 봉명1동은 자녀를 키우는 가족단위의 외국인 비중이 높다. 이곳에는 관련 상점가, 커뮤니티 들이 잘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봉명1동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고려인동포들이 모여 산다. 봉명1동주민센터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등록된 외국인은 848명으로 이중 75%가 러시아계 사람들이다. 이들이 봉명1동으로 이들이 몰린 데에는 무엇보다 저렴한 집값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충북대학교가 기숙사를 크게 증축하면서 인근에 원룸들에 공실이 생기자 방을 구하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부분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다방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어가 서투르기 때문에 통역할 사람을 구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명1, 사창동 등 인근 지역에 등록된 외국인은 1000명 남짓이지만 인구통계에 잡히지 않는 단기고용비자(E-8), 해외동포(H2) 등까지 합하면 약 6000명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점가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장류보위 고려인동포사회 충북지부장은 “2003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해도 고려인 동포들이 30여명 밖에 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고향에다가 한국이 살기 좋다는 입소문을 내면서 가족들이 하나둘 한국에 왔다. 더불어 주변에 알고 지내던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사람들도 입국하기 시작해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혔다.

 

초기이주민 문화차로 고생

 

청주에 온 초창기 이주민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했다. 구 소련지역은 그리스도교가 국교였지만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되면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등에는 기독교가 널리 전파됐다. 장 지부장도 이주 초기 청주 상당교회에서 운영하던 고려인 모임을 통해 고향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이주 초반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장 지부장은 2003년에 입국해 통역 일을 할 때까지는 체감하지 못했지만, 한국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 가족을 이루자 문화차이가 큰 것을 실감했다. 그는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국에서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영향으로 한국문화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살아보니 천지 차이였다. 무엇보다 내 이름이 없어지고 누구 엄마로 불리는 등 소소한 것부터 달랐다. 그로 인한 정서적 결핍도 생겨났다. 처음 이주한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지금은 동포사회가 있어 그들이 잘 정착할 수 있게 돕지만, 그래도 적응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지부장 같은 사람들이 청주에 하나둘 터를 잡은 덕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쉬워졌다. 이제는 주변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교회가 생겨나고, 전문 물품을 파는 상점들도 문을 열었다. 현재 봉명1, 사창동 인근에 약 15개로 추정된다. 이중에는 식당, 전문상점, 춤카페 등 이들을 위한 먹거리, 놀거리들이 있다.

 

이주민들 청주에 정착하고파

 

장류보위 고려인동포사회 충북지부장 /육성준 기자
장류보위 고려인동포사회 충북지부장 /육성준 기자

일하기 위해 온 젊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이제 봉명1동 지역은 청주의 아르바트거리라고 불러도 될 만큼 활기차다. ‘아르바트거리는 본래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문화예술의 명소지만, 관광이 발달한 블라디보스토크 등에도 비슷한 공간이 생기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이주민들은 앞으로 청주에서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고자 한다. 장 지부장은 고려인동포들은 대부분 한국에 정착해 죽 살고 싶어 한다동포사회의 최근 이슈는 한국에서 국적, 영주권을 얻어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특히 공동체가 형성된 청주에서 살고자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일이 많이 없어진 요즘에도 가족은 청주에 두고 타지에서 일하다가 주말에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봉명1동 관계자는 마을공동체지원을 위해 지자체에서도 고민 중이다정책적 지원에 앞서 주민센터에서는 현재 고려인동포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돕는다. 또한 하반기에는 이주민 공동체를 지원할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