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과 음주가무
상태바
노래방과 음주가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6.11.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재 표 정치부 차장

한국인은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역사적으로 증거를 대라면 자신이 없지만 여러 명의 악사와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고구려 무용총 벽화’ 정도는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멀리 갈 것도 없이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정신없이 춤을 추는 어르신들의 나들이 광경을 떠올리면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다. ‘삭신이 쑤신다’고 다리를 끌던 할머니, 해소·천식으로 쿨럭거리던 할아버지도 한번 춤바람이 시작되면 오는 길 가는 길 내내 ‘논스톱’이다. 물론 관광버스 안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처럼 음주가무를 좋아하지만 대동의 축제가 실종된 현대 한국사회에서 노래방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의 가라오케(空 +오케스트라의 합성)가 뿌리가 되겠지만 번호만 누르면 기계에서 전자악단의 반주와 화면이 나오는 노래방(노래연습장)은 한국인의 불타는 유희욕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노래방 기계 앞에만 서면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이 되는 우리들.

문제는 노래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첫째 술을 먹어서는 안된다. 또 일행끼리 춤을 추는 것은 권장하지만 속칭 도우미를 알선받아 함께 가무를 즐기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안되는 게 어디 있냐’고 반문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사처럼 그동안은 대부분의 노래방에서 음주가무가 가능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노래방의 일탈은 더욱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오히려 유흥주점들이 ‘무늬만 노래방’ 흉내를 내면서 퇴폐경쟁을 벌였다. 결론적으로 어느 한쪽 만을 탓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동안 이러한 일탈을 단속할만한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도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도 든다.

음진법이 시행되면서 문만 열어놓았을 뿐 하루종일 손님이 전혀 들지 않는 노래방이 40%에 이르고, 청주시내 노래방의 70%가 매물로 나와있다니 ‘노래방 도태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음진법의 시행으로 비교적 법을 지켜온 -비교적이라 함은 캔맥주 정도만 팔아왔다는 얘기다- 노래방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있다는 것이다.

이왕 음진법이 시행에 들어갔으니 이전처럼 교통정리도 제대로 못하는 유명무실한 종잇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것은 건전한 노래방 문화를 추구하는 상당수 노래방 업주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문화업협회의 공식입장도 그렇다. 조선족 도우미까지 생겨나면서 식당들도 구인난을 겪고있다고하니 도우미 문화의 폐해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노래방의 캔맥주 판매권’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판결이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주에만도 560개에 이르는 노래방이 속속 문을 닫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캔맥주 마저도 제어한다면 결국 불법의 음성화를 부추기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1종과 2종, 노래연습장 등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립하고 유사상호도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 적어도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시설인지 아닌지는 한눈에 구분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결정과 집행은 빠르고 명쾌할수록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