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살리기, ‘책값 반환제’ 줄어든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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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살리기, ‘책값 반환제’ 줄어든 예산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5.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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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충북(book) 8년차...충북문화소비365 ‘희망의 빛’

청주시서점조합은 지난 4월 12일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에게 500만원 상당의 도서교환권을 기탁했다. 도서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시작한 기탁은 2016년부터 매년 이어져 왔다. 기탁식에 참석한 청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 관계자는 “우리지역의 저소득가정 학생들이 다양한 읽을거리 속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게 매년 잊지 않고 기탁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임준순 청주시서점조합장은 그동안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해 앞장선 주역이자 오랜 서점인으로 현재 개신동에서 ‘열린문고’를 운영 중에 있다.

상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열린문고' 대표 임준순 청주시서점조합장
상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열린문고' 대표 임준순 청주시서점조합장  /충청리뷰

‘지역서점 살리기’는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 논의되었던 시민운동의 한 방향이다. 그 방안으로 도서관 구입도서를 청주지역 서점에서 구입하는 방안을 도출했으며, 이듬해 6월에는 온 동네서점 살리기 시민운동 ‘상생충북(book)’의 출발을 도모했다.

상생충북_book
시민운동 8년

상생충북의 핵심활동은 지역작가가 쓴 글로 지역 출판사가 만든 책을 동네서점을 통해 판매하는 일이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강세로 동네책방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시민단체 충북엔지오센터의 주도로 동네서점 18곳과 지역 출판사 6곳,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똘똘 뭉쳐 상생의 힘을 모았다.

첫해 충북상생의 성공미담은 지역출판사의 도서판매수치로 확인되었다. 당시 상생충북 6년차(2022)의 회고에서 임준순 청주시서점조합장은 “서점 입장에서 베스트셀러를 비치하는 곳에 동네 출판물을 놓는 건 모험에 가깝다. 3845권이란 판매량이 어려운 서점경영을 확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대형서점과 인터넷 판매가 주도하는 출판현실에선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고 평가했다.

상생충북은 지역의 출판유통 흐름까지 바꿔놓았다. 의회와 자치단체도 지역서점의 고투를 보며 힘을 보탰다. 상생충북은 청주시의회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연구모임’에 동네서점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고, 의회는 2020년 ‘청주시 독서문화진흥조례’를 만들었다. 2021년은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지역서점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책값반환제’를 시범적으로 구상했다.

임 조합장에 따르면 이 제도는 용인시의 수범사례를 따랐다. 당시 용인시에서는 이 제도를 ‘희망도서대출제’라고 불렀고, 희망하는 도서를 써서 제출하고 빌려갔다가 도서관에 반납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책을 받고 반환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소비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장단점을 청주시가 보완해서 현재의 ‘책값반환제’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책값반환제는 시민이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21일 안에 반납하면 청주시가 책값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시민들이 읽고 반납한 책은 지역도서관 등으로 다시 보내져서 재활용되는 방식으로 책의 쓰임과 활용은 멈추지 않는다. 이 정책은 도서관과 지역서점이 상생하고 시민은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업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2023년에 참여한 서점은 모두 21개소다. 청주시에 주소와 매장을 두고 도서를 전시 판매하는 서점들이었다. 2월부터 9월까지 신청자수는 4049명으로 이들이 신청한 책의 권수는 총 7643권이었다. 반환된 책들은 권역별 13개 도서관 서고로 분배되어 돌아갔다. 올해의 책값반환제 사업은 이미 2월에 시작되었다. 예년의 사업비 1억1940만원이 7362만으로 현격하게 줄었지만 반응은 예년과 같이 좋은 편이라고 담당자는 전했다. 올 2~4월 집계는 926명이 1648권의 도서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2~4월 기간 1490명이 2805권의 도서신청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의 신청자가 4월까지 564명 줄어든 상태다. 이는 예산삭감으로 매월 1600만원에서 집행하던 것을 1000만원 범위로 줄인 탓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9일 시의회에서는 남일현 의원의 ‘청주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안설명이 있었다. 앞서 3월 5일 간담회 개최 이후 관계자와 토론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본 조례의 제정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7조의 2항에 따라 시에 소재하는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남 의원은 “본 조례안을 통해 지역서점이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성화되어 시민 독서문화 진흥에 이바지하기를 기원바란다고” 했다. 이후 조례안은 비로소 3월 29일에 의결되었다.

동네서점 살리는
‘책값반환제’

임 조합장은 코로나사태로 온라인 서점으로 빠져나간 고객들이 서점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온라인의 편의성이 고객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점점 줄어드는 학생 고객의 감소를 동네서점의 어려움으로도 인식하고 있었다. 인구감소가 결국은 도서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중 다행인 것은 충북에서 시행하는 ‘문화소비 365’와 청주시의 ‘책값반환제’가 있어서 그래도 타도시보다는 낫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문화소비 365는 그야말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고 서점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문화소비 365는 충북도민 누구나 일상에서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공연·전시·도서·영화·문화체험·문화교육 등 문화소비 활동에 할인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용시 2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열린문고'에는 충북지역 작가를 위한 도서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충청리뷰
'열린문고'에는 충북지역 작가를 위한 도서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충청리뷰

앞서 서점조합이 매년 기탁하는 도서교환권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후 도서교환권의 활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추적해 봤다.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 담당자에 따르면 한 사람에게 5만원 상당의 도서교환권이 전달되고 이는 청주시내 서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한편 도서교환권의 사용은 대체적으로 독서목적의 구입보다는 문제집이나 학습지를 샀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담당자는 한권의 책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반복적 지원이 아닌 일회성 지원의 한계를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 부모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도서교환권으로 교양도서가 아니더라도 문제집이든 학습지든 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의 그는 “요즘은 학교도서관도 잘 돼 있고, 집 주변에도 도서관이 많다”는 걸 강조했다. 한마디로 요즘은 돈이 없어서 책을 못 보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도서관에서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지원방식을 ‘일회적인’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해서 ‘실질적인’ 도움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가 숙제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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