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실패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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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제 실패와 도전
  • 양재혁 베스티안재단 이노베이션센터 실장
  • 승인 2024.06.06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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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의 서로다른 운명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도네피질 같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의 허가 이후 약 17년 동안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수많은 시도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2021년 아두카누맙이라고 하는 항체 치료제가 최초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나,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던 중에 개발사인 바이오젠(Biogen)은 시장출시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23년 7월 미국 FDA는 레카네맙을 정식승인했다.

레카네맙 학국 '식약처' 허가

두 가지 약물의 연구개발 스토리를 살펴보자. 200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원인이 뇌에 축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두카누맙은 2000년대 초반 스위스의 바이오벤처기업 뉴리뮨(Neurimmune)은 초기 연구를 통해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발굴되었다. 이물질은 뇌안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을 제거하는 항체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2007년 뉴리문은 아두타누밥에 대한 기술을 미국 바이오젠에 기술이전한다. 201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에 걸쳐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마침내 2021년 6월 미국FDA는 아두카누맙을 제한적으로 승인하는 가속승인으로 허가하였다. 제한적인 이유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효과는 인정하지만, 치매증상 개선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임상4상인 시판후 조사(PMS)를 통해서 아두카누맙의 효능을 확인해야 하며,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취소 될 수 있는 조건이다.

아두카누밥의 효과에 대한 의문은 미국 고령자 보험을 관장하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에서도 보험 적용을 제한하는 등 시장에서 사용되지 못했으며, 결국 2022년 6월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의 미국 및 유럽 판매를 중단했다.

이유를 종합해보면 높은 가격, 제한적인 효능, 뇌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 등의 요인이 있었다.

2024년 2월 바이오젠은 누리뮨과 아두카누맙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고, 누리문에게 모든 권리를 반환했다.

레카네맙의 연구개발 스토리를 살펴보자. 레카네맙의 시작은 mAb158이라고 하는 항체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스위스의 웁살라대학에서 개발되었다. 레카네맙은 마우스 항체 mAb158의 인간화 버전이다. 전임상 개발에서 mAb158는 알츠하이머 유전자 돌연변이 쥐 모델의 뇌 및 뇌척수액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원섬유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는 레카네맙의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파트너쉽을 체결하였다. 2022년 9월 발표된 임상3상 결과에서 뇌속에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감소시켰으며, 위약대비 인지기능의 저하를 27% 완화하는 효과를 보여 주었다. 2023년 1월 미국 FDA는 레카네맙에 대해서 가속승인을 내어주었고, 2023년 7월6일 레카네맙은 미국 FDA의 정식승인(Traditional approval)을 받았다.

유럽의약품평가국(2023년 6월), 중국 국가의약품감독관리국(2024년 1월)에 이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2024년 5월)도 사용허가를 받았다.

두 약은 여러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약용기전에 있어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 항체치료제라는 점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통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알츠하이머 신약연구 개발 지속

한 약물(아두카누맙)은 시장에서 퇴출되었으며, 다른 하나(레카네맙)은 시장에 진입하여 환자들 앞에 섰다. 바이오젠이라는 회사에서 진행된 이 두 약을 통해 신약개발을 살펴보면 20여년의 지난한 연구개발과정을 통해서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약물 모두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로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이 필요로 해왔던 약물이다. 하지만 필요만으로 신약을 허가해주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아두카누맙의 허가 과정에서는 미국FDA가 전문가 위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가속승인을 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은 시장에 나와서 약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내지 못했다. 뼈아픈 아두카누맙의 실패 사례는 레카네맙의 과학적인 입증의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미국FDA승인이 되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관계자들이 ‘도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알츠하이머병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상황에서의 많은 데이터들이 승인이후 의료시장에서 레카네맙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이제 ‘증상완화제’라는 소극적 치료에서 벗어나서 인지기능의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서 한발 나아가고 있는 단계이다.

2024년 1월 1일 기준으로 알츠하이머를 대상 하는 임상연구들을 살펴보면 127개 약물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164건이 진행중이다. 임상1상 26건, 임상2상 90건, 임상3상 48건이다. 파이프라인을 기능별로 분류하면, 질병조절제분야의 저분자 의약품, 고분자의약품이 96개, 치료목적의 인지기능 강화 분야는 15개, 신경정신병적 증상치료는 16개 파이프라인에 이른다.

신약개발에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 된다. 그만큼 연구개발자의 소통과 협력이 신약개발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과학적인 검증이다. 한국 역시 우수한 과학자들이 신약개발을 위해서 지금 이순간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알츠하이머병을 타겟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수많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은 실패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치료라는 궁국적인 목표가 완성될 때까지 신약개발연구자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투자의 빙하기가 있을지라도 연구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자들의 열정을 끈기 있게 응원하는 것이다.


양재혁: 

충북 오송에서 신약 개발 관련 전문가들의 학술 토론 모임인 '혁신신약살롱 오송'을 이끄는 제1마담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장을 지냈고 현재는 오송에 위치한 화상전문병원 및 임상시험센터를 운영하는 베스티안재단의 이노베이션센터 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또한 오송바이오헬스협의회 관리이사직과 바이오헬스 분야의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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