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그 찬란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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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그 찬란함으로…
  • 김송이 아트큐레이터, ㈜일상예술 대표
  • 승인 2024.06.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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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6월은 매우 아픈 달이다. 동족상잔이라고 불리우는 6.25전쟁의 발발, 6.10 민주항쟁이 있었던 달이다. 격동의 달인 6월을 아름다운 달로 기억하길 바라며 6월-JUNE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인생에 있어서 고통보다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의 기억이 희망의 빛이 되어준다.

달력에 적힌 월별 영문이름에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달력은 그레고리력을 따르는데 그 중 6월인 JUNE은 오비디우스의 <Fasti>라는 시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로마신화 쥬피터(그리스신화-제우스)의 아내인 유노(그리스신화-헤라)에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Juniores'이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년, 벨기에)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중 앙리 4세와 마리 드 메디시스의 만남 1625년 작품 (루브르 박물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년, 벨기에)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중 <앙리 4세와 마리 드 메디시스의 만남> 1625년 작품 (루브르 박물관)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6월이 시작되는 요일은 다음 해 2월이 시작되는 요일과 항상 같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6월이 가진 뜻 중 어떤 것으로 이야기를 이어갈지 정해야겠다. 필자는 쥬피터의 아내인 '유노의 SheStory'로 하려한다. 유노의 이야기는 쥬피터를 질투하는 내용으로 신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이나 인간이나 사랑하는 이를 두고 생기는 감정은 매한가지인 듯하다.

유노의 SheStory

유노의 질투는 쥬피터의 병적인 바람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는 쥬피터는 온갖 동물로 변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연현상으로도 변해 예쁜 여인들을 만나러 다닌다. 유노가 질투한 여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이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이오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이다. 쥬피터는 이오를 보고 한눈에 반해 끊임없이 구애를 한다. 그러나 이오는 현명한 여인이다. 그의 사랑을 받은 여인들이 유노에게 얼마나 무서운 복수를 당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쥬피터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온갖 좋은 말로 사랑을 전해도 꼼짝 않는 이오에게 쥬피터가 접근한 방법은 기상천외하다. 쥬피터는 유노와 이오를 모두 속이는 방법으로 구름이으로 변신했다. 이오가 있는 곳은 곧 온통 흰 구름의 안개속이 되었고 유노는 그 곳을 매우 수상하게 여겼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구름 속에서 나온 건 여인이 아닌 암소와 쥬피터였다. 유노의 직감은 날카롭다.

그녀는 쥬피터와 함께 있는 암소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드는 암소라며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쥬피터는 아무말도 못하고 순순히 넘겨줘야만 했다. 유노는 암소를 데리고가 눈이 100개 달린 아르고스에게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예쁜 여인인 이오가 암소로 지내는 걸 안타깝게 여긴 쥬피터가 보다 못해 헤르메스를 시켜 아르고스를 없애고 이오를 구해달라고 한다.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에게 접근해 마술피리 연주를 하며 잠들게 하고 목을 베어 죽였다. 그렇게 구출한 이오는 강의 신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바다를 건너 이집트까지 가게 되었고 이오는 그곳에서 나일강의 여신이 되고 그녀가 변했던 소도 신성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오가 건넌 바다에는 그녀의 이름을 따 ‘이오니아 해’라고 부른다.

유노의 충신인 아르고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르고스를 아낀 유노는 그의 눈 100개를 모두 수컷 공작의 꼬리깃털에 달아 주었다. 이런 이야기 덕분에 화가들은 유노를 그릴 때 공작새를 함께 그리기도 한다.

유노의 질투를 쥬피터의 병적인 바람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녀는 결혼의 신이자 가정의 신이다. 결혼을 한다는 건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는 맹세와 같다. 그래야만 가정을 잘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노의 질투는 결국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지켜주는 자물쇠와 같은 것이 아닐까.

수많은 6월의 의미

일년 열 두달 중 세계적으로 결혼식이 가장 많이 치러지는 달이 6월이라고 한다. 젊고 건강한 남 녀 한 쌍이 결혼의 신의 이름이 담긴 6월에 결혼식을 하는 건 어쩌면 더없는 축복일 것이다.

여기 바로크 시대의 역사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년, 벨기에)의 작품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중 앙리4세와 메디시스의 만남>이 있다.

마리 드 메디시스는 이탈리아 명문가인 메디치 가문의 공녀다. 당시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프랑스는 막강한 부를 가진 메디치 가문에 청혼을 하면서 정략결혼을 성사시켰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군대의 도움을 받아 공국을 지키고 프랑스는 이탈리아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마리가 앙리 4세와 결혼을 하면서 가지고 간 지참금은 15만 파운드나 되었다고 한다. 15만 파운드는 프랑스 재정을 단번에 일으킬 만큼의 엄청난 액수였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마리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 왕 앙리 4세와 초상화로 선을 보는 장면이다. 먼 거리 때문에 결혼 전에 서로 얼굴을 보는 상견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귀족이나 왕가의 정략결혼은 이렇게 초상화를 그려 주고 받으면서 소위 초상화 맞선이라는 걸 보았다. 초상화는 외모 뿐만 아니라 인물의 취미와 특기는 물론이고 성격까지 읽어낼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그려졌다. 루벤스는 그런 부분에서 특히 탁월한 재능을 가진 화가였다. 마리 드 메디시스는 평소 루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결국 그의 실력을 높이 사 자신의 전 생애를 담을 작품을 주문했다.

그럼 이제 그림을 자세히 보자. 왼쪽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앙리 4세의 옆에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가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마리는 아테나가 보증하는 여인이라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팡이 옆에는 큐피트가 사랑의 화살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시선을 위로 옮겨 보자. 마리의 초상화를 들고 있는 천사들이 보이고 그 위에 아주 자애로운 모습으로 쥬피터와 유노가 자신들의 상징인 독수리, 공작새와 함께 이 둘의 만남을 지지하고 있다. 앙리 4세와 마리의 결혼은 이렇게 쥬피터와 결혼의 신인 유노의 축복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세상에 공표한 것이다.

결혼의 신인 유노의 이름에서 유래한 6월이 잔혹하고 슬픈 역사의 달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하루 하루가 더욱 곱고 찬란해야만 한다. 그것이 아픔을 딛고 새 역사를 써내려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닐까.

'JUNE' 6월의 수많은 의미는 이제 새날을 새기는 새 이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만 힘겨웠던 그날의 6월이 앞으로 꾸려질 역사의 훌륭한 반석이 됨은 잊지 않아야겠다.


 

김송이 :

아트큐레이터. 명화와 클래식 음악 해설가이며 아트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주식회사 일상예술 대표이자 수암골 네오아트센터 기획팀장으로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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