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출연기관 ‘인생은 60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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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출연기관 ‘인생은 60부터’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6.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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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공직자 출신 15명 중 13명 환갑 넘겨
대부분 3년 단위 계약, 1회 연장은 기본
공직사회를 흔히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IMF 위기로 이 신화가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른 직종과의 상대평가에서 철밥통 신화는 절대적이다. 일방적인 정리해고나 직장의 부도 등 예기치 못한 암초가 없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지만 공직을 떠난다고 해서 금방 ‘갓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선만 잘 닿으면 산하 출연기관의 간부 자리에 앉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도 산하 출연기관의 고용형태는 대부분 3년 단위 계약직이나 일부 인사들은 정관을 주물러 임기를 연장하기도 한다. 공무원 사회의 ‘전관예우’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 출연기관을 관할하는 충북도도 상당 부분의 그릇된 관행을 사실상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충북도 공무원 Q씨는 “본인들이 알아서 물러날 때 물러나줘야 하는데 요지부동인 경우도 있어 공직 후배인 담당 공무원들이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충북테크노파크, 충북바이오산업진흥재단, 충북정보통신진흥재단 등 산업자원부와 공동 출연한 3개 기관을 관할하는 권오열 충북도 첨단산업과장은 “과장을 맡고나서 출연기관의 인사관리 등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어차피 이들 세 기관을 내년 초 통합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적법하게 정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 출연기관은 ‘新 철밥통?’
현재 충북도가 전액 출자하거나 일부 출자한 출연기관은 16개에 이른다. 참여정부 들어 ‘기술산업 분야에서 지역 혁신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 아래 정부와 도가 공동 출자한 출연기관들이 잇따라 탄생하면서 전체 규모가 커졌다. 예를 들자면 산업자원부가 출연한 충북테크노파크, 충북바이오산업진흥재단, 충북정보통신산업진흥재단 등 3개 기관과 정보통신부가 출연한 지식산업진흥원 등이다.

문제는 특정분야를 출연기관 형태의 전문조직으로 독립시키면서 정년퇴임을 앞둔 고위공직자들을 출연기관의 대표자나 중간 간부로 앉혔다는 것이다. 이는 출연기관을 설립하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조직 내부의 융화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전직 고위공무원이 대표나 간부를 맡고 있는 출연기관은 모두 13군데로, 재임 인원은 무려 17명에 이른다. 테크노파크 등 산자부가 출연한 3개 기관을 제외하고는 예외가 없다. 이 가운데 올초 출범한 충북개발공사는 도 건설교통국장을 지낸 김종운, 김건호씨가 각각 사장과 기술이사를 맡았다.

이들이 비록 관련 직렬 출신이라지만 공기업인 개발공사가 토지나 건축물의 취득·건설·개발·분양·임대 관리사업, 도시개발, 주택재개발,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을 통해 최소한 자생의 길을 걸어야 하기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CEO가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밖에 2005년 11월 취임한 이종배 충북문화재연구원장도 기관의 성격상 전문가 원장이 필요함에도 낙하산을 탄 경우다. 문화재연구원은 문화유산의 보호·보존을 비롯해 조사·연구·자료발간, 전문인력 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기관이다. 바이오산업추진단장을 지낸 이 원장에게 있어 문화재 업무는 생소할 따름이다.

2003년 9월 취임 이후 연임에 들어간 김홍기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도 자리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해 자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식산업진흥원은 오창벤처프라자를 관리·운영하고 첨단 IT·BT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김 원장은 이 분야에 있어 사실상 문외한이었다.

내막이야 어찌됐든 ‘전문성이 보장돼야 할 자리가 일부 공무원들의 정년 늘이기나 선거에 따른 논공행상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도 출연기관에 재임중인 공직 출신 17명 가운데 1947년생 이상은 15명에 달한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내년 초면 5급 이상 1947년생들이 공로연수에 들어가고 6급 이하 1947년생들은 이미 정년퇴임한지 몇 년이 지났다”면서 “출연기관으로 옮겨간 전직공무원들이 환갑을 훌쩍 넘겨서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솔직히 위화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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