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위의 행복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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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위의 행복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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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 수 시인, 참도깨비도서관장
   
“그냥 혼자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읽어주니까 훨씬 재미있어요”
“아이에게 읽어줄 때와 달리 듣고 있으니까 진짜 좋네요”
틈만 나면 그림책 이야기에 푹 빠지고 싶어 자리만 마련되면 그림책을 읽어주세요, 먼저 감동해야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고 떠들고 다니는데 진짜 그 시간만큼은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쁘다.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주면 시큰둥한 어린이책으로만 알았던 것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 따뜻한 힘이 실리고,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행복함을 맛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북 스타트 운동이다 어린이도서관, 어린이도서연구회 들에서 책 읽어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라고 한 발 물러나 있는 부모들은 집채만 한 떡 시루를 앞에 둔 것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어려운 실천으로만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빼놓지 않고 권하는 책이 바로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다. 서평이나 평론처럼 전문가의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며 얻어낸, 무엇보다 현실의 잣대대로 장애와 비장애로 나누고 치료 대상이었던 쿠슐라가 행복한 책 읽어주기를 할 만큼 훌륭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이야기인 것이다.

그림책과 대화하고 아이의 눈빛, 몸짓 하나 하나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퍼뜨릴 수 있는 것은 부모의 권리이자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위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뿐인데 잔잔한 감동을 얻는 부모들에게 그 역할을 지금의 아이들에게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쿠슐라는 정신 지체에 신체장애까지 가진 아이였지만 그림책을 보여주고 읽어준 결과 어느 아이와 빗대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아니 더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진 아이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쿠슐라가 자라나서 부모가 베푼 일을 스스로 아이들에게 베풀면서 행복해 하더라는 것이다. 그림책이 말이나 글을 깨우치는 교구가 아니라 세상과 이어주는 다리 노릇을 한 것이자 무릎 위의 행복을 실천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런 그림책이 어떻게 좋다더라, 하는 정보만 가지고 그림책의 기쁨을 전달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림책에서 아이를 발견하고 함께 뒹굴며 감동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핑계거리와 현실장애를 많이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쿠슐라와는 비교가 안 될만큼 정상(여기서 쿠슐라의 부모는 장애와 정상인의 잣대마저 인정하지 않지만)인 아이들, 여러분 앞에 있는 아이들을 들여다보라. 어쩌면 공부와 경쟁 속에서 잔뜩 일그러진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면 진정으로 무릎위의 행복을 실천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강아지똥’ ‘똥벼락’ ‘구름빵’을 읽어주며 몸을 들썩이고 입맛을 다시는 그 맛있는 대화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그림책으로 대화하는 자연스러움보다 신간에 쫓기고 권장도서에 쫓기고 정보와 교육열에만 귀가 얇아지며 아이들과 멀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천이 바로 그림책 읽어주기다.

이 책이 나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권장도서 아닌 권장도서로 유효한 것은 아직도 감동의 물결이 바다를 이루지 못한 반증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기록이 바로 여러분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쌓여 옆집 아이와 부모를 잇고 세상을 이어나갈 때야말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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