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지구 도시개발사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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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지구 도시개발사업의 교훈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7.08.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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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경제부기자
개발업계에서 정설로 통하는 말 중의 하나가 ‘사업은 소문나지 않게 쥐도 새도 모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문이 나면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사업 전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민간택지 내 아파트의 경우 이는 정설이 아니라 철칙으로 통한다. 수십 필지에서 많게는 수백 필지의 땅을 사들여야 하는데 처음부터 소문이 나면 천정부지 땅값이 치솟고 자칫 사업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지주를 개별적으로 만나 매매계약을 체결, 사업부지를 학보하는 일을 토지작업 또는 지주작업이라고 ‘작업’에 비유한다.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추진해야 하는 도시개발사업은 애초 소문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절반 이상 땅주인들의 동의서를 받아 도시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을 받고 또다시 3분의 2 이상 동의로 조합을 만들어 실시계획과 환지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발 소문은 피할 수 없다.

더욱이 환지처분까지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한데 그 기간동안 조합이 사용하는 경비의 조달 방법도 마땅찮다. 가장 좋은 방법이 주민들이 십시일반 갹출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시행대행사나 시공사에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눈만 살짝 돌리면 어마어마한 이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업체 선정의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단가를 부풀려 사리사욕을 취할 수도 있다. 개발업체를 끌어들여 집단환지를 확보한 뒤 직접 아파트 사업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다.

주택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 조합 임원들의 불법행위가 심심찮게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개발사업도 불법과 부조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오히려 집단환지를 이용한 교묘한 방법이 동원될 가능성은 더욱 크다.

최근 환지계획 인가를 받은 용정지구도시개발사업조합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1만㎡로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용정지구 조합은 시종일관 업체 선정과 관련해서는 일체 입김을 작용하지 않았다. 조합설립 총회 때 시행대행사를 미리 정해 놓고 관련 업무를 분명히 나눠 그럴 여지도 없앴다.
환지계획 용역 결과를 조합장도 주민공람장에서 처음 접했다고 할 정도로 조합은 행정절차와 인허가에만 힘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골치 아프게 조합이 업체선정 같은 일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런 것은 다 시행대행사에 맡기고 조합은 진짜 할일을 하면 된다. 선정된 업체는 미리 합의한 기준만 충족하면 되고 어차피 환지방식은 전체 사업비를 정해 공사를 진행한 뒤 조합원에게 땅을 돌려주면 되는 것’이라는 이상구 조합장의 말처럼 원칙만 지킨다면 도시개발사업이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님을 증명했다.

시행사가 난립한다던지 조합과 주민의 갈등이 발생한다던지 하는 문제의 원인은 조합이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니까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오가게 되는 것이다.

청주시청에 이렇다할 민원 전화한번 걸려오지 않았다는 용정지구도시개발사업이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조합을 운영해 왔는지 짚어보는 것도 다른 사업장이나 앞으로 추진될 사업에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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