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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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의 축복
  • 김태종
  • 승인 2007.10.1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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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 생각, 즈믄세온 여든 넷.
나 사는 아파트 맨 아래층에는
아흔이 넘은 노인이 혼자 사시는데,
이 양반이 목소리도 엄청 크고
어떤 때는 텔레비전을 크게 켜놓고 잠이 들어
새벽 명상을 방해하기도 하며,
여름에는 출입문을 열어놓고 사는데
냄새도 장난이 아니어서
이만저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일이라곤
비슷비슷한 노인들이 어울려 화투를 치고,
화투판 옆에 가스렌지를 놓고
고기를 주로 하는 먹을 것을 끝없이 끓여서
막걸리 곁들여 마시고 먹는 일이 전부,

어제는 그 풍경을 보며 지나가는데
전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내 마음을 보며 비로소 내가 할 말을 찾았고
입안에서 그 말을 중얼거리며 두 손을 모았는데
험한 세월 건너오느라고 이만저만 아프고 힘겹지 않았을 터이니
풍요의 세월 마음껏 누리시라고,
길지 않게 남은 삶을 그렇게 누리고 즐기며 살다 가시라고

참 모처럼만에 누구에겐가 축복을 해 보았습니다.

* 교회에서는 '축복'이라는 말을 너무 흔히 남발하고, 특히 '하느님이 아무아무개를 축복해 주시라'는 투의 말도 많은데, 이 말의 바른 뜻은 '누군가에게 복을 빌어주는' 인간의 행위입니다. 나는 평소에 축복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어제는 참으로 모처럼만에 아주 자연스런 축복을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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