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위의 보약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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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위의 보약 ‘냉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11.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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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수 충북숲해설가협회 회원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생명체의 공통점 입니다. 사람은 감기가 걸리면 침입한 바이러스를 죽이려는 조직의 활동으로 인해 콧물이 나고, 식물은 가지를 자르면 점액이 나와 딱지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반응들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사는 동안 평안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 기제(旣濟)입니다.

식물이 종류에 따라 싹 트고, 꽃피고, 열매 맺는 시기가 다른 것도 그들만의 생존 전략입니다. 봄에 싹이 트는 것, 여름이나 가을 어떤 것은 겨울, 심지어는 1년 내내 싹을 틔우는 것도 있습니다. 색깔이나 형태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먹을거리가 제철도 없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여전히 ‘밥상위의 보약’으로 사랑받고 있는 ‘냉이’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냉이는 긴 발아 기간을 생존 전략으로 택했습니다. ‘종자 은행’이라고 하는 씨앗 주머니를 땅속에 묻어 두고 봄부터 가을까지 차례로 밀어 올려 싹을 틔웁니다. 한꺼번에 싹을 틔웠다가는 제초제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일가가 전멸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발아시기를 달리해 위험의 분산을 꾀하는 것입니다.

가을냉이는 ‘로제트’형입니다. 땅에 바짝 붙어 잎을 쫙 펼쳐 놓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며, 땅에 지열을 받아 추위를 거뜬히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이듬해 하얀 서릿발이 얼었다 녹았다하며 생물 잔해들을 무두질 할 무렵, 냉이는 속 잎을 밀어 올리고, 3월 중순이면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웁니다. 열매를 맺고, 씨가 여물고, 사방으로 흩어진 씨앗은 다시 피고지고….

잘 여문 씨앗은 9월 무렵부터 싹을 틔웁니다. 그러나 가을냉이는 봄냉이에 비해 맛이 덜합니다. 맛을 떨어트려 겨우내 동물들의 침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입니다. 겨울 동안 만든 영양분은 뿌리에 저장하고 있다가 이듬해 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가을냉이는 잎을 주 요리로하고, 봄냉이는 뿌리를 주 요리를 해야 냉이의 제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씨앗으로 겨울을 나고 이듬 해 봄 싹을 틔우는 것이 손실은 적지만 봄이 온 뒤에 싹을 틔워서는 주위의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냉이는 언제적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라이벌이 적은 시기에 꽃을 피우는것은 자연 제일의 축복입니다. 봄볕을 독차지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곤충들도 독차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이에게 있어 겨울은 결코 시련만 있는 것은 아닌 것 입니다.

우리 식생활이 점차 육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이때 양념된장, 참기름. 깨소금, 고춧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 향긋한 냉이된장무침이 그리운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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