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고공행진에 서민경제 ‘벼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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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고공행진에 서민경제 ‘벼랑끝’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8.06.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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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불과 2년 만에 천원→2천원, 휘발유 가격 역전
고유가에 물가까지 급등, 늘어나는 가계지출에 한숨만

고유가 직격탄 서민경제 현장

사상 유례없이 치솟는 초고유가 행진이 서민들의 생활 마저 바꿔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차례 찾아왔던 오일쇼크와 비교하며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유지되거나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기름 값의 고공행진이 일반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공업제품의 경우 1년 만에 8.5%나 올랐고 이 가운데 석유류 제품의 상승률은 무려 25.3%에 달하는 등 3차 오일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당장 시내버스 업계가 감축운행과 함께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업면허 반납이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있다.

   
▲ 사진설명 : 기름값 고공행진은 연료비 부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물가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3의 오일쇼크가 시작됐다는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한숨소리가 한낱 허튼소리로만 들리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화물연대 또한 파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 항공사의 국제노선 취항 중단, 목욕탕·찜질방 등 석유연료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 1차 타격을 입고 있다.

경유가격 10년 만에 5배 급등

도내 주유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경유가격은 1리터에 1900원을 넘어서고 있다. 2006년 초 1000원을 돌파한 뒤 2년 6개월만에 두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고 400원을 오르내리던 10년전에 비하면 5배나 올랐다.
1991년 190원 하던 경유가격이 400원으로 두 배 오르는데 7년이 걸렸으며 다시 800원으로 두 배 상승하는 데에는 5년이 걸렸다. 하지만 1000원을 넘어선 뒤 2000원까지 두배 오르는 데에 걸린 시간은 불과 2년 남짓. 상승곡선이 급격하게 가파르게 변한 것이다.

1997년 800원을 오르내리던 휘발유 가격은 IMF를 거치며 일찌감치 1200원대 까지 올라 경유 가격과 두 배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점차 그 격차가 좁혀져 지난달 말부터 경유가격이 휘발유를 앞지르고 있다.
특히 화물차 등 생계형 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유 자동차 운전자들은 주유소를 들를때 마다 치미는 울화를 참아내느라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는 조모씨(31)는 “회사와 계약해 취급하는 물량에 따라 배송료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하루 2만원 안팎이던 연료비가 두 배 이상 올라 수입이 그만큼 줄고 있다. 공회전을 하지 않거나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등 나름대로 연료비 절약을 위해 노력하지만 뛰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움직일수록 ‘손해’ 감축, 파업도 고려

급기야 시내버스와 화물업계가 운행을 줄이고 파업까지 준비하는 등 초고유가 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버스업계가 오는 10일부터 일부 버스노선을 감축 운행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정부나 자치단체에 요청한 특별지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업면허를 반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450만원 안팎이던 버스 1대당 한달 유류비가 지난달에는 7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300만원 이상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물 업계 또한 고유가 대책과 운송료 인상 등을 주장하면서 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여름철 비수기가 겹치는 대형 목욕탕이나 찜질방은 아예 휴업하는 것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

화물 운수회사 관계자는 “장거리의 경우 운송에 따른 연료비 만으로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자기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운전기사들은 차량 할부금을 감당하지 못해 운행을 포기한 채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사나 여행업계는 휴가철 성수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유가 급등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자칫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청주 ~상해 노선 운항을 중단한 것이나 동방항공이 같은 노선의 운항 축소를 검토하는 것도 이 대문이다.

자체 전세기 운항을 계획하고 있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전세기 상품 모객은 최소한 출발 2개월 전부터는 시작해야 차질이 없다. 하지만 2개월 뒤의 유가를 전망하기 힘들고 크게 오를 것에 대비해 상품가격을 책정할 수도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돌파구가 없다’ 망연자실
시장바구니 물가도 급등, 국내 처방 무용지물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기름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할 수 없는데다 일반 물가 폭등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1만9200원으로 1년만에 5.3% 늘었으며 이중 연료비 지출은 유가 급등으로 16.6%나 증가했다.
여기에 LPG 가격도 10% 이상 오른데 이어 전기료와 버스 등 공공요금도 잇따라 오를 준비를 하고 있어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내 놓은 고유가 대책이라고 해야 에너지절약운동, 에너지바우처제도 도입을 포함한 이미 마련된 대책의 조기시행 등이며 이달말로 폐지될 예정이었던 화물차 유가보조금을 연장하겠다는 정도다.

특히 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등 나름대로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버스 운행감축과 대중교통망이 취약한 농촌지역 등은 그나마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SUV 차량으로 청원군 옥산면에서 청주시내 까지 출퇴근한다는 한 모씨(37)는 “기름값이 오르더라도 시내버스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올겨울 난방비도 큰 부담이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라도 인하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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