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석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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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석에 앉아서…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8.06.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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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수 사회부기자
   
기자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한국 언론재단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선정 신문사를 대상으로 마련한 '재판 소송 보도'와 관련한 교육과정에 참석하고 돌아 온 것이다. ‘잘 차린 잔칫상에 숟가락 하나 얹여 한 사흘간 쉬었다 오겠다’는 심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연수 기한이 지날수록 사뭇 진지한 언론사 기자들의 눈빛에서 자세를 고쳐 잡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 조직 내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한 이틀간의 강연은 사실 검찰 조직의 성토장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피의사실 공표 죄가 우려돼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언론 취재 협조에 어렵다는 하소연부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 보도해서 안 된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보도해도 좋다'는 것보다 '보도해선 안 된다'는 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가 연수 마지막 날 오전 강연을 통해 해소됐다. 검찰 조직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접근했는가. 기자로서 조직에 대한 신뢰감은 얼마나 주었는가를 고민하게 됐기 때문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기소 전 피의자에 대한 사건보도는 자칫 명예훼손으로 피소될 소지가 있다.

그리고 내사 사건의 경우 범죄의 혐의점이 의심되는 용의자에 대한 범죄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단계로 자칫 언론보도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가져 올 수 있고 이는 수사상 어려움을 준다는 하소연.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언론이 속보성 경쟁을 하다 보면 때론 사실 확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앞뒤 안 가리고 보도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언론의 행태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취재 접근성에 있어 검찰 조직처럼 폐쇄적인 조직도 없다. 영장이 이미 발부된 상태에서도 기소전이란 이유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더욱이 최근엔 기획관, 대변인, 차장검사를 공보관으로 언론 루트를 일원화 하면서 더욱 취재의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폐쇄성을 지닌 것이 바로 검찰 조직이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 법원에 대한 재정신청과 보석신청 등을 통해 피의자들이 풀려날 기회는 너무도 많다"며 수사의 어려움에 대한 하소연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런 검찰 조직도 신뢰성을 갖고 다가드는 언론을 결코 멀리 하지 않을 것이란 한 검찰 홍보담당관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껴 본다.

특히 그가 진정한 사법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배심원(국민)에게 죄의 평결을 묻는 국민 참여 재판이 도입됐듯이 장기적으로 구형 배심주의(기소 심의위원회)가 도입돼야 한다는 견해를 거침없이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사법계 미래가 어둡지 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수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기자들이 국민 참여 재판의 주인공이 돼 직접 참여해 봤다는 점이다.

변호사, 검사, 판사, 배심원이 돼 국민 참여 재판의 모든 과정을 체험했다. 기자는 배심원으로 이번 재판에 참여했다. 새벽녘 헤어지자는 내연녀를 공기총으로 살해한 40대 초반의 피고에 대한 배심원 평결의 시간을 가지면서 더 없는 책임감을 느꼈다. 결론은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불충분으로 배심원 8대 1의 무죄 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무죄를 주장한 배심원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벗겨 준 것인지 아니면 죄인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책임감이 한 없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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