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안 올라’ 경지정리 반대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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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안 올라’ 경지정리 반대 골머리
  • 남기중 기자
  • 승인 2008.12.10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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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공사, 주민반발로 삼성지구 설명회 무산
주민 동의 얻으려면 기존 사업지 재탕해야

대구획경지정리 사업 착공을 앞둔 농촌공사가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는 농민은 반대하고 있는데 농민을 위한다는 대구획경지정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삼성면사무소에서 삼성지구 대구획경지정리 사업설명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갑작스럽게 이 사업설명회가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많이 안 올 것 같다”며 “주민이 많지 않으면, 사업설명회가 안 된다”고 설명하면서 부면장님이 사업설명회를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 25년전에 대구획경지정리를 하여 정갈하게 정돈된 곳을 다시 갈아 엎고 용배수로와 논을 다시 설치 분할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거짓임이 밝혀졌다. 김상만 부면장은 해당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데, 면사무소에서 뭐하고 있는 거냐는 불만이 일자,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설명회는 농촌공사 음성지사장과 음성군 건설교통과장이 참석해 주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농촌공사 음성지사장이 업무적인 일이 생겼다며 불참의사를 면사무소에 통보했고, 이 때문에 건설교통과 직원들도 불참하게 되었다는 것. 민원해결을 위해 마련한 삼성면은 주민을 상대로 설명해줄 사업관계자가 없게 되자 사업설명회를 취소하게 된 것이다.

사업설명회 취소 통보를 접하지 못하였거나, 취소통보를 받고도 일부 주민들은 면사무소를 찾았다. 이 자리에 찾아온 주민들이 20여명은 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면사무소 2층 소회의실에서 간단한 설명을 하게 되었다.

한 주민은 “자신은 사업에 찬성하겠다고 한 사람인데, 전체가 다 하는 줄 알고 동의서에 찬성했다”며 “다시 찬성을 취소하고 반대하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아예 이 사업을 없던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또, “사업내용을 보면 대구획경지정리는 싹 밀고 다시 정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중간중간 빼놓고 하는 줄 몰랐다”고도 말했다. 현재 대상지역에서 제외된 필지가 20여 필지나 되어 누더기 경지정리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역주민은 중간중간 빼놓았는데, 이 빼놓은 필지는 반대하는 주민의 땅이라며 자기네 땅도 빼 달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아예 없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농민이 반대하는 농민을 위한다는 ‘농지대구획경지정리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 삼성지구 대구획경지정리 사업은 일단, 예전에 이미 경지정리를 한 곳에 다시 경지정리를 하는 재탕 경지정리이다. 벌써 경지정리를 한 곳에 이중 투자를 하는 셈이다. 경지정리 사업은 경지정리가 안 된 곳에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농촌공사에도 사정은 있다. 경지정리를 한 곳에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땅값 때문이다. 음성지역도 개발 붐이 일면서 자신이 농사짓고 있는 농토의 지가 상승에 관심이 많다.
경지정리한 곳은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지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평생 그 땅은 농사만 지어야 되고 자손에게 물려주더라도 농토로 밖에 쓸 수 없다.

언감생심(焉敢生心) 경지정리가 안 된 곳에 경지정리를 하겠다고 하면 열이면 열이 결사반대할 것은 불 보듯 뻔 한일이다. 이 때문에 경지정리가 안 된 곳에 하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는 경지정리가 이미 된 곳 가운데 오래된 지역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경지정리가 이미 된 곳에 왜 또 하느냐, 하려면 중간중간 빼 먹지 말고 대상지역 모두 밀고 다시 해 달라는 것이다.
농촌공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모든 것을 주민들에게 털어놓고 주민들을 이해 설득시켰어야 했다. 구비서류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찬성동의서 70% 넘기는 데만 주력하다보니 이 같은 주민 반발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사실 농촌공사는 반대하는 주민들을 무시한 채 물의를 빚으면서까지 사업을 추진 할 수 없다. 하지만 착공만 하면 민원은 수그러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대하는 주민들은 포크레인으로 밀고 들어오면 들어 눕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대구획경지정리사업에 반대하는 대표 주민격인 이기호 씨는 “당초 계획안에는 포함됐던 필지가 빠지고 새로 추가된 지역이 있다. 농촌공사에서는 처음부터 빠져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하지만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씨는 “반대하는 주민의 땅은 빼고,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 것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며 이에 대한 설명을 촉구했다.

이기호 씨는 “현재 추진중인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면 지역 주민 갈등이 심화될 것이고, 이웃끼리 원수지고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업이 중단돼야 이웃 간에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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