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 소비자는 비싸고 생산자는 남는 게 없다
상태바
꽃값, 소비자는 비싸고 생산자는 남는 게 없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2.11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자재값 상승, 수요 감소 화훼농가·상인 ‘울상’
가격 30% 올라, 비싼 장미 대신 거베라 ‘인기’
   
졸업·입학 등 화훼 수요가 증가하는 요즘, 여기저기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폭등한 꽃값에 불만을 토로하고, 화훼농가는 남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꽃값으로 인해 수요도 크게 줄어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도 한숨짓기는 매한가지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꽃은 장미다. 장미 비수기인 여름철 장미 한 송이의 소비자가격은 700원선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2000원을 호가한다. 그럴싸한 장미꽃다발 가격은 4만원~5만원선이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의식주 비용까지 줄이는 서민경제를 생각한다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지난해 졸업시즌 장미꽃다발 가격이 3만원을 형성한 것과 비교하면 30%이상 오른 것.

지난 10일 졸업식장을 찾은 주부 전용순 씨(51·용암동)는 “사진도 찍어야 하고, 아이의 졸업식을 꽃다발 하나없이 치를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은 했지만 예년보다 너무 값이 올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요가 많은 장미 가격이 오르자, 비싼 장미보다 적은 송이로 풍성해 보이는 꽃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화원을 운영하는 전박순 씨는 “축화화한에 주로 쓰이는 거베라와 같은 꽃들이 인기다. 장미의 절반 가격이면 풍성한 꽃다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꽃값이 크게 오른 데에는 원자재 값 상승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구니·포장지·리본 등 수입 포장재 가격이 위안화, 달러화의 상승으로 20%~30%가 상승한데다, 면세유·비료·전기요금·운임료 등 화훼농가 비용도 크게 늘었다.

가격이 인상되면 웃음소리가 들려야 하는 화훼농가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용의 증가로 겨울철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도 크게 늘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2월 전체 장미류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26% 감소(2009년 17만5000속, 2008년 23만8000속)했고, 금액은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균 낙찰가격은 1속(10송이) 당 4707원으로 지난해 4636원보다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 농민은 “해마다 가격은 인상됐다고 하지만 농민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시장에서 꽃값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겨울 고유가 부담 등 경영비가 증가해 전체적인 재배면적이 감소한데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온도로 재배하다 보니 작황도 부진해 물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수요침체로 소비도 크게 줄어 농민들의 기대만큼 수입을 올리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값싼 수입 꽃까지 유통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입 장미의 경우 대가 얇고 꽃잎의 색이 선명하지 않아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훼도 농사다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꽃집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가격을 깎으려는 소비자와 남는 게 없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화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장미의 경우 도매상으로부터 받는 가격이 1300원이다. 장미 20송이에 안개꽃 반 단(7000원)을 포장하면 원가만 3만5000원 수준이다. 여기에 도매상으로부터 받는 장미의 5%정도는 상품가치가 없어 폐기처분하는 것을 감안하면 꽃가게들도 크게 남는 것 없이 판매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목 열기도 온데간데없다. 김 씨는 “지난해만해도 졸업시즌에는 미리 꽃다발을 준비하느라 밤을 새기도 했지만 올해는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화훼농가들은 꽃을 허례허식으로 치부하는 인식으로 인해 시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단체의 행사에서 화환을 사절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호도되고 있다. 물론 우리 쌀을 소비하는 것도 농가를 위하는 길이지만 한때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정부가 권장한 화훼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깨물면 다 같이 아픈 농민들이다. 꽃을 키우는 사람도 농민들이고 꽃도 농작물”이라며 인식의 전환을 호소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