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집에 불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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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집에 불났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6.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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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쫄호떡’·‘졸졸호떡’의 엇갈린 운명
상표권 공방, 후발주자 쫄쫄호떡 '勝'

   
맛으로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던 청주의 명물 ‘튀김호떡’이 이번엔 상표권 공방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튀김호떡을 청주에서 처음 선보인 ‘졸졸호떡’과 졸졸호떡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은 ‘쫄쫄이호떡’간의 1년여 지루한 분쟁에서 특허법원은 계승자인 ‘쫄쫄이호떡’의 손을 들어 주었다.

밀가루와 찹쌀반죽에 고소한 땅콩가루와 흑설탕이 절묘하게 녹아든 호떡은 오랜 시간 서민들의 대표 간식거리로 사랑받아 왔다.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의 변해가는 기호에 따라  호떡도 진화했다. 찹살호떡, 완두콩호떡, 꿀호떡 등 재료도 다양해졌고, 조리방식도 다양해졌다. 청주에서는 기름에 바싹 튀겨낸 호떡이 새롭게 선을 보이며 호떡업계를 평정했다.

1982년 노점에서 시작한 ‘졸졸호떡’은 어엿한 음식으로 대접받으며 성안길 상가에 입점했다. 하지만 졸졸호떡을 탄생시킨 최 모씨는 사업전환을 꾀했고, 상가는 물론 졸졸호떡을 만드는 비법까지 모든 권리를 지금의 ‘쫄쫄호떡’에 넘겨줬다.

아버지에 이어 쫄쫄호떡을 운영하고 있는 한명삼 씨는 “번화가 좋은 목에 위치했던 졸졸호떡이 지금의 쫄쫄호떡 자리로 이전해 온 것은 1995년의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 주인은 아버지에게 가게를 넘겼고, 영업에 관한 권리 일체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1억2000만원을 지불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호떡의 맛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한 씨의 아버지는 계약을 체결했고, 가게를 넘긴 최 씨는 인근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원조와 계승자의 엇갈린 행보가 시작됐다. 최 씨의 새로운 사업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주인이 바뀐 졸졸호떡의 매출은 더욱 늘어났다.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9년 신문보도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청주의 명물로 소개되면서 급기야 원조를 제치고 ‘쫄쫄호떡’이 튀김호떡의 대명사로 등극하게 됐다.

한 씨의 쫄쫄호떡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최 씨의 사업은 두 번의 실패로 이어졌다. 외식사업을 하고 있는 최 씨는 결국 2007년 11월 쫄쫄호떡 인근 건물에 ‘원조의 집’이라는 문구와 함께 ‘졸졸호떡’ 상호를 걸고 영업을 재개했다. 이후 둘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최 씨는 졸졸호떡 개점과 함께 성업 중인 쫄쫄호떡을 상대로 상표등록취소소송을 제기했고, 한 씨가 유사상호를 사용해 자신이 영업피해를 봤다는 요지의 형사고발도 병행했다.

2008년 9월 형사고발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고, 2심까지 1년여를 끌어오던 상표등록취소소송도 원고의 청구가 기각됐다.

분쟁의 핵심은 쫄쫄호떡이 ‘쫄쫄이호떡’으로 상표를 등록하고도 ‘쫄쫄이호떡’이라는 간판을 걸지 않고, 원조인 졸졸호떡과 혼동되는 ‘쫄쫄호떡’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법정에 가기 전에도 한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업간의 거래도 아니고 장사를 하면서 자세하게 인수내용을 표기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시절이다. 지금도 가게를 매매하면서 권리금, 보증금 등으로 구분하지 어떠어떠한 권리인지에 대해 표기하지 않는다. 인수 당시 상표사용이나 비법 전수 등 영업과 관련된 모든 권리에 대해 구두로 약속했고, 그렇기 때문에 당시로써는 큰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라고 한 씨는 설명했다.

한 씨가 상호를 쫄쫄호떡으로 바꾼 것도 장사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뒤였다. 굳이 새롭게 상호를 바꿔 새롭게 간판을 달 이유가 없었다. 그러던 중 호떡을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 발음하기 쉬운 ‘쫄쫄이’로 호떡을 부르자, 기존 간판에 ‘ㅈ’만 달아 ‘쫄쫄호떡’으로 상호를 바꿨다. 

그리고 1년이 지난 1998년 11월 9일 최 씨가 ‘졸졸호떡’으로 상표등록을 했고, 한 씨는 ‘쫄쫄호떡’으로 상표등록이 여의치 않자 ‘쫄쫄이호떡’으로 최 씨보다 3일 늦게 상표등록을 하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는 원고가 대상서비스표(상표)를 등록하기 이전부터 실사용서비스표(쫄쫄호떡)를 사용해 왔고, 또한 실사용서비스표는 전국 방송에도 ‘청주의 명물’로 여러 차례 소개도어 일반 수요자들에게 알려졌지만 원고의 대상서비스표(졸졸호떡)는 특정인의 서비스표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알려졌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원고의 대상서비스표의 서비스와의 사이에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의 판결은 당초 비법은 최 씨가 개발했지만 한 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비법을 전수받았고, 튀김호떡을 청주의 명물로 만든 것은 개발자인 최 씨가 아니라 한 씨의 공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패소한 최 모씨에게 상고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어 상표권 분쟁이 이대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수임료만 ‘2200만원’…상처뿐인 승리
한명삼 씨 “상표등록만 했더라도” 아쉬움 토로

   
지난 12일 특허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본 한명삼 씨는 만감이 교차했다. “상표등록의 중요성을 알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씨가 법정까지 간 가장 큰 원인은 ‘쫄쫄이호떡’의 상표등록이 ‘졸졸호떡’보다 3일 늦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씨는 막상 소상인들이 상표등록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사를 시작하려면 영업신고증, 사업자등록증을 발부받기 위해 기관을 방문하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상표권 분쟁 등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표등록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로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변리사를 통하면 특허청에 납부하는 관납료와 부가세를 포함해 17만~35만원의 비용이 든다. 또한 등록결정을 받고 등록절차를 밟으면 등록료와 등록세 등 추가로 35만~5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한 씨의 결론은 상표등록이 필요한 경우라면 반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두 차례에 걸쳐 재판을 진행하면서 수임료만 2200만원이 들었다. 부대비용에 맘고생까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쫄쫄호떡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한 씨는 “지난 10여년간 열심히 호떡만 만들어왔는데 분쟁건이 불거지면서 오는 손님마다 ‘어디가 원조냐’ ‘누가 잘못한 것이냐’고 묻는다. 일일이 답변할 수도 없는 일이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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