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많은’ 청주대 학교부지 1923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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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많은’ 청주대 학교부지 1923평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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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덕동 학교부지 평당 52만원 매입, 시 보상가는 30만원대
원소유주 박여인, 양길승 사건 휘말려 3억원 ‘공갈죄’ 기소돼

청주대와 지역 건설업체 대표간의 토지매매를 둘러싸고 지가산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대는 작년 7월 학교부지로 묶여있던 내덕동 사유지 1900여평을 평당 52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청주시가 토지보상을 위해 산정한 인근 사유지의 감정가는 30만원대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에대해 대학측은 “이사회 결의와 공인감정사의 감정을 거쳐 산출된 지갚라며 의문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업계에서는 “학교부지로 묶인 땅을 시세 이상으로 매입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문제의 땅은 지난 8월 청주지검의 양길승 ‘향응접대’ 사건 수사과정에서 예기치않게 불거졌다. 김도훈 전 검사에게 양 전 실장의 6월 28일 청주 방문 사실을 귀뜸해주고 K나이트클럽 접대상황을 전화보고한 박모씨(45·여)가 바로 내덕동 땅의 원 소유주였던 것. 박씨는 언론에 김 전 검사의 ‘정보원’으로 묘사되기도 했으나 정작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2000만원의 현금을 건네준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기도 했다.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던 박씨는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고 여기에 공갈혐의까지 추가됐다. 청주의 중견 건설업체인 O사 대표 H씨를 공갈협박해 3억원을 가로챘다는 것. 박씨와 H씨의 3억원 금전수수 과정에서 문제의 내덕동 땅이 등장한다. 박씨는 내덕동 477번지 일대 5000평의 땅을 남편 명의로 소유하고 있었다. 지난 2000년 9월 박씨는 내덕동 땅을 10억5000만원에 매매하기로 H씨와 계약을 체결했다. 단, 잔금 2억5000만원은 전체 5000평 땅 가운데 청주대 학교부지로 편입된 1923평을 지정해제시켜야만 지급키로 약정했다는 것. 하지만 학교부지 지정해제가 여의치않아 박씨는 3년간 잔금지급을 받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지난 7월 이자금 명목의 5000만원을 더해 총 3억원을 받아낸 것.

3억원이 오가는 과정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과 박씨의 법정진술은 새로운 ‘미스테리’를 던져준다.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6월 H씨의 사무실을 찾아간 박씨가 잔금지급을 요구하며 “김도훈 검사가 당신과 K나이트클럽을 수사하고 있더라, 조심하라. 당신이 운영하는 O사도 건설산업법위반 혐의도 있다고 하더라, 김 검사하고 나는 동향이고 불교신도 모임도 함께 하고 있어 잘 알고 있다. 당신에게 불똥이 튈지 모르니까,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은근히 겁을 주었다는 것. 또한 두려움을 느낀 H씨는 지난 6월말과 7월중순 2차례에 걸쳐 총 3억원을 건네주었다는 주장이다.

무려 3년간 잔금지급을 하지않던 H씨가 단기간에 이자까지 더해 3억원을 지급한 것은 특별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 공소사실대로 ‘겁을 먹은’ 것이 분명하고, 단순히 지분권자로 있는 K나이트클럽 내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박씨가 언급했다는 O사에 대한 건설산업법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길승 사건 특별수사팀은 수사브리핑 과정에서 취재진이 O사에 대한 건설산업법 위반 수사여부에 대해 질문하자 ‘수사하진 않았다’고 답변했다. 특히 박씨는 지난달 18일 3차 공판에서 “김 전 검사로부터 ‘(돈을 주도록)조치를 해놨으니 H씨를 만나보라’는 전화연락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해 김도훈 전 검사와 H씨의 접촉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검사는 H씨 접촉사실에 대해 수사초기부터 부인했으나 3억원이란 거금이 갑작스레 전달된 것으로 보아 의문점은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면 H씨를 결정적으로 ‘겁먹게 한’ 그것은 무엇일까? 알려진 바로는 박씨는 자신의 땅 5000평을 10억5000만원에 매입한 H씨가 2년뒤 학교부지 1923평을 청주대에 10억250만원에 매각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는 것. 학교부지 지정해제라는 특약을 내세워 잔금 2억5000만원을 내주지 않았던 H씨가 정작 학교부지 땅을 청주대에 고가로 매각하고도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H씨는 10억5000만원에 산 5000평의 땅 가운데 절반에도 못미치는 학교부지 1923평을 2년뒤 10억250만원에 되팔은 셈이다. 나머지 땅도 같은 시세라고 친다면 2년만에 2.5배의 지가상승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에대해 사건 관계자 A씨는 “학교부지 해제를 내세워 잔금지급을 거부하다가, 정작 문제의 학교부지를 시세보다 월등한 가격에 되팔고도 시치미를 뗀 것은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잔금은 공갈칠 필요도 없이, 도덕적으로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었다”고 말했다.

평당 52만원 ‘명당’에 자리잡은 토사 처리장

H씨가 학교부지를 ‘월등한’ 가격에 되팔았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학교부지는 개발제약을 받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땅이다. 학교측에서 해제에 동의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 ‘우월적 지위’에서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묶인만큼 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학교측에서 절대적으로 긴급하게 필요로 한다면 토지소유주의 요구대로 시세이상으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내덕동 땅은 2억5000만원의 잔금 때문에 박씨가 학교부지 해제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박씨는 지역의 정·관계부터 언론계까지 발이 넓은 여성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부지를 풀지않던 청주대가 느닷없이 2년뒤에 시세 이상의 가격으로 매입한 과정은 도저히 짝이 맞지 않는 ‘그림맞추기’다.

청주대는 1923평의 학교부지를 H씨로부터 평당 52만원꼴로 매입했다. 하지만 200여m 떨어진 내덕공원 노인복지회관 건립부지에 대한 청주시의 편입토지 감정보상가는 30-34만원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내덕동 공인중계사 W씨는 “율량동 택지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작년도에 내덕동 인접 땅값이 강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 거래가는 평당 30만원대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공원부지에 묶인 곳은 거래가 이뤄지기 힘든데, 학교부지를 평당 52만원에 사들였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학측은 “지난해 학교 기숙사 토목공사를 하면서 발생한 흙을 처리하기 위해 토사처리장이 긴급하게 필요했다. 마침 지대가 낮은 내덕동 477번지 땅이 적지로 판단돼 소유주인 H씨를 수차례 찾아가 사정한 끝에 사들일 수 있었다. 학교법인의 재산매입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하고 토지가격도 2개 공인감정 회사의 감정결과를 평균해 산출한 것이다. 당장의 개발계획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문화체육시설 부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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