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4대강 사업 토론회 “실망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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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4대강 사업 토론회 “실망스럽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0.10.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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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상대방 논리 날선 비판 없이 찬반양론만 펼쳐
미호천 작천보·백곡 저수지 쟁점, 찬성 단체 고성 ‘눈쌀’

4대강사업 공동검증위원회가 검증위를 넘어 폭넓은 의견을 모으고, 쟁점 지역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4대강 사업 토론회가 별다른 소득없이 마무리됐다. 먼 길을 마다않고 토론회를 경청하기 위해 참석한 방청객들은 미흡한 토론회 운영과 무성의한 준비에 실망했다.

   
▲ 기대했던 4대강 사업 토론회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기고 마무리됐다. 토론자들은 날선 비판보다는 찬반양론을 이야기하는데 급급했고, 방청객들도 4대강 사업이 충북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국한된 이야기만 반복했다.
무엇이 4대강 살리기인가?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토론집 조차 준비돼 있지 않아 방청객들은 주제발표자들이 어떤 주제로 발표를 하는지, 누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토론자인지 찬성하는 토론자인지도 알 수 없어 우왕좌왕했다.

한 방청객은 “언론은 물론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이 토론회를 통해 해결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오늘을 기다렸는데 토론집 조차 준비하지 않은 것은 무성의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이라는 한 방청객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토론회'라고 규정한 토론회에서 어떻게 찬반토론을 진행할 수 있냐”며 진행자에게 ‘4대강 살리기 사업 토론회’라는 이름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 검증위가 토론회 이름을 '4대강 살리기 토론회'라고 정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이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방청객들과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주최 측은 ‘4대강 사업 토론회’로 이름을 변경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기대를 모았던 방청객과의 토론도 일부 분쟁지역의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만 밝히는 호소의 장으로 변질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백곡저수지 둑높임 공사 찬성 주민들은 ‘공사를 통해 명품저수지를 만들자’는 대형 현수막을 펼쳤고, 4대강 찬성 단체는 편파적 패널 선정이라며 토론회를 연기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자들도 상대의 논리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토론회는 찬성·반대 양측이 바라보는 4대강 사업을 방청객에게 전달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상대로 작전보와 백곡저수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찬반 양측 토론자 대부분 작천보와 백곡저수지 문제에 7분간의 발언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반대 측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강태재 충북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미호천은 광역 청주권을 먹여 살리는 젖줄이다. 환경은 둘째치고라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4대강 사업이 이곳에 어떤 이득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쟁점이 되고 있는 작천보를 없애도 농사를 짓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또한 백곡저수지에 서식하고 있는 미호종개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브랜드화해 농산물 판매는 물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지학 충주대 교수는 “작천보는 48년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시공한 농업용수 전용보다. 이미 낡았고, 현대식 보와 비교해 수행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현재 위치에서 15m 아래에 전도식 게이트로 만들면 수위를 조절하고 퇴적 토사를 흘려보내는데 용이하다. 애당초 작천보는 4대강 사업도 아니고, 수질개선을 위해 개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백곡 저수지와 관련해 “건천화 방지와 홍수조절을 위해 필요하다”며 “미호종개의 서식과 관련해서는 이미 관계기관에서 대책마련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정부는 2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면서 초기에 90%가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여론조작을 한 것”이라며 정당성의 문제를 거론했다. 이 처장은 또 백곡저수지와 관련해 “대청댐과 충주댐 건설 당시 수몰민들은 전국 각지를 떠돌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백곡저수지 둑을 높인다고 해서 누구에게 득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농업용수 부족한 적 없다

류을렬 전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호종개 멸종 우려와 관련해 “백곡저수지 상류 미호종개 서식지가 수몰되면 위에 보가 있어 더 올라갈 수 없지만 어도를 만들거나 이식을 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도민들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4대강 사업으로도 미래의 물부족을 고려하면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완희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사무국장은 “진천군에 문의한 결과 지난 5년간 물이 부족해 농사를 못 지었다는 민원은 한 건도 없었다. 물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2m의 둑을 올린다고 정부의 주장대로 재해예방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하천의 수위 유지를 위한 목적일 뿐”이라며 “외국의 하천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을 바라보며 미친 짓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비판했다.

한편 주제발표자로 나선 염우 충북환경련 사무처장은 생태계 절멸·수질 악화·홍수예방의 허구·미흡한 경제효과 등 기존 주장을 바탕으로 결국 대운하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동검증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검증이 끝날 때까지 충북도가 진행하는 사업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거나 유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강 사업 찬성 단체의 화려한 출범식

지난 7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시민 200여명으로 구성된 4대강 하천정비 국민운동본부 충북본부(이하 4대강 충북본부) 출범식이 열려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대강 충북본부의 출범식은 화려했다. 베트남참전유공자회 충북도지부·충북부녀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주축인 4대강 충북본부의 출범식에는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주최측 발표 1000여명이 모이며 성황을 이뤘다. 출범식은 4대강사업 홍보영상물 상영을 비롯해 풍물놀이와 국악 공연, 연예인 축하무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한 행사대행사 대표는 “이 정도 규모면 적어도 3000만원 이상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귀띔해 낭비성 행사라는 여론이다. 

4대강 충북본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4대강 사업은 환경파괴가 아니라 하천정비를 통해 국가와 국민의 생명줄을 살리는 것”이라며 “정부와 충북도는 다수 국민과 지역민의 의견을 존중해 4대강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단체의 진정성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시민은 “회장을 비롯해 전면에서 대변인 역할을 하는 고문 등 단체를 맡고 있는 임원진 일부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말로는 국민의 생명줄을 살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밥줄을 살리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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