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창조성 기르는 게 결국 도시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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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의 창조성 기르는 게 결국 도시 경쟁력”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0.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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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통한 도심재생 꿈꿔…시청로비 공연도 잇따라
매춘 성행 지역에선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운영해

<글 싣는 순서>
1. 폐교의 부활
①양평 조현․세현 초등학교
②일본 니시스가모 창조건물
2. 일본 공민관, 세타가야 문화재단
3. 토리데시 아트 프로젝트
4. 창조도시 요코하마의 비전
5. 충북 문화예술교육 현주소

요코하마는 2004년부터 창조도시를 표방해왔다. 도심 재생을 위해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게 컨셉트다. 과거 건축물을 정비해 문화공간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를 초청해 다양한 워크숍을 펼친다. 요코하마는 일본에서 150년 전 처음 개항된 도시로 역사적인 재산이 많다.

‘아카렌가’는 철거위기의 창고 건물이었지만 외관을 살리고 문화예술 전시관 및 아트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꾸며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른바 ‘아트팩토리(artfactory)’의 성공적인 모델이 된 것이다.

   
▲ 아카렌카는 과거 창고건물을 문화예술공간 및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다.

   
▲ 고가네초는 1925년부터 철도가 지나가는 동네로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요코하마 시 예술진흥재단 사무국장 호리에 다케시씨는 “요코하마 시 정책은 크게 문화를 통한 도심재생과 문화예술교육이다. 노인들이 교류하는 것과 어린이들이 창조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단이 처음에는 건물을 조성하고 관리하는데 머물렀지만 지금은 모든 시민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요코하마 시 예술진흥재단 사무국장 호리에 다케시 씨는 “요코하마의 중요한 흐름은 문화를 통한 도심재생과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요코하마 시에서는 지역주민이 아티스트와 만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는 데 힘쓰고 있다. 호리에 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가 예술의 힘을 지역주민에게 환원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아티스트와 코디네이터, 지역주민이 3박자를 이루는 게 시작과 끝이다”고 강조했다.

오픈 요코하마 페스티벌
지난달 요코하마 시는 ‘오픈 요코하마’ 이벤트로 들썩거렸다. 9월 10일 요코하마 시청 로비에서는 클래식 공연이 끝난 후 시민들이 직접 만든 커튼이 쳐지고 ‘오픈 요코하마’이벤트 시작을 알렸다. 이처럼 시청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작은 음악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관객들이 조용히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요코하마 학생들이 고가네초 시민들을 위해 연 커뮤니티 카페의 모습.
또한 요코하마 미술관에서는 어린이들의 아뜰리에가 열리고, 황금정(고가네초) 역에서는 바자회가 열린다. 고가네초는 실제 철도가 다니는 곳인데 1925년부터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마약, 매춘이 성행했던 이곳은 지난해부터 요코하마 시와 경찰, 지역주민이 만나 지역을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철거사업을 벌이고 이곳에 ‘예술’을 심어놓았다. 지금은 빈 공간에 예술가들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열고 있고, 바자회에는 시민들도 참여한다. 또한 요코하마 대학에서 커뮤니티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의 일상에 예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요코하마시립대학 스즈키 노부하루 교수는 “예술을 통해 지역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에서 건물을 작가에게 임대해주는 형식을 띤다”고 말했다. NPO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와사키 이사에 씨는 “이곳에 약 30개의 문화공간이 있으며 한국의 안산 리트머스, 인천 스페이스 빔과도 교류한다”고 설명했다. 요코하마 시의 비전은 결국 시민들이 문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창조해나가는 것이었다.

미술관에서 주문을 외우고 낙서를 하는 아이들
20주년 맞이한 요코하마 미술관의 워크숍

   
▲ 야마사키 유 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어린학생이 벌써 아티스트가 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요코하마 미술관에 도착해보니 팬티만 입은 아이들이 커다란 도화지에 앉고 누워 자유롭게 붓을 들고 놀고 있었다. 작은 골판지 판에 그림을 그리고 주문을 외우면 마법같이 형광색으로 빛났다. 무엇보다도 미술관에서 이렇게 놀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린이 대상 워크숍은 미술관이 개관할 때부터 꾸준히 열어왔다. 미술관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이 벌써 아티스트가 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요코하마 미술관에서는 연간 90회 이상 학교로 찾아가 워크숍을 펼친다. 또 일요일 아침에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프리존’프로그램을 분유를 먹는 아가부터 6학년을 대상으로 개최한다. 개인 조형 프로그램, 갤러리 투어 등 어릴 적부터 미술과 친해지는 다양한 교육을 펼친다.

요코하마 미술관 학예교육 주임인 야마사키 유 씨는 “아이들이 더 이상 손을 사용하지 않는 게 문제다. 예술을 통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자 한다. 워크숍에 참가비용은 따로 없다. 희망자가 많아 오늘 수업을 진행한 엔오키 유치원의 경우 3년 전에 신청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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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하마 미술관의 어린이 대상 워크숍은 개관할 때부터 꾸준히 열어왔다.

“시장님도 강의 들으러 와요”
‘뱅크아트 1929’의 비평강좌 인기몰이

   
▲ 뱅크아트1929 건물 전경.
‘뱅크아트 1929’는 1929년에 지어진 다다이치 은행건물을 2004년 시가 매입해 전문단체에게 위탁 운영해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3층 건물에 레스토랑, 아트숍, 전시장, 공연장을 갖춘 이곳은 세계적인 전시회와 공연을 개최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예술 강좌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공연장의 경우 전설적인 무대미술가 ‘아사쿠라 세츠’가 디자인했다. 외벽과 내벽 등 과거의 작은 흔적도 살린 것이 이채롭다.

뱅크아트 1929의 예술비평 강좌는 미술, 건축, 댄스, 사진 강좌 등으로 월~금요일까지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강좌가 열린다. 현직 시장도 와서 강의를 들을 수 정도로 수준이 높다. 심지어 홋카이드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강좌를 들으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오사무 이케다 사장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른바 ‘출장강좌’도 열고 있다.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애프터스쿨’개념으로 책을 만들거나 직접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요코하마 시에서 운영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뱅크아트 1929는 다양한 수익사업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오사무 이케다 사장은 취재진에게 칠판에 수익구조를 자세히 설명했다. 비평 강좌, 아트숍 및 레스토랑 운영, 전시회 대관료, 입장료 등 연간 8000만엔(한화 약 11억)의 자체 수익을 발생하고 있다. 콘텐츠에 따라 문화예술공간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반증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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