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체험관 ‘유크라인트’ 개점휴업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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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체험관 ‘유크라인트’ 개점휴업한 사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0.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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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문 닫아, 차별화된 콘텐츠 필요해
재공고 통해 새 주인 맞을까, 직영 논의도 솔솔
청주시 내덕동 안덕벌에 위치한 첨단문화산업단지에는 중부권 최대의 미디어 체험관을 표방했던 ‘유크리안트(www.ucreant.co.kr)’가 잠자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유크리안트는 오감체험형 디지털미디어 체험관으로 국비와 시비 45억원을 들여 2203㎡ 규모로 체험공간, 교육공간, 꿈꾸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공간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미술, 음악, 과학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 단지 내 2층에 위치한 미디어 체험관 ‘유크리안트’는 6개월 만에 문을 닫고 새 운영자를 모집중이다. 운영방식 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성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측은 당시 “유크리안트 개관으로 디지털 체험을 추가, 에듀테인먼트 체험관인 에듀피아와 애니메이션 전문 상영관인 애니퍼니영상관 등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체험메카로 자리잡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네 주민부터 수용하라
하지만 기대만큼 관객이 들지 않았다. 따라서 유크리안트 공간의 콘텐츠를 구성하고 관리까지 나섰던 지역 업체인 (주)아이티아이에스가 8월까지 맡기로 했지만 6월에 손을 들고 떠났다. 관객은 월 1200명 수준. 평균 500만원 정도 수익이 났다. 유크리안트는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됐으며, 입장료는 유·초·중고 개인 6000원(단체는 5000원)과 성인 5000원이었다.

사실상 (주)아이티아이에스 측은 관리직원 2명만을 파견해 예약접수만을 받는데 그쳤다. 효과적인 홍보 및 이벤트를 벌이지 못했으며 관계기관과 연계해 관람객을 모으는 전략도 없었다.

이에 첨단문화산업단지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지난달 말 유크리안트 운영업체 1차 공고를 내지만 응모업체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10월 17일까지 재공모 기간으로, 이번에도 공모가 되지 않을 경우 전문 업체 위탁 및 직영이 해결방안이다.

그런데 유크리안트가 지지부진한데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콘텐츠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다시 찾지 않는 공간의 한계
안덕벌에 살고 있는 김종주(가명)씨는 “이미 엑스포, 테크노 박람회 등을 통해 미디어에 대한 경험들이 넘쳐난다. 나와 관련성이 없는 데 굳이 돈까지 내고 관람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차라리 개방형 도서관을 운영해 이 동네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첨단문화산업단지는 주민들에게 너무 어려운 공간이다. 다가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문화기획자 A씨 또한 “최근 스마트 폰 등 손안의 미디어 시대가 구축됐는데 정적인 공간에다 주제 또한 너무 넓어 메리트가 떨어진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콘텐츠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첨단문화산업단지가 주민들과 일상적으로 만나는 작업부터 벌이고 난 뒤 미래적인 미디어 산업을 해도 늦지 않는다. 주민들과 만나는 기초조사 작업부터 해야 한다. 지역민을 수용하지 못하면서 외부인들을 끌어들인다는 마인드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문화기획자 B씨는 “어린이 도서관이 온·오프라인으로 만들어지면 1층에 있는 애듀피아와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충북의 역사와 문화생태를 볼 수 있는 디지털 박물관을 구성하면 살아있는 현장학습기관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지역문화산업이 뿌리내리는 시기다. 문화산업을 지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서 애듀피아, 유크리안트와 같은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교육청과 연계해 현장체험학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답했다.

   
▲ 1층 로비를 비롯한 단지 내 유휴공간이 많지만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직영하고 있는 애듀피아(www.cjedupia.co.kr)의 경우
첨단문화산업단지가 2008년 40억원을 들여 1층 면적 1,981㎡에 놀이를 통해 창조적 감성을 배운다는 목표로 4~12세 까지 유·초년 아동들을 위한 놀이 체험학습 공간을 조성했다. 3년차인 애듀피아는 현재까지 8만명이 다녀갔다. 총 수익은 3억원. 올해는 현재까지 1만 7000명이 다녀갔으며, 수익은 8000만원이다.

1층에 애듀피와 2층 유크리안트 개관을 통해 시민과 호흡하려고 했지만 성적이 영 좋지 않다. 특히 한번 온 관람객이 다시 찾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도 한계를 드러낸다. 첨단문화산업단지가 하루빨리 다양한 문화·예술·산업이 살아 숨 쉬는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진-유크리안트) 단지 내 2층에 위치한 미디어 체험관 ‘유크리안트’는 6개월 만에 문을 닫고 새 운영자를 모집중이다. 운영방식 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성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첨단문화산업단지, 제대로 활용되고 있나
창의성 못 살리고 대관 위주 소극적 경영에 머물러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첨단문화산업단지 운영에 아쉬움을 표한다. 단지에 와보면 로비를 비롯한 유휴공간이 많은데 공간의 활용도가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1층 컨벤션센터나 애니메이션 상영관 등은 상설적인 프로그램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문화산업진흥재단의 자체 기획전시나 문화예술단체 행사 때 공간을 대관해 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진흥재단이 ‘첨단문화산업’이라는 것에 얽매여 있다.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문화산업도 탄생하는 것이다. 일단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문화기획자 C씨는 “문화, 예술, 산업을 하나의 축으로 엮어야 한다. 문화예술테마파크로서의 가능성을 엿봐야 한다. 하루빨리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탈환 축제, 직지축제 등 최근 지역의 문화행사를 문화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하면서 재단의 불분명한 행보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재단이 시 기업지원과에 소속돼 독립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또한 다양한 기획과 아이템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시에서 해야 할 일은 대행하는 기획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는 2002년 3월 전국 최초의 문화산업단지로 지정 고시(부지 50,637㎡, 건물 3층 연면적 30,520㎡)를 받는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총 예산 541억원(국고 171억, 시비 370억)을 들여 콘텐츠 제작, 지원, 소비, 유통 시설 및 장비구축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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