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하고자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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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고자 오늘도 커피를 내린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04.0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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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데오’ 카페 운영하는 새누리 교회 이상필 목사
더치&드립 커피 전문…전문성·차별성으로 승부수

1층에서 목사는 생두를 볶는다. 2층에 올라가서는 복음성가를 부르고 성도들에게 설교를 한다. 이상필 목사(새누리 교회·48)는 지난해 2월 더치 커피 전문 카페인 ‘코람데오’를 냈다. 서울에서 3년 목회를 한 뒤 청주에 반해 용담동 주택가에 터를 잡은 지 15년.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는 자립하기가 버거웠다. 미자립교회로 지원을 받던 교회가 지금은 선교 후원금을 내놓을 수 있는 처지가 된 것도 다 ‘코람데오’카페덕분이다.

카페는 더치 커피와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운영한다. 찬물로 12시간 내려야 맛볼 수 있는 더치 커피와 최고급 생두를 직접 수입해 로스팅한 커피맛에 사람들은 흠뻑 빠졌다. 보기 좋은 풍경과는 거리가 먼 동네 고물상 옆에 위치했지만 입소문은 금방 났다.

목사님은 왜 교회가 아닌 카페를 냈을까. 아니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교카페’가 아니라 맘 잡고 카페문을 연 이유는 뭘까. “선교카페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어요. 제가 보기엔 선교카페는 신앙으로 경계를 긋고 외부인을 차단하죠. 사람과 사람의 관계, 특히 비신앙인들을 만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교회의 정체성에 관한 오랜 물음의 결론이기도 했죠. 그래서 저희 카페에서는 찬송가나 복음성가를 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수의 ‘예’ 자도 꺼내지 않습니다.”

교회도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형교회는 점차 체인(?)을 내면서 흥하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는 대형마트에서 밀려난 구멍가게처럼 외면 받기 일쑤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바로 ‘커피’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 목사는 사실 커피 애호가였다. 전문카페를 내기 위해 스승을 찾아다녔고 대구에 있는 이현석 씨((주)세철대표)를 만났다. 이 목사는 가게에 있는 로스팅 기계를 가리켰다. 이현석 씨가 만든 로스팅 기계는 세계특허출현을 앞두고 있다. RFB방식(열풍식)으로 원두를 볶아 안팎으로 고르게 익게 하지만 기존 드럼식 로스터 기계는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아 탄내가 나는 커피를 만들기 일쑤다.

카페 이름 코람데오는 라틴어로 ‘신 앞에서’라는 뜻. 코람데오는 이 목사 스스로 인테리어를 했다. 벤자민 무어 페인트로 칠한 녹색, 적색, 파란색 벽의 색감과 함께 문을 열면 긴 바(bar)가 눈에 들어온다.

“코람데오에서 바(bar)는 정말 중요한 장소에요. 사람들은 이 바에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해요. 중년 여성들은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를, 청년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말하죠. 이 공간에서 ‘행복하다’고 읊조리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요. 커피값 6000원이 주부에게는 부담스럽지만 이 시간을 기다렸다가 자신을 위해 쓰는 거예요.”

이 목사가 카페를 내면서 사모 고혜령 씨 또한 새로운 닉네임을 얻었다. 그는 자신을 ‘사모 바리스타 1호’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코람데오는 최고급 생두를 로스팅해 일주일 안에 소비하기 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이 탁월해요”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카페를 내면서 2가지 원칙을 세웠다. 바로 전문성과 차별성이었다. 커피숍 메뉴에서는 부록쯤에 해당하는 ‘더치 커피’를 메인메뉴로 내놓는 것도 그 이유다. “카페인이 적어 남녀노소 이용할 수 있고, 맛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있죠.”

카페를 내고 성도는 늘었을까. 이 목사는 “늘었어요”라고 짧게 답했다. 성도가 얼마나 되냐는 물음에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도는 수만명이에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사실 이러한 실험에 전국의 목사들이 먼저 눈이 휘둥그레졌다. 벌써 이곳을 다녀간 목회자만 100여명이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카페문화지원센터 명함을 따로 팠다. 코람데오 모델을 전국에 퍼트릴 계획이다. 카페를 내겠다는 목회자들에게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가 정작 관심을 갖는 것은 매개체로서의 커피 자체보다도 카페라고 하는 사회문화적인 공간의 의미입니다. 카페 코람데오는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 서구 유럽의 카페문화를 봐도 유명한 예술가가 드나들던 곳에서는 학술회의 및 콘서트가 열렸어요. 코람데오는 죽은 동네문화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봐요.” 코람데오 카페(탑동로 104-10)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다. 주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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