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원 그곳에서 나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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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 그곳에서 나온 사진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1.04.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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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준 사진부 차장

결론부터 말해 지난673호 커버스토리 중앙공원 노인들의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개인적으로 너무 성매매에 대해 집착 했다. 우연히 현장을 목격하고 데스크에 요구해 지면이 만들어 졌다. 말로만 듣던 중앙공원 성매매 현장을 천천히 관찰하니 공원의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습을 마친 막내 기자와 나흘 동안을 세상의 고발자인 양 중앙공원을 샅샅이 뒤지며 노인 성매매의 실체를 파악하기에 애를 썼다. 카메라 렌즈도 오로지 한 곳만 쫓아 다녔다. 건물 옥상에서 한참을 기다리기도 하고 좁은 난간에 쪼그려 앉아있기도 하며 여관과 여성의 실체를 들여다보기 위해 막내 기자와 부지런히도 움직였다.

▲ 한 할아버지가 육개장을 들고 식사를 하고 있다. 카메라 Canan 1D MarkⅢ, 렌즈 70~200mm, 셔터 1/640, 조리개 5.7, 감도 400
마감을 앞두고 1면 사진과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기 위해 컴퓨터에 파일을 띄웠다. 하지만 사진 대부분은 ‘여성과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여관’ ‘한 여성과 여관’ 뿐. 그들이 왜 그곳에 왜 왔고 어떠한 상황에 처한 사람인지, 주변에 원인과 배경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사진은 한 컷도 없었다. 그건 예전초년 시절에나 하는 실수였다.

할 수 없이 주말에 무료급식을 한다기에 다시 중앙공원을 찾았다. 1000 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시간 전부터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혹 한 두 사람이 새치기라도 하면 뒤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그들에게 현재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해 보였다.

그중엔 고위공무원출신도 상당수 있다고 무료급식에 나선 자원봉사자가 말을 전하기도 했다. 급식이 시작되자 자원봉사자들이 퍼주는 국밥 한 그릇의 정성에 모두들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들에게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 밥줄에는 차이가 없었다. 이제 젊어서 바쁘게 일하고 힘들게 살았던 그분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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