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얘기만 나오면 답답한 나라
상태바
교육 얘기만 나오면 답답한 나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2.03.08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강희 편집위원

   
전국민이 관심갖고 있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바로 교육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 교육얘기 좀 해야겠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녀석 얘기다. 그 녀석 때문에 줄곧 우울하다. 아이는 지난 2일 입학한 뒤로 밤 11시가 돼야 집에 온다. 5시에 학교가 파하면 저녁을 먹고 월·수·금요일은 영어, 화·목·토요일은 수학학원에 간다. 9시에 학원이 끝나면 9시30분에 검도관으로 가 운동을 한다.

학원 두 군데와 체육관 한 군데를 거쳐 별 보며 귀가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모른다. 이런 생활은 아마도 대학 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경쟁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가거나, 자퇴를 하거나, 다른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한 이렇게 살 것이다. 앞으로 6년이나 남았다. 벌써부터 가슴이 턱턱 막힌다.

사정이 이러하니 올해부터 주5일제 수업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솔직히 관심이 없다. 다만 기자로서 관심이 갈 뿐이지, 학부모로서는 토요일이 토요일이 아니다. 학원에서는 발 빠르게 토요일에도 수업 일정을 잡았다. 많은 학원들이 토요일에 보강을 하거나 특별수업을 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토요일 등교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안내장을 보냈다. 축구·일본어·독서교실이 있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만한 아이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학원 혹은 과외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이런 내게 “중학생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학사에 들어간 고1짜리 딸 이야기를 했다. “청주시내 고등학교마다 학사를 운영한다. 그런데 학사 들어가는 게 전쟁이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야 들어갈까 말까다. 대개 정원의 10% 안에서 뽑는 것 같다. 용케 학사반에 들어가면 이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월~금요일은 학사에서 먹고 자고 학교 다니고, 주말에 잠깐 집에 ‘들른다’. 하지만 이 주말에도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에 보낸다. 아이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 죽겠다.”

학원 안보내면 된다고? 그냥 편하게 살게 두라고? 그건 답이 아니다. 위로의 말도 아니다. 어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낙오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환골탈태 개혁되지 않는 한 아이들의 학원순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도 대한민국이 선진국과 당당히 겨룰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을 ‘한탕주의 나라 코리아’로 부른다고 한다. 입시 한 번 잘봐 좋은 학교 가거나, 공천 잘받아 국회의원이 되거나, 땅투기 잘해 벼락부자가 되면 신분이 바뀌기 때문이라는 것. 꾸준한 노력 필요없이 한 탕만 잘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이 한 탕을 위해 꿈많은 10대들을 죽이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것 같다. 대체 정부와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이들을 공부기계로 만드는 것 이외에 하는 일이 뭔가. 친구와 축구와 최신형 휴대폰에 관심 많은 아들녀석은 꿈을 펼쳐 보지 못한 채 오늘도 재미없는 인생을 산다. 그리고 대안없는 부모인 나는 그저 답답한 하루를 산다. 이 무서운 경쟁의 대열에서 탈출시킬 용기가 없음을 탓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