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봐야 할 곳, 가나자와시(金澤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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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봐야 할 곳, 가나자와시(金澤市)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2.04.0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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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청리뷰 대표

모처럼 뒷맛이 개운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3월말 충북인사로 구성된 시찰단과 함께 일본의 문화도시 가나자와시(金澤市)를 방문했다. 가나자와시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청주 시민사회단체 모임에서다.

도시 전체에 문화와 예술이 강같이 흐르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참석자 한 분이 소개했다. 이후 잊고 지내다 지난 1월말 충북문화재단 직원으로부터 가나자와 견학 프로그램에 대한 얘길 들었다. 구미가 ‘확’ 당겨서 곧바로 3박4일 일정표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도착 당일 시내 자전거전용도로 투어부터 시작해 현장방문과 강연, 간담회가 숨돌릴 틈없이 촘촘했다. 여행이 아니라 현장 체험학습이었다. 참석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예상 비용도 2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별 망설임없이 참가를 결정했다. 바로 시찰단의 좌장인 강형기 충북문화재단 대표 때문이었다. 강 대표는 일본의 지방자치 행정을 전공한 일본통 저명 학자다. 특히 지방도시의 미래 청사진은 문화적 기반을 갖춘 창조적 재생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전문가다.

일부러 강사섭외를 해도 일정 잡기 힘든 분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현장 가이드까지 해준다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총 28명의 시찰단은 현지 방문기관마다 최상의 환대를 받았고 정갈한 음식과 쾌적한 호텔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나자와에 정통한 강 대표의 인맥 덕분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여행경비도 1인당 160만원을 냈으나 지출이 절감돼 귀국 당일 1만엔(14만원 상당)씩 되돌려 받기도 했다.

가나자와는 2009년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의 공예분야에 등록된 도시다. 시민들이 저렴한 이용료로 사용할 수 있는 도심속의 시민예술촌, 자연의 숲속에 자리한 창작문화체험 공방, 현대 미술을 집대성한 21세기 미술관 등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러웠다.

하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 인적 네크워크였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자원봉사대학에서 도시의 홍보 해설사부터 복지시설 봉사일꾼까지 길러내고 있었다. 순수 민간조직인 가나자와 예술창조재단은 유망한 젊은 작가의 전시 및 작업공간까지 알선해 주는 자발적 후견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활성화가 민관의 유기적인 역할분담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있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문화도시에서 희망찬 기(氣)를 충전받은 시찰단은 만족스럽게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청주에서 접한 모 신문의 칼럼이 졸지간에 기를 흐트렸다.

“적절치 않은 때에 남발되는 공직자들의 해외시찰에 충북문화재단이 합류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졸지에 도맷금으로 ‘남발되는 해외시찰의 한심한 시찰자’가 된 셈이다.

단언하건데, 이번 시찰은 ‘남발되는 해외시찰’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 차이는 충북문화재단이 합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시찰단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행복충만 대만족인데 엉뚱한 곳에서 시비를 걸고 있으니… 서울 안 가본 시골 사람이 우기면 서울 사람도 못 당한다 했던가? ‘한심한’ 칼럼을 쓴 필자에게 다음 기회에 꼭 충북문화재단이나 강형기 교수의 해외시찰에 자비로 참여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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