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공짜’로 즐길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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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공짜’로 즐길수 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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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화의 집, 여성발전센터 등 자체영화프로그램 기획
공공건물 영상시설 활용도 높이려면 전문성 확보돼야
일요일 오후 2시. 청주시립정보도서관 소강당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북적거린다. 이들은 매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영화상영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오늘도 30분전부터 나와 영화표를 ‘배급’받았다는 이정희(34·주부)씨는 “보고 싶었는데 생활에 쫓겨 보지 못했던 영화를 이렇게 매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더군마다 무료니까, 일석이조로 영화를 즐기는 셈입니다. 우리가족에겐 이곳은 단골극장이 돼버렸죠”라고 말했다.

   
▲ 시립정보도서관이나 문화의집 등 공공시설에서는 영상시설을 갖춰놓고 있다.여기서는 VTR, DVD등을 다량구비해 놓아 관람객들이 영화를 선택해서 즐길수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시립정보도서관은 1층에 영상물 상영시설을 갖춘 강당을 확보하고, 개관 이후로 6개월동안 매주 꾸준히 영화를 상영해 왔다. 극장 개봉후 2주 정도가 지난 최신작이나, 어린이들을 고려한 애니매이션으로 상영프로그램을 주로 짰다.

강대운 시립정보도서관장은 “최근시설에다가 인근에 아파트도 많고 입지가 좋아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홍보가 부족에 자리가 비었으나, 이제는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합니다. 입소문이 나서 요즘에는 왔다가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시민들도 많죠”라고 말했다.

“영화 보기가 쉬워졌다”

이제 영화관은 과거의 유랑극단처럼 때를 기다리면 나타나던 연례행사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일정한 환료를 내면 볼수 있게 됐다. 영화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곧 영화를 보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인터넷예매가 보편화되고 있고, 각종 카드할인혜택등 편의서비스도 늘어났고, 또한 이처럼 가까운 도서관이나, 박물관, 문화의집, 여성회관, 복지관에서도 영상관련프로그램들을 운용하고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지난 2001년부터 어린이전시관에서 어린이대상 영화를 상영했다. 시간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중앙도서관은 벌써 10여년 가까이 같은 시간에 강당에서 영상물을 상영했다. 대부분 강당에서 빔프로젝트를 사용해 영화를 보여준다.

또한 충북도 여성발전센터의 경우는 지난해 4월부터 주제별로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영화소모임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상하반기 주1회 10번을 계획하고 있는 이 소모임은 김정미 강사를 중심으로 20여명이 모여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영화보기에서 벗어나 토론까지 이어지는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의 집, 도서관들은 VTR, DVD등을 구비해놓고, 언제든지 관람할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문화의집은 비디오부스, A/V관람실, 문화관람실을 기본요건으로 마련해 놓고, 때로는 이곳에서 소소한 영화제도 벌이고 있다.

흥덕문화의 집은 개관이후 영화관련 모임과 연계한 독립영화제, 인권영화제, 여성퀴어영화제들을 열어왔다. 최신작위주의 상영물 프로그램과는 달리 마니아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간을 내주었다.

또한 오는 6월부터는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보기 일요일 오후 2시’를 열 계획이다.

프로그램들을 기획한 이혜린 씨네오딧세이의 사무국장은 “일요일 오후 2시는 과거의 ‘명화극장’의 추억을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영화를 편식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애니매이션영화가 다 어린이 영화라고도 볼수 없죠. 지금의 영화프로그램들은 너무 단선적이어서 ‘지나간 인기비디오 다시보기’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가 기획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흥덕문화의집의 6월의 테마는 ‘반전’이고, 다카하타 이사오의 ‘반딧불의 묘’, 찰리채플린의 ‘독재자’, 유니세프가 제작한 ‘전쟁과 어린이’, ‘ 9월의 어느날-어린이를 위한 세계정상회담’을 상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공공시설의 프로그램 홍보방법은 대체로 대동소이한데 인터넷 홍보, 플래카드 제작, 시지정게시대등을 이용하고 있다.

영화관련 프로그램 전문가 코디 필요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영화관련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성재현씨는 “매주, 매달 숙제처럼 영화를 선정하고, 날짜를 배정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지금은 애니매이션위주로 선택해 날짜배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죠. 앞으로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다 함께 즐길수 있는 영화선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영화보고난 후 감상토론 등 차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현실적인 여건이 아직은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부수적으로 영화프로그램을 떠안고 있는 구조라서 업무부담감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때때로 같은 작품이 되풀이 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한편 공공시설에서 펼치는 영화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투입되지 못하는 구조이기때문에 신선한 기획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공공시설의 특이성때문에 오전시간이나, 주말에 주로 진행돼, 직장인들은 시설활용도에서 여전히 소외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흥덕문화의집 김희식관장은 “문제는 인력과 자본력, 그리고 기획자의 마인드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하죠. 단순히 영화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관공서관련프로그램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관장은 “도내 시설들 가운데 죽어있는 공간이 너무 많습니다. 시설만 갖춰졌다고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정작 시민의 문화향수를 증대시킬수 없는 시간대나 프로그램이라면 죽은 것과 다름없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민간위탁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합니다. 전문가가 없다면 바깥에서 전문가를 모셔오면 되는 것이죠. 좀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덧붙였다.

씨네오딧세이 김선화 대표는 “영화선정에 있어 가장 고려해야 되는 부분은 역시대중성 확보일지 모릅니다. 최대한 참여인구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영화보기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동아리나 모임등이 활성화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랄뿐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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