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성과 그 세계의 묵직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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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과 그 세계의 묵직한 우정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3.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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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미국에선(Once Upon A Time In America)
김성명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저 유명한 메쏘드 기법의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주연,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에 힘입어 황야의 무법자를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reone) 감독이 실화를 각색해 11년에 걸쳐 제작하였다. 이 영화는 1993년 여름 비디오로 만났다. 1984년에 나온 지 10여 년이 지나서였는데, 대부Ⅱ를 보고 밥(드니로의 애칭)에게 끌렸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차이나타운의 매캐한 마약 굴에서 중년 누들스(로버트 드 니로)가 아편을 빨고, 마피아의 살인·구타·추격과 도주 장면, 반복되는 전화벨소리, 죄책감과 환청에 시달리는 음울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상황과 사건 전개에 매우 당황했고 줄거리 연결에 골몰했지만, 긴장과 스릴과 애잔함에 눈이 꽂혀 비디오를 거꾸로 돌리고 또 돌려 보았었다. 그래서인지 20년 쯤 지난 지금도 OST를 흥얼거리고 몇 장면은 새록새록 떠올려진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이탈리아·미국 | 범죄·드라마감독: 세르지오 레오네배우: 로버트 드 니로, 제임스 우즈
뉴욕 브룩쿨린의 뒷골목의 누들스·뚱보·짝눈·팻시는 어린 좀도둑들이다. 어느 날 그들이 노린 길거리 술주정뱅이의 시계를 털어간 맥스와도 절친이 된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갱단의 밀수품을 운반해주고 챙긴 돈을 역의 보관함에 넣으며 공금을 모으기로 약속한다. ‘어그리! 어그리!’라고 속삭이며. 한 탕의 기쁨에 거리를 활보하던 이들에게 나타난 버그(반대파)의 총성에 꼬맹이가 죽고, 누들스는 버그를 칼로 사정없이 찔러 죽인 뒤 감옥에 간다.

cockeye's song이 낮게 깔리면서 맨하탄 브릿지를 배경으로 펼쳐졌던 그 장면이 선하다. 누들스가 없었던 10년. 조직은 밀주사업으로 큰돈을 벌고, 누들스의 출옥 이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만 금주법이 폐지되자 시련을 겪는다. 맥스의 야망은 우정을 넘어 조직을 음해하고 배신하고 자신마저 살해당한 것으로 조작한다.

급기야는 다른 인물로 변신하여 정계로 입문하고 데보라까지 차지했으나, 의회 매수와 마피아와 결탁의혹이 모두 드러난다. 맥스는 뒤늦게 비로소 자신을 쏘라며 누들스에게 총을 주지만 누들스는 거절한다. 맥스는 쓸쓸히 저택에서 나오고 쓰레기 수거차량의 파쇄기가 돌아가는데…. 맥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영화의 몇 장면이 흘러가고 누들스가 묘하게 웃는 가운데 자막이 올라간다.

우정과 사랑, 돈과 배신

상영 시간 227분의 긴 영화. 10년이 넘는 기획 기간을 거쳐 만든 영화는 암흑세계의 역사를 50년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빈민가 소년들을 연기한 어린 배우들 역시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데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뉴욕 빈민가의 가난한 소년들이 사회악에 물들며 기발한 불법행위로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탐하는 방식을 회상과 기억을 더듬는 방식으로 묘사하고, 20세기 미국 자본주의 추악함을 슬그머니 버무려 놓았으나, 일관된 주제는 우정·사랑·돈·배신이다.



또 세간의 평처럼 ‘미국의 아픈 역사(?)…, 이주민들이 미국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면서, 다른 ‘갱스터무비’ 또는 ‘필름느와르’와는 사뭇 묘한 분위기를 풍긴 영화로 기억된다.

갱스터무비 가운데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실화에 바탕을 둔 ‘사실성’과 그 세계의 묵직한 우정 때문이다. 또 다른 매력은 모두가 키워드 같은 OST에 있다. ‘가난’ ‘데보라의 주제’ ‘어린 날의 회상’ ‘친구들’ ‘우정과 사랑’ ‘짝눈이의 노래’ ‘아마폴라(양귀비)’ ‘금주법 애도’ ‘주류 밀매점’ 등은 각각의 장면에 흐르며 영화를 이끌었다.

아, 배고픈 어린 도둑들! 데보라를 훔쳐보았으나 끝내 이루지 못한 누들스의 사랑! 어린 여친 페기를 꾀어보려고 케이크를 사들고 기다리다 배고픔과 달콤함에 손가락으로 크림을 찍어 먹던 꼬맹이 팻시…. 몇 번이고 되돌려 보며 눈을 적시기도 했지만 모든 장면이 아련하다. 누들스가 우정과 친구를 잃고, 사랑에 실패하고 배신당했으나 쓸쓸하게 마지막 웃음 지을 때 자막이 올라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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