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역할을 제대로 알아야 활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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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역할을 제대로 알아야 활용하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03.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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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행정감시권·자율권·선거권·청원수리권·의견제시권 등 권한 많아
“방송사와 연계해 모든 회의 TV 생중계 하고, 의정모니터 활성화 필요”
우리는 4년마다 지방의원을 뽑는다. 그러나 뽑고 나면 별로 관심이 없다.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할 기초의원은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우리동네 의원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의회에 가서 무슨 발언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 또한 주민들을 도외시한 의정활동을 한다. 선거 때만 허리굽혀 인사하지 평상시에는 나 몰라라 하기 일쑤다. 이럴 때 의원 배지는 권력의 상징일 뿐이다. 주민들은 우리동네 의원이 의정활동을 잘하는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의원들을 귀찮게 해야 한다. 의원들을 더 활용하자는 얘기다. 다만 그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주민들 중에는 기초의회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의회는 주민대표기관이면서 의결기관·입법기관·감시기관의 역할을 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되고, 자치단체의 중요의사를 심의·결정하는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주민들을 대신해 심의·결정하는 것이다. 의결기관으로서의 지위는 자치단체 주민부담에 관한 사항, 조례제정, 단체운영 등 그 지역의 전반적인 정책을 심의해서 결정하는 권한이다. 지자체의 중요사항을 결정할 때 의회 심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권한이 아닐 수 없다.

또 지방의회는 자치단체 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조례 제정기능과 이에 관련한 제반기능을 담당하는 입법기관 지위를 갖는다. 아울러 집행기관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행정을 잘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기능도 있다.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등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의결권·행정감시권·자율권·선거권·청원수리권·의견제시권 등을 가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서류제출요구권·출석요구권·보고받을권·청구권 등도 있다. 지방의회에 이처럼 중요하고 많은 권한이 있었는가 새삼 놀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중 자율권은 지방의회 조직과 운영을 국가나 집행기관 등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지방의회 조직과 운영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기관은 어디에도 없는 것.

그리고 청원수리권은 지역주민이 의원 1인 이상의 소개를 받아 제출하는 청원을 수리하고 처리하는 권한을 말한다. 의견제시권은 자치단체 공공이익을 위해 건의안·결의안 형식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권한. 청주시의회가 발표했던 통합 청주시 성공적 출범을 위한 정부지원 촉구 건의안, 국립암센터분원 백지화 규탄 및 재추진 촉구 결의안 같은 게 여기 해당된다. 서류제출요구권은 집행기관 감시와 안건심사를 위해 단체장에게 서류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고, 출석요구권은 행정사무집행 또는 안건심사와 관련해 질의하기 위해 단체장이나 관계 공무원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그러나 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런 권한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

시민들은 의원들에게 청원을 낼 수도 있다. 청원은 주민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됐을 때 구제롤 호소하는 권리. 그러나 제9대 청주시의회와 청원군의회에 주민들이 현재까지 청원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청주시 관계자 모 씨는 “굳이 복잡한 청원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집행부와 의회에 민원을 내도 처리 가능하다. 주민들이 민원을 건의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보니 이런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으나 청원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지방의회는 주민대표기관이면서 의결기관·입법기관·감시기관의 역할을 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되고, 자치단체의 중요의사를 심의·결정하는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제9대 청주시의원들은 의회 개원식 때 선서를 했다. 이 날 약속한 사항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궁금하다.(사진 제공=청주시의회)

“회의가 공개돼야 의원들도 긴장”
시민들이 의회를 많이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의원들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의원들 말이다. 모 청주시의원은 “시의원을 자기네 집 옆에 도로 내주고, 청주시에 민원 넣어줄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여기는 시민들이 많다. 이럴 때 자괴감을 느낀다. 집행부와 단체장의 독주를 막고 감시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도모할 수도 있는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틈날 때마다 의원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그런 자리도 없고 속상하다”고 한탄했다. 이 점에서는 의회도 책임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도내 기초의회 중 시민들에게 의회를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의회도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오는 얘기가 회의를 방송사와 연계해 생중계 하라는 것. 현재는 집행부 공무원과 의회 내에서만 방송 시청이 가능해 공무원들만 보고 있다. 하숙자 전 충북생활정치여성연대 대표는 “모든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TV 생중계를 청주시의회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원들이 의회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의 윤송현 청주시의원(용암·영운동)도 “모든 회의가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회의록 공개가 전부다. 이 회의록을 검색해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의회 방청도 집단민원이 있을 때 해당 지역에서 오는 게 대부분이다. 회의가 공개돼야 의원들도 긴장해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영호 의원(우암·내덕·율량·사천·오근장동)도 “의원들의 모든 활동이 공개되고 모니터요원들이 와서 평가하는 것을 환영한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의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것”이라고 동의했다.

의회 홈페이지에 회의록이 올라가는 것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청주시의회는 임시회가 끝난 뒤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꿔 기록하고, 교정을 거쳐 결재받아 올리는 데 20일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청원군의회는 1개월 정도 걸린다고 답변했다. 그러다보니 특별히 회의록을 보고 싶은 사람도 20~30일 정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아울러 방청을 원하는 시민이나 의정모니터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주는 것도 인색하다는 후문이다. 한 청주시민은 “의회에서 심의할 안건을 미리 홈페이지에 올리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료를 주면 방청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임시회 당일에도 자료가 없다며 주지 않으려고 해서 언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방송사에 회의 생중계료 지급하면 선거법 위반
지방의회 회의를 일반 방송사에서 생중계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말이 있다. 알아보니 의회에서 이에 대한 예산지원을 할 때 선거법에 저촉된다. 충북도선관위 관계자는 “의회에서 방송사에 중계료를 지급하면 공직선거법 98조 ‘선거운동을 위한 방송이용의 제한규정’과 111조 ‘의정활동 보고 제한규정’에 걸린다. 방송사에서 돈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하면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을 받지 않고 생중계할 방송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회의 생중계가 쉽지 않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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