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생은 짧고 오명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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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생은 짧고 오명은 길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03.25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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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전 교육감, 충북지사 출마선언후 20일만에 사퇴 ‘시끌시끌’
건강악화 내세우나 인사비리설 등 '난무', 석연찮은 점 많아
노 정치인의 마지막은 더없이 초라했다. 충북지사 출마선언시에는 약 500명의 지지자들이 회의실을 꽉 메우더니 사퇴 기자회견 자리에는 캠프 관계자들만 참석했다. 지난 6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는 60대 이상의 퇴직 교육자들이 가득 차 오히려 취재기자들은 뒤에 서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난 25일 있었던 후보사퇴 기자회견장에는 관계자들만 침통한 얼굴로 서 있었다. 불과 20일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기용 전 충북도 교육감의 후보 사퇴로 지역이 떠들썩하다. 왜 사퇴했는가에 대해 구구한 억측들도 난무하고 있다. 우리나라 나이로 70세, 만 69세였던 이 후보는 나이에 비해 젊은 편이었다. 교육감을 사퇴하고 충북지사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에는 머리스타일도 젊게 바꿨다. 그런데 후보 사퇴 이유로 내세운 것은 건강악화다.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스스로 건강은 타고 났다고 자신했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되면서 한계를 느꼈다. 정신적 피로감에 육체적 피로까지 겹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 이기용 전 교육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지난 6일 출마선언한지 20일 만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 전 교육감은 이 날 기자회견문만 낭독하고 곧바로 자리를 떠나 다른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캠프 핵심 관계자인 이대원 전 충북도의장이 “23일에 이상증세를 느꼈고, 24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10년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과로해 몸에 무리가 왔다. 의사도 이대로 강행할 경우 생명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사퇴 후 바로 병원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악화라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석연찮은 점이 많다. 이 전 교육감 측은 사퇴 전날인 24일에도 충북도 기자회견장을 찾아 공약을 발표했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가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일이 있어 못 오고 이대원 전 의장이 발표할 것이니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이 후보 측은 글로벌 항공정비(MRO) 업체 청주 투자, MRO 기술지원센터 청주유치 등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주변사람들에 따르면 이 전 교육감은 지난 21일부터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도내 주요행사에 발 벗고 찾아다니던 후보가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이윽고 24일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자 “쓰러졌다” “새누리당 중앙당에 갔다”는 소문들이 돌았다. 이 전 의장은 이 시간에 이 전 교육감이 병원에 있었다고 했다. 만일 그렇다면 왜 굳이 공약발표를 했을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캠프에서는 이 날 전직 기초의장·의원이 대거 이기용 클린캠프에 참여했다는 보도자료도 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하루만에 결과가 나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입원하면 통상 각종 검사가 이뤄지고 결과는 최소 1주일후에나 나온다.

아직은 소문, 곧 진실 밝혀질 듯

이 때문에 며칠 사이에 이 전 교육감에게 갑작스런 일이 생겼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항간에는 인사비리설 등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인사비리는 지난 2013년 감사원 감사에 의해 적발된 사안. 충북참여연대는 청주지검에 인사부정 수사를 요구하는 고발장을 접수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청주지법은 도교육청 서기관 김 모·손 모 씨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 “범행을 지시한 사람은 없고 실행자인 피고인들만 기소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인사비리 몸통이 이 교육감임을 시사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이 교육감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그래서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이 건을 잡고 사퇴를 종용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얼마전 자살소동을 벌였던 캠프 관계자 모 씨와 연관설도 있다. 그는 지난 19일 “지구를 떠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한 지인에게 보내고 잠적했으나 상당구 소재 한 모텔에서 술에 취해 잠든 채 경찰에 발견됐다. 도교육청 간부로 재직하다 명퇴한 그는 이 전 교육감의 심복으로 통했다. 그는 개인문제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전 교육감과의 관련성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 드러난 건강악화설과 도지사 후보 경선에 자신없어서 사퇴한 게 아니냐는 일부 보도는 일단 진실과 먼 듯하다. 이 전 교육감은 당선가능성도 희박한 출마보다는 충북교육계의 어른으로 남는 게 좋지 않으냐는 무수한 충고를 뒤로 하고 출마를 택했다. 때문에 두 가지 이유로 사퇴할 사람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어서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홍강희 기자

정치화된 충북교육계 책임은 누가 지나
출판기념회서 챙긴 수억원 ‘먹퇴’논란 일 듯

10년 동안 충북교육의 수장을 지낸 이기용 전 교육감이 망신을 당했다. 출마 얘기가 나온 지난해부터 ‘노욕’ ‘도박’이라는 비판에 시달린 그는 출마도 못해보고 중도사퇴로 큰 오점을 남겼다. 현직교육감의 지사 출마로 충북교육계는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교육계는 순식간에 정치화되고 간부들의 줄세우기는 현실로 나타났다. 학교현장에서는 교사의 학생 성폭행과 가혹한 체벌 등이 발생했음에도 교육감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득표에 도움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녀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급기야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은 “교육에 전념해도 모자랄판에 외부행사만 다니는 게 말이 되냐. 지사 출마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청명학생교육원에서 술·개고기·도박판을 벌여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일선학교 졸업식에서는 이 전 교육감의 축사 동영상을 틀게 해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일었다. 지난 1월 18일에는 정치행사장을 방불케하는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좀 과장해서 7000명이 다녀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향후 ‘먹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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